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라는데 어린이집 대기는 왜 이래요?
온갖 뉴스에서는 저출산에 대한 우려로 가득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선 와닿는 부분이 없다. 소아과를 가기 위에 6시 30분에 줄을 서고, 어린이집 대기가 60번까지 넘어가는 걸 보면 “저출산 맞아?”라고 절로 외치게 된다. 당장 주말에 키즈카페만 가도 아이들이 넘쳐나고, 대기를 해야 하는 키즈카페, 키즈 펜션 예약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이다
우리 가족은 청약으로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에 생기는 시립 어린이집은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는 상태였다.
엄마의 손가락 하나면 아이를 단지 내 시립에 보내느냐 다른 곳으로 보내느냐의 중요한 문제
단지 내 시립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것은 위험하게 차량을 타지 않아도 되고, 등 하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나름 손가락은 빨랐던 거 같았다. 8번 이제 점점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맞벌이 다자녀 등등등 그렇게 우리가 받은 번호는 38번.
“아 망했구나”
정원이 9명인 어린이집에 대기번호가 38번이라니. 단지 내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이 청약 당첨보다 어렵다니 정말이구나.
왜 하필 우리 동은 어린이집 앞 동일까. 아침마다 시립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그 가방이 프라다 가방보다도 좋아 보이고 귀해 보인다. 돈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의 육아는 책으로 배웠다. 의사들이 쓴 책들에선 최소 24개월이 지난 아이들을 기관 생활을 하게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고, 엄마랑 떨어져 있어도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무슨 자신감인지 남편에게 “나는 36개월까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을 거야”라고 외쳤던 나지만. 16개월 나의 다짐은 무너졌다.
어린이집 보낸다고 나쁜 엄마가 아니야!
엄마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엄마도 엄마의 시간이 필요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주변에는 더 빨리 보낸 엄마들은 그때까지 데리고 있었던 것도 꽤 오래 버틴 거라며 잘한 거라고 다독여줬다. 내 스스로만 준비가 되면 언제든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나의 마음 준비는 끝났는데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다!
이사 오기 전 주변에 육아 선배들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더라고 대기를 걸어놓으라고 했다. 보낼 생각은 없었다곤 하지만 조언을 듣고 나서 단지 내 어린이집, 앞 단지 옆 단지 총 세 개의 단지 어린이집 대기를 걸었다. 약 일 년여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린이집 대기번호는 단 한 명도 빠지지 않았다. 이사를 앞둔 시점에 아 이대로면 36개월이 뭐야 유치원 가기 전까지 가정 보육하게 생겼구나 하는 마음에 조급해졌다. 여기저기 어린이집 자리가 있는 곳을 알아봐야 한다. 하필 우리 아이가 태어난 연도의 태어난 아기들이 많다고 한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봤지만 자리가 있는 곳은 없었고, 빠진다고 해도 내 순번까지 오는 건 불가능이라는 대답만 들었다.
진짜 저출산 맞나요?
시립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했다는 패배감이 우울했다. 차량을 운행하는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의 어린이집을 가게 됐는데 그마저도 나의 실패가 아이를 위험한 환경에 노출한 거 같아 미안했다. 차를 타는 건 너무 위험한데, 게다가 가정 어린이집이라 아이가 답답해하면 어쩌지? 가정 어린이집에서 사고 발생이 되면 관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부정적인 질문들만 가득했다.
시립 어린이집을 보냈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을까?
밤이 깊어질수록 시립어린이집을 못 보냈다는 생각에 “맞벌이를 하고 둘째를 가지면!”이라는 생각까지 도달했다. 둘째라니 첫째를 키우는 것도 이렇게 벅차하면서 고작 어린이집 때문에 둘째를 고민할 지경이라니.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었어.
며칠 몇 달을 괴로워하다 정리를 했다.
운 좋게 지금 보내는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지인이 다른 아이가 이사로 인해 자리가 났으니 어서 연락해 보라고 알려줘서 얻게 된 자리였다. 이 자리도 귀한 자리였다. 지금 보내는 어린이집 다 좋은데 왜 시립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고통스러워했을까.
시립 어린이집이든 가정 어린이집이든 어떤가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잘 놀다 오고 사고 없이 지내면 다행인 것을.
이렇게 초보 엄마는 또 하나 배우면서 크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