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디자인은 기획에 충실하기 위해 세계유산 수원 화서문을 최대한 살리는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서북공심돈을 두고 화서문옆 벽에 가로형 LED를 설치해 문화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그에 맞는 영상을 제작해
LED에 띄우기로 했었다.
공연 전날 리허설을 위해 도착하니 스태프들이 준비를 거의 끝내 놓았다.
카메라감독과 가케라 위치를 최종적으로 정하고 세트바받 안정성 점검등을 끝낸 후 해가 지면 영상소스와 조명
리허설을 하려고 했지만 준비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이 의뢰로 많아 작은 모니터로 소스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예전같으면 노래도 크게 틀어놓고 "내일 여기서 공연합니다. 많이 보러오세요!" 이렇게 알리기도 할 겸 리허설을 했을텐데 안전이 더 중요했기에 모두 생략해버렸다. 그리고 스태프들은 일찍
숙소로 돌아왔고 나는 출연자들의 노래와 안무영상을 반복해서 들으며 새벽까지 노래가 익숙해지기 위한 준비를 했다.
공연당일
3미터가 넘는 텐트로 무대 주변을 둘러싸 마치 수원화성의 방벽처럼 만들어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사운드도 최대한 줄여 거리의 시민들이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갑자기 내린 소나리고 리허설도 중단되고 공연시각이 되어도 비가 멈추지 않아
녹화를 했다 안했다를 반복하면서 녹화큐시트의 마지막 무대를 위해 달렸다.
"많은 부분이 아쉽지만 그림은 정말 멋있다 고피디야!"
무관객으로 변경, 예고치않은 비 등등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이 녹화는 어찌되었든 끝내야하는 상황이었다. 서로가 알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그런 아쉬움들을 지나가는 나에게 말하며 서로 위안을 했다고 할까?...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해 본 적이 없어요...
무대에 서는 가수중 <위클리>라는 걸그룹이 있었다. 코로나19이후로 데뷔를 해서 각종 음악방송을 포함,
팬들의 얼굴을 보며 공연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해 우리의 공연이 매우 기대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무관중으로 결정이 나면서 관객없이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예전, 드림콘서트를 중계녹화하면서 상암월드컵경기장에 울려퍼진 관객의 함성소리가 그 어떤 노래보다 웅장하고 감동으로 와 닿았을때가 기억이 났다.
관객이 없이 방송녹화를 하다보니 이것이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다.
다시는 작년처럼 관객이 기뻐하고 즐길 공연을 만들 수는 없는것인가...
예능피디로서 좌절감이 크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엔터테이너와 시청자 사이에 연결고리가 되어야 할 나의 직업소명이 불분명해져 가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