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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Aug 07. 2020

모두 하고싶은 프로,모두 하기싫은 프로

PD도 결국 월급쟁이야

프로듀서는 평판이 중요하다

*사진은 10년 근속패


합격만 하면 더 바랄게 없을거 같았다.

교회에서 내는 십일조처럼 월급의 10%를 회사발전기금으로 기부도 할 맘이었다.

하지만 15년정도 일해보니

들어온 회사는 30년을 넘게 다녀야하고

일을 배워보니 학생때처럼 실력의 편차가 나기 시작해 늘 비교당하며 살게되었다.

물론 평가의 주체는 선배들. 그리고 주류의 평판으로 이루어진다. 부정적인 레퓨테이션이 생기면 큰 히트를 치는 방송을 만들지 않는 한

"쟤는 안돼.맡기면 사고칠거같아!"라며

좋은 일감을 주지않는다. 매주 나오는 시청률로 울고웃는 이 바닥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쟤를 밝아서라도 올라가야 내 걸한다.


프로듀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하고 싶은 프로를 하는 피디

둘째, 남들이 하기 싫은 프로를 하는 피디


첫째피디는 이른바 스타피디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피디나 사내에서 소위 인정받는 피디. 이 사람들은 본인의 새기획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만들고 남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성과가 기본빵(?)인 것만 맡는다.

인사고과도 당연히 좋아 승진도 빨리된다.


둘째피디는 자기가 직접만든 프로그램을 만든적이 거의없어서 남이 만들어 놓은걸 맡거나

대다수가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만 골라서 맡는다.

5년전 10년전 혹은 그 이전에 어떤 선배가 만들어논 프로그램. 이른바 장수프로그램을 맡는것. 당연히 고과도 좋지않아 승진도 늦다.


그럼, 가고싶은 그리고 가기싫은 프로그램은?

1.1박2일,슈돌,편스토랑,뮤직뱅크,유스케,해투

2. 사랑의리퀘스트,연예가중계,출발드림팀,

     각종 파이럿프로그램과 특집(연예대상등)


KBS에 다니는 기준으로 볼때 대략 저 정도이다.

예전과 지금 좋고나쁨이 달라진 프로가 있다.

1박2일은 예전엔 대부분 하기싫어했다.

매일 밤세워 일했기때문에 사실상 5박6일이었다.

내생활이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후배들이 원하는 1순위 프로다.

출발드림팀은 그 옛날 KBS의 효자프로였다.

30프로가 넘는 시청률로 높은성과를 내는 프로였기때문. 하지만 종영하기 얼마전까진

남들 다 자고있는 일요일 아침시간대하는 비주류 프로가 되었다.

연예가중계는 재밌는 프로지만

짧은 클립형 촬영.편집으로 누가만드는지 알수도 없었고 연예인이 찾아오는 타프로그램에 비해 연예인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라 촬영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기때문.

쉽게 말해 될지안될지 간을 보는 프로를 소위

파일럿프로그램이라 하는데

주로 명절에 만들어내보낸다. 예전에 지상파3사만 있었을땐 만들기만 하면 어지간하면 시청률이 잘나와서 바로 정규프로그램이 되어 조연출로 가고싶은 프로 1순위였지만 지금은 만들면 잘안될 가능성이 높아 프로가 끝나면 오갈때가 없어 선택지가 적어지고 그럼 또다른 파일럿을 전전긍긍하다가 자리를 못잡게 되는 경우가 많아

후배들이 꺼려한다.달라진 매체환경에서 생겨난 폐해이다.


나는 주로 남들이 꺼리는 프로만 해왔다.  

1박2일,유스케 정도만 빼고

연예가중계4텀(6개월씩4번), 출발드림팀1년,

사랑의리퀘스트 6개월, 희망로드대장정2번(아프리카 촬영다녀오는 도네이션 프로),그리고 각종 특집(연예대상,연기대상,대종상,드림콘서트,각종야외 특집공연)

이제와서 후회되는건 아니다. 모두 다 필요했고 유의미한 프로그램이라고 믿으니까.

그리고 얻는게 더 많았다.

연예가중계로 늘 남을 띄우기 위해 노력한 진정한스타 김태진리포터와 늘 성실한 지숙이를 알았고

같이 땀흘리면 친해진다했던가?

출발드림팀을 통해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출연자들이 있고  뭐든 열심히 해 자신을 드러내려하는 신인들의 열정을 느껴 새인물을 발굴해야한다는 책임감을 갖게되었고


사랑의 리퀘스트를 통해 배우 이시영과 김현주님의   따뜻함을 느꼈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대한 사랑.

그리고 기부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여기 오기전엔 재단에 기부하면 내돈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안쓰이고 엉뚱한 곳에 쓴다고 생각했다. 함께 방송을 한 어린이재단을 통해

방송에 출연했던 아이를 소개해달라했고

지정기부라는 방법을 통해 월20만원씩 9년째해오고 있다. 초등학교때 알던 그 아이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서 과제준비할때 요긴하게 쓰일

노트북(맥북)을 사주었는데 너무나 감동적인 편지를 받아 날아갈듯이 기뻤다. 그리고 대학졸업식때 꼭 나를 부르고싶다했다.

대학졸업때까지 후원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싶다.


누구나 한번은 기회가 온다는 말이 사실이더라

그저그런 피디로 사나 싶었다.

이직을 생각하고 있을때 어느 한 선배가 함께 일하자 연락이 왔다. 나를 찾는 선배가 거의 없었기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그리고 짧게 있다 나올생각으로 부서를 잠시 옮기기로 했는데

그 형님과 2년째 일하고 있다. 그 형님은 우리부서의 국장이 되었고 나는 일이 많아 지칠때도 있지만 나름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 부서에서 승진도 했고 사장표창도 받고 내외부에서 주는 프로그램상도 1년만에 4개나 받았다.

지금도 밤세 일하고 집에 들어가기전 차에서 글을 쓰고있지만 힘들어도 즐겁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하고싶은 프로그램을 하고, 나를 믿어주는 작가가 있고

무엇보다 그 부정적인 평판이 틀렸다고 보는 사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월급받지만 예술하는 감독으로 사는것같은 기분.

그건 절대로 포기하지않는 방법말곤 없다.

신입사원때 좋은평판을 쌓기위해 노력하거나

나쁘게 보더라도 그렇지않다고 실력으로 보여주거나. 둘중 하나를 하면

좋은 피디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전 09화 유희열빠가 유희열의 스케치북PD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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