“쉽지 않을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제왕절개 리얼 후기

by 선풍기

“이대로면 아기가 너무 위험해 이제 꺼내야겠어요”


혹시 분만을 할 수도 있으니 출산 가방을 챙겨오라던 산부인과 선생님의 말이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오늘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니? 뛰는 심장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챙길게 얼마나 많던지 한가득 챙겨간 출산가방




“유도 분만을 진행하죠. 그런데 아기가 하나도 안 내려와서 최소 48시간은 걸릴 거 같아요.”
라는 의사선생님의 말. 우리 부부는 유도 분만은 하지 말자고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유도 분만은 하지 않을래요”
했더니 그럼 오늘 “2시에 수술하죠” 바로 진행되는 과정들.. 생각보다 당황스러웠지만 빨리 아기를 만날 수도 있는 건가? 묘한 설렘도 느껴졌다.


눈 감고도 바늘을 찔렀을 때 한 번에 성공한다는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의 수액 실력은 뛰어났다. 한 번에 성공했고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로 항생제 테스트까지 끝이 났다. 옆에서 포효하는 자연분만 산모의 울부짖는 소리가 마음을 더 싱숭생숭하게 했다.
“지금이라도 유도 분만을 해야 하나? 자연분만을 해야 진짜 좋은 건가? 이 선택이 정말 후회 없을까?”
이미 다 결정해 놓고도 이게 맞는 건지 수백 번 고민하고 있다니.. 정답이 없는 결정이라 더 혼란스럽고 무서웠나 보다.

척추마취를 해야 한다고 허리를 둥그렇게 말아야 하는데 만삭의 배로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몸을 둥그렇게 말고 있었다. 바늘이 들어가서 아픈 것보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어서 가파지는 숨을 참으면서 흔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있는 게 더 힘들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훅” 소변줄이 들어왔다. 아프진 않았지만 썩 유쾌하진 않은 느낌이다.

껌벅 껌벅 눈을 깜박여 본다. 천장에 반사된 어떤 금속 물체에 빨갛고 빨간 내 뱃속이 보였다. 이상했다. 잡고 흔들면 느낌도 다 나고 내 정신도 있는데 내 뱃속이 열려있네..? 더 많은 호기심이 생겼지만 호기심이 공포심으로 바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기 나왔습니다”


헉 아기에겐 준비가 안됐던 탄생이었는지 울지도 않았다. 엉덩이를 토닥토닥 그제야 울음을 터트리며 세상에 나온 아기.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내 아기가 내 시야로 왔고 아기 이마에 뽀뽀를 해주라는 선생님의 말에 처음으로 아이의 이마에 뽀뽀를 했는데 축축하고 따뜻했던 그 감정. 아직도 벅차게만 느껴진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생각보다 수면 마취 시간이 짧았다. 처치를 하고 눈을 떴는데 삐삐 삐삐 떨어지지 않는 혈압 때문에 기계가 요란하게 울리는 그 소리에 맞춰 배가 아팠다.
“선생님 배가 두근거려요”
자궁이 수축하느라 통통통 뛰고 있는데 그게 두근두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신기했다 아기가 빠져나갔으니 또 새로운 몸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내 몸은 또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나 보다.

배로 숨을 쉴 때마다 너무 아팠다. 숨은 멈출 수가 없는데 숨 쉴 때마다 아프다니 너무 고통스러웠다. 숨 쉬는 게 괴롭다고 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코로 얕게 숨을 쉬라고 했다. 진통 없이 수술을 하는 경우 더 아파한다고 내 경우가 그랬다. 아 진통은 이것보다도 훨씬 더 아픈 거구나 지금도 너무 아픈데 더 아플 수가 있다고? 배와 함께 두근두근 되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진짜 뱃속에 있던 아기가 나온 걸 실감할 수 있던 건 오로를 빼야 하는 순간이었다. 만삭에 몸으로 출산 후기를 찾아보면 다양한 몰랐던 부분이 나왔는데, 그중 오로 가 제일 신기했다. 약 한 달 정도 생리처럼 자궁 속에 있는 찌꺼기들이 나오는데 제왕절개를 한 산모의 경우는 오로가 잘 빠질 수 있게 간호사들이 조치를 취하는데. 그건 바로 배를 누르는 것이다.

후 하후 호흡 길게 하셔야 해요. 연습하고
하나둘 “으아아아 아악”


뭐지 이게? 진짜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아 살면서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나? 왜왜 방금 짼 배를 누르시는 거예요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지를 힘도 없었다. 온몸의 땀 구멍은 다 열린 것 같았고 눈물 콧물 그냥 줄줄 흘렀다.

출산할 때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하면 “오로 빼는 거요”라고 말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다시 떠올리는 그날의 기억이지만 또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운 순간이었다.

빨리 움직여야 방귀도 나오고 식사도 하실 수 있어요. 온 장기가 쏟아지는 느낌이 나서 고개를 돌리는 것도 몸을 비트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자꾸자꾸 해야 회복이 빠르다고 하니 온 장기를 쏟아가는 느낌을 참아내며 몸을 비틀어 댔다. 빨리 몸을 회복해야 아기도 보러 가지. 아기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건강한 걸까? 언제부터 볼 수 있는 걸까? 몸은 아프지만 온 머릿속은 아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부르륵
경쾌하게 나온 방귀. 그마저도 장기들이 진동이 느껴져서 회복되지 않은 몸에선 방귀조차 반갑지 않았다.

이제 두 번째 미션은 소변보기.
문제는 일어나서 화장실까지 가는 게 불가능할 거처럼 느껴졌다. 이 몸으로 저기까지 갈 수 있다고? 병실 내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네다섯 걸음이면 갈 수 있는 그 거리가 남극 북극보다도 멀게 느껴졌다.


쉽게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내가 느끼는 고통은, 연습했던 것보다(?) 더 컸고, 더많이 아프고 더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들이었다.


쉽게 만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 아찔한 경험

반갑다 아가야, 이 세상에 온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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