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화상사고, 아이의 흉터와 엄마의 트라우마
“화상”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슨 생각이 먼저 떠오르나. 나는 살면서 화상사고에 대해서는 심한 정도를 느껴본 적도 내게 피부로 다가와본 적도 없었다. 끽해야 뜨거운 물에 입술이 데인 정도, 그것보다 심하면 약한 물집이 올라온 정도 우리가 살면서 화상 사고를 경험할 일이 몇 번이나 됐을까.
우리 아기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신체의 10% 미만의 심재성 2도 화상”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드디어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내 상처와 정면돌파하자
피하지 말고 일어난 일을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위안이 되고, 또 걱정을 하는 누군가에게 안심이 되고,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는 글을 쓰면서 나도 치유받자. 내 상처도 돌보자 하는 마음의 자리가 조금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잠이 들 때면 아이가 사고 나던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공기의 온도 나의 기분 아기의 옷차림 아이의 찢어질듯한 비명소리.
병원으로 가던 차 안의 공기 응급실에서의 분위기 뭐하나 기억나지 않는 것이 없다.
기억해서 좋은 기억도 아닌데 왜 나는 그날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걸까.
아이의 흉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진다는데 엄마의 죄책감과 괴로움은 아이가 다친 그날 그대로 오히려 더 진해진 상태가 되었다.
화상은 다치고 나서도 고통이 꽤 오래간다고 한다. 가장 길게는 72시간이 넘도록 가기도 한다고 한다. 말도 못 하는 아기가 얼마나 아팠을지 제발 고통의 72시간이 빨리 지나가게 해주세요 기도하고 기도했다. 코로나에 뜨거운 화상 사고까지 발생했는데 18개월 아기가 보내기엔 길고 긴 밤 들이었을 거다. 잠을 잘 자는 점순이 아가가 저녁마다 잠도 못 자고 울며불며 엄마를 찾던 밤들..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하다. 손가락과 손의 화상이었기 때문에 손가락에 대한 사용 여부가 우리 가족의 관심사였다. 아이의 경우 계속 자라야 하는데 관절이 많이 있는 손가락이 다치는 경우 “구축”에 대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하고, 응급실을 다니는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의사들이 수술을 해야 하는지, 구축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되는지 또렷하게 말해주는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구축이 올 수도 있어요”
확신 없이 최악의 상황을 말해주는 의사의 말이 그렇게 야속할 수 가없다. 내 손이라면 내가 움직여보고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감각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 할 수 있는데, 왜 아이가 다친 걸까. 왜 내 손이 아니라 아이의 손이었을까. 더더욱 슬픈 건 코로나 확진이라 나는 함께 들어갈 수 없고 밖에서 남편과 아이를 기다리며 조마조마하게 타들어갔던 순간들이다. 히터를 킬 자격도 없어 하는 마음으로 시동을 끈 채 기다렸는데 추위에 떨었지만 긴장해서 추운지도 모르고 기다렸다. 남편은 화상병원 근처만 가도 숨 쉬는 게 괴롭다고 했다. 그날의 기억이 온전하게 기억나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도 병원에 가는 걸 괴로워하고 있다.
현재는 구축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손가락 부위의 화상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관절까지는 손상 입지 않았고 다행히 수술이나 구축에 대한 우려는 깔끔하게 사라졌다.
간사한 마음.
그러고 나니 손목에 진하게 남은 흉터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제발 손가락 수술 없게 해주세요. 구축 없게 해주세요 기도했던 제목들이 “흉이 작아지게 해주세요”로 바뀌었다.
지용성 오일로 마사지를 해주고, 부드러운 수건에 식염수를 묻혀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성분이 순한 로션으로 돌돌 돌 살살 마사지해 주고, 병원 처방 보습제로 또다시 마사지해주고, 흉터연고를 바르고 잘 말려주면 된다. 상처를 오픈하고 의사선생님이 알려준 이후로 하루도 빼지 않고 하루에 세 번씩 하고 있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의 팔을 붙잡고 저 많은 과정들을 하기에는 바르는 엄마도, 발라짐을 당하는 아이도 괴로운 시간이다. 아이가 잠든 시간이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어 아이가 깊게 잠든 늦은 저녁에 집중해서 할 수 있다. 그 시간이 내가 매일 가지는 자아 반성 시간이다. 마사지를 할 때 깊게 잠든 아이가 뒤척이면서 한 번씩 깬다. 깊게 잠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자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만지작 만지작 하면 깊었던 잠도 깰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미안. 잠은 계속 잘 수 있지만 흉터 치료는 지금 안 하면 더 심해져.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는데 이 말은 나를 위한 위로인지 아이를 위한 위로인지 모르겠다. 사실은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말들인 거 같아 또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
상처를 볼 때마다 괴롭다. 날이 따뜻해질수록 아이들의 옷도 가벼워지는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손목을 먼저 본다. 손목에 상처가 있는 아이는 드물고 다른 곳이 다쳤을 수도 있는데 나는 모든 아이들의 깨끗한 손목을 볼 때마다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다.
아이의 흉을 위해서는 매일 마사지를 할 수 있지만 엄마의 상처는 그날에 아직도 머무르고 있다.
“엄마 나는 팔목이 왜 이래?”
라고 질문했을 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아이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손목을 가리고 있으면 어떻게 할까. 나는 반팔 입기가 싫어라고 말하면 어쩌지. 오늘도 내가 만드는 수많은 질문지의 수많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상처 마사지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