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자라는 아이는 어디에도 없단다
‘어린이집에 가면 1년 내내 아파’ 이 말이 이렇게 무서운 말인 줄 전혀 몰랐었다.
등원길에 만나는 엄마들은 다 제각각의 얼굴을 하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아침의 등원길 풍경은 정신없고 산만하지만 활기차고 웃음소리가 가득한 나쁘지 않은 풍경이다. 그런 일상적인 아침을 보낼 수 없는 날. 모두가 활기차게 등원 준비를 하지만 우리는 소아과 시간에 맞춰서 달려가고 있다.
6:15분 고요한 적막 속에 알람이 울린다. 남편은 씻지도 않고 주섬주섬 노트북과 핸드폰을 챙긴다. 그렇다 소아과 오픈런
들어는 봤나? 소아과 오픈런 9시에 진료가 시작인데 저 시간엔 가야 오전에 수액실에서 수액도 맞추고 안전하게 진료를 볼 수 있다. 밤새 고열로 아팠던 아기를 제일 먼저 진료 보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라도 똑같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이 재택을 하고 있어서 둘 중 한 명이 오픈런을 하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침부터 비몽사몽 한 아이를 데리고 유모차에 태워서 문이 열리지 않은 소아과 앞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오른쪽은 화상 자국 때문에 수액을 맞을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손등이다. 기관지염이 폐렴이 되어서 수액을 또 맞아야 하는데 3일 전 맞은 수액 자국도 아직 사라지지 않아서 아픈 부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성인이 맞는 것도 아픈데 저 작은 손에 주삿바늘 마음이 찔리도록 괴롭다..
그래도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다행스러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태가 안 좋다는 걱정스러움이 공존한다. 소아과에 대기실은 아프지 않은 아이가 가도 아플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으앙으앙 꺄아꺄아 다양한 울음이 존재하는 그곳
차라리 울면 다행이지 많이 아픈 아이들은 축 쳐 저서 풀린 눈으로 안겨있는데 내 아이가 아니어도 안쓰럽고 지쳐있는 엄마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다.
그날 밤 남편과의 대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폐렴은 걸린 적 없는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나”
“어머님한테 물어봐야지. 당신은 기억 못 하지”
“아.. 나는 혼자 자란 게 아니지?”
우리 엄마도 날 이렇게 키웠을까?
아픈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고, 말 못 하는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몰라 전전긍긍 밤새우던 날들
그런 걱정스러운 밤들이 모여서 내가 자랄 수 있게 된 거겠지.
열이 떨어지지 않아 2시간 간격으로 열을 재야 한다. 열이 또 안 떨어진다면 이제 동네 소아과에 오지 말고 입원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아프면서 큰다고 하는 말이 얼마나 야속한 말인지. 우리 아기는 또 얼마나 아파야 하는지 두 시간 후에 또 일어나야 하니깐 생각이 많지만 이불 꼭 덮고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