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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Aug 17. 2020

정규직과 어울리지않는 직업

예술과 월급쟁이의 반반인생

바쁠때 바쁘고 일없을땐 한량인 이름 PD

특집방송 제작이 완료되었고 이번 주말에 녹화할 특집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바쁨이 지나면 한가해질 예정이지만

정규프로그램(매주방송)PD의 삶은 창살없는 감옥이자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다.

노동강도가 타직종에 견주어도 도통 비교가 안된다. 업무는 직종별로 나뉘어졌지만 처음부터 방송나가는 순간, 방송이후 잡무까지 모두 피디의 결정이 있어야 되는것들로 넘쳐나 일상생활을 누리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인가? 피디는 친구가 없다. 아니 친한 지인들이 떨어져나간다.

친구도 없는데 그와중에 왕따

바쁠땐 일주일내내 출근하고 온통 회사일로 고민하니 평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같이 얘기하고 있다가도 뻘쭘한 상황을 겪게된다.

말해도 잘 이해도 안되고...

전문직 of the 전문직인데 아무리 친절히 설명해줘도 잘 모른다.

PD들이  퇴직하고 장사를 하면 딱 6개월안에 망한다는 말이 있을정도다.

함께 일한 프리렌서 작가들이 타프로그램으로 떠나면 홀로 남아 영수증정리와, 출연료 정산을 한다.

그래서 보통 프로젝트를 위해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고 한동안 만나다 방송이 끝나면 왕따가 되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기전까지 혼자 놀아야한다.  

보라! 이 사무실에 이제 나 혼자다...

피디는 월급쟁이인가 아티스트인가?

최근 영화감독들의 TV드라마 제작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별한 소속없이 자신의 실력이 곧 제작의 주체가 되는 감독들. 어디서 따박따박 월급을 주는 곳도 없고 그 감독의 이름으로 감독과 함께하는 작가의 대본으로 돈이 모이고 작품이 완성된다.

이들을 기자들과 업계관계자들은 아티스트라고 한다.

봉준호 감독님이 월급쟁이라고 하면 어떻게 바라볼까?

암튼, 피디는 나열한 감독님들처럼 드라마를 만들고 예능,다큐,시사를 만들지만

월급을 받고 일한다.

한 편의 히트드라마를 만든 드라마피디가 종영후 이직의 고민에 휩싸이는건 이런 이유다.

"나는 회사원인가? 아티스트인가?"

창작자들과 함께 창작을 하는데 직장인

가수들과 배우들은 모두 어찌보면 프리랜서다.

회사가 있지만 회사가 투자하거나 혹은 아티스트의 힘으로 매출이 발생되어 운영되고 있다.

아니면 회사없이 혼자 활동하거나...

나 같은 정규직 피디들은 공채시험을 통해 입사하고 일정기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기존의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이어받아 제작하거나 새로운 기획을 한다. 월급을 받기때문에 피디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권리는 회사가 가져간다.

내 머릿속에 나온 기획이라도 나에게 발생되는 저작권리는 없다. 작가협회에 가입된 작가들은 재방송이 반복되면 방송사에서 재방료를 책정해주지만 PD들은 재방이 100번나가도 월급으로 끝이다. 돈이 적다고 칭얼대는 얘기라기보단 꼭 정규직PD를 꿈꿔야하냐는 것.

뒷방 늙은이로 취급받지 않기 위하여...

1박2일

슬기로운 의사생활

무한도전

태양의후예


이응복

신원호

나영석

김태호


프로그램과 만든 피디를 나열하기가 무척쉬울것이다.

하지만 그렇지않은 피디들이 더 많다.

그래서 푸념섞인 말로 월급쟁이라고 말한다.

어느 회사던 어느 직업을 가졌던 탁월한 재능으로 돋보이는 인물이 있을것이다.

"부러우면 너도 그런 프로를 만들어!"

대부분의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안되는걸 알면서 서로에게 비수가 되는 당연한?말을 하고 또 듣는다.


코로나가 나에게 주는 또 하나의 물음표

지상파는 없어도 돼

유튜브만 봐도 잘 살아

대세는 넷플릭스야!

이렇게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의미를 무시하는 말들이 방송가에 자리잡고 있을때 코로나가 한국을  강타했고 외출이 어려워지고 새로운 뉴스, 방송을 보기위해 지상파를 찾았다.

갑자기 대부분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소폭,혹은 대폭 올랐다. 해외 공연을 이유로 섭외가 힘들었던 가수들도 출연이 손쉽게 이루어졌다.

방청객을 동원하지못하고 프로그램들은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피디들은 이른바 월급값을 해나갔지만 대형공연을 제작하는 나의부서의 기획들은 줄줄이 취소되었고 나는 그와중에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다.

월급쟁이인게 고민이 아니라 행복으로 다가왔다.

나의 고민이 참으로 저렴해진 사건이었다.

나는 행복한데 내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진다

KBS피디로서 나는 어찌되었든 정년에 가깝게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우리회사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3년동안 자연퇴사자와 희망퇴직자를 포함 1000명의 인원감축계획을 발표했다. 내 일만 생각하면 그게 나와 무슨상관이냐하겠지만... 그럼 신입사원은?

후배들은 어떻게 들어와?

대부분의 기업처럼 우리도 피디를 꿈꾸며 준비하는 이들에게 시험볼 기회도 주지못할 수도 있단다.

그래서 또 고민이 된다.

나는 월급쟁이 PD여야되나?

내가 나가면 신입사원 두 명이 들어오는데...?

뭐가 좋고 뭐가 나쁜지 알수 없는 신분의 직업

2020의 예능PD의 해결될 수 없는 고민이다.

4일뒤에 월급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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