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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Sep 01. 2020

직장인은 왠만해선 왕따 아닌가요?

PD가 되니 친구들이 없어져요

왕따의 변

왜 운동하면 반에서 좀 인기가 있는 편인것을

학창시절에 경험해본 적이 있을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선수를 하고 중학교,고등학교땐 학교에서 TOP10에 드는 농구실력으로 점심,저녁 코트를 독점했던데다

재밌게 말도 잘했던 편이라 친구가 많았다.

아니 한 학년 전체 아이들의 이름을 모르면 내가 더 답답해했을 정도로 활발했다.

심지어 입사하고 만난 동기 143명이 나를 기억할정도로 유난히 사람을 좋아했다.

그런 와중에도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끈끈한 우정을 이어갔는데 어느샌가 주변에 내 또래 친구들이 사라졌다. 지금은 왕따가 되었다. 내 탓인가?직업탓인가?


새로운 것을 쫓는 직업.
사라져버리는 나의 사람들

나만 그런가 싶다가도 조심스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옛 친구들과 담을 쌓게된다고 동기화하고 싶다.

학창시절 경쟁은 뭐 공부잘하고 못하고

잘생기고 못나고 차이지만 사회생활 15년정도를 해보니 일단 내걸 버리고 새로 주어담으려했다.

'친구들은 친하니까 이해해주겠지'

'가족이니까 괜찮겠지'

'여자친구니까 날 제일 배려해주겠지'

마치 형집행을 마치고 전과기록을 지우고싶어하는 그 누군가처럼 나는 회사입사 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인정받는 피디가 되려고 했다.

어려운일, 힘들일 이라도 무조건 한다고 했다.

정의감에도 불타 지역근무시절 맡았던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촌지를 받았던 회사선배를 방송에서 고발하고 KBS의 이름으로 MC에게 고개숙여 사과까지 시켰다.

그리고 예능국에 와서는 또 다시 새로 나를 포맷하려고 했다.

신입사원 시절 봤던 영석이형(나영석PD)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출가가 되어있었고 오자마자 형과 1박2일을 했어야하는 나는 시골촌놈티를 벗지못해 편집도, 말도 친화력도 눈치도 한참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입사후 두번의 환경변화에 맞춰 나는 성충이 되기 위해 허물을 벗는 애벌레처럼 또 나를 포장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나의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저마다 직장생활도 나만큼 바빠지고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대신 새롭게 만난 이들이 생겨나고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아졌다.

엄마와 형,동생의 연락도 나중에 해야지하며 미루다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옛친구와 가족들의 연락이 뜸해졌다.


내가 실수하면 좋아한다. 나를 쉽게 제낄 수 있으니까...

시골촌뜨기의 나이브한 성격과 생각은 매주 시청률전쟁을 하는 예능국생활과는 맞지않았다.

과정보단 결론부터 말해야하고

노력보단 편집의 결과가 더 중요했던 여기에서

저기...그게 말인데요...가만있어보자...

이렇게 말하고 예능편집이 서툰 나는 동료들에게 잘하는 피디 기준에 들지못했다.

또 내 생각과 다르게 나의 평판도 나빠져갔다.

1박2일을 하는동안 5박6일을 회사에 박혀살았으면서도 그 짧은 쉬는 시간에 회사앞 커피숍에 앉아 20~30분 앉아 있을때 지나가던 관리자선배들의 눈에는 내가 한참 일할땐데 저기서 놀고 있네 싶었나보다. 묻지도 않았다. 일을 안하고 노는건지...아님 그런 모습이 아직은 보기않좋다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누군가의 잘못이 나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원리랄까?

예능국은 청주에서 올라온 나에게 그 어떤 충고도 해주지 않았고 그런 사소한 일들로 나는 바닥을 치는 평판을 얻게되었다. 지금은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성 특집프로그램을 맞고 나름 칭찬도 상도 받는 직원이 되었지만 그때는 나는 일을 맞기면 사고칠거같다고 생각되는 그런 피디였다.

그 사실은 너무 늦게알았고 고치려했을땐 이미 나의 대한 평가는 그렇게 끝나 있었다.

그렇게 잘못된 허물을 벗고 있을때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떠나버렸고 외톨이가 된 느낌을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기회를 준 부장을 따라 3.1운동100주년 방송단이라는 부서에 왔다.

무슨무슨 방송단은 쉽게말해 프로젝트팀이고 1년후에 해체되는 팀이다. 여기서 만든 프로그램들이 좋은평가를 받으면서 부장이 좋은평판을 조금씩 만들어 주었다.

잘했다기보다 이제 내가 제대로 만들 기회가 주어졌다고하는게 더 맞다.

그 전에는 사고칠거 같다는 막연한 뜬 소문들로 나의 재능을 발탁하지 않았으니까...

"넌 왜 일하고도 나쁜 얘길 듣냐?"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그냥 조심해야 될  거같다. 이미지관리 신경좀 써라, 친한 동료나 선배를 사귀어라 이런 얘기들을 종종 해주는 선배가 있었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직장에서 나를 감싸주는 사람들이 없기때문에 나에 대한 레퓨테이션이 바뀌지않는거였다.

멋진 불나방이 되고자했던 나는 그렇게 친구도 잃고 여친도 없고 회사에 나를 감싸주는 선배도 후배도 없는 이방인 아니 왕따가 되어있었다.


수많은 스태프, 화려한 출연자들...

남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직업이다. 실제로 그렇다.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도 많고 나를 챙겨주는 관련일을 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이런분들과는 일로 만난 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일 이외에 만남이 없다고 서운해하거나 왕따라서 슬퍼할 필요가 없다라고 느끼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그럴때 옛친구들을, 가족들을  만나고 연락하면 된다. 너무 늦게알아버렸지만 사서 왕따를 하고 살았다.

일을 왜하나?라는 질문에 답을 못낸채 그냥 이름값있는 피디가 되려고 발버둥을 친게 인생최대실수다.

일은...내가 행복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걸

많은 이들이 나처럼 되기전에 알고 직장생활을 했으면 싶다. 내 친구들 만나고 내 가족들 즐거웁게 해주고 나를 믿고 기다려주는 내 반려자가 행복하기 위함, 그리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함임을 나보다는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빨리 알았으면 싶다.

프로젝트 단위로 3개월 만나고 헤어지고 한동안 텅빈 사무실에서 외롭다 느껴도 왕따가 아니다.

그런 상태에도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런 친구 1명은 있다 그래도...

이발도 여행도 밥도 혼자하더라도 억지로 왕따가 될 필요는 없다

일 잘할 생각말고 친구들 관리잘해야 한다. 연애라도 빨리해야한다.

 그거 엄청난 행복이다.

피디고 나발이고 사람사는거 똑같은거 같더라.

일에서 행복을 찾지말고 일하고 난 뒤에 행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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