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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Sep 08. 2020

회사원인데 상을 주네요?

월급쟁이지만 특별한 나의 직업

트로피는 왜 항상 무거울까?

직장을 다니며 상을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 상을 받았다고 기사까지 내주는 직장이 또 있을까요?

작년 8월, 3.1운동이 100주년인 해에 맞는 광복절을 맞아 윤동주콘서트 <별 헤는 밤>이라는

공연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새로운 형식을 갈구한 작가들과 함께 뮤지컬,시낭송,드라마,다큐멘터리,공연등이 모두 들어간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5개의 상을 받게 되었다.


KBS사장표창, KBS우수프로그램상,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시청자가 뽑은 2019우수프로그램상, 234회 한국PD연합회 이달의PD상,

그리고 피디인생에 한 번 받아볼까말까 한 47회 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TV부문 작품상.

회사내부가 아닌 시청자에게 잘 보이려...그리고 기왕하는거 스스로 후회없게 새로이 만들어보고자 한 것 뿐인데 연이은 큰 상을 받게되었고 인터넷에 수상기사도 나오게되는 경험을 했다.

일부러 상을 무겁게 만드나? 연말 시상식에 수상한 배우가 상의 무게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 이런말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프로그램으로 받는 상의 무게는 다 무겁다. 진짜 무게가 무겁다.

https://entertain.v.daum.net/v/20200903075250187

절벽으로 나를 떠밀던 회사

처음부터 상받는 공인된(?)피디는 아니었다.

나는 예능공장에서 평판이 낮은 직장인이다.


미움을 산다는 건 받는 이만 기억하는 일방적 아픔인다. 더 힘든건 왜 미움을 받는 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을 때다.

지금은 나가고 없는 모 선배가 나의 인사권자였을 2년전 나는 PD이지만 프로그램이 없었다.

특별한 사유도 들은 바 없이 기획반이라는 명목하에 출근만 하는 피디였다.

1년반동안 앞6개월을 프로그램없이 중간6개월은 연예가중계를 했고 뒤6개월을 또 프로배정을 받지못하고 지냈다. 출근해서 했던 일은 포털사이트 연예면 정독과 다독, 그리고 매일 한 편씩 써냈던 타사 예능프로그램 모니터가 전부.

처음엔 나도 "일안하고 돈받으니 이게 꿀이지"

욜로족의 생활을 찾아갈거야 했다. 십수년간 방송국안에서의 일만이 나의 성공의 전부라 생각했던 나는 막상 새로운 생활을 찾으려하니 무엇을 어떻게해야할지 몰랐다.

마땅한 취미도 찾고싶지않았고 여의도 관계자외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종종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피디 요즘 뭐해?"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시간이 지나며 사라졌다. 밀린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철지난 연예뉴스까지 찾아보다 어느새 나는 조직울타리밖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소위 활용가치가 없는 퇴물이 되어있었다.

누군가 살짝 밀치면 저기 저 절벽아래로 추락할것만같은 좌절감이 몰려왔다.

이게 그 누군가가 말했던 군중속의 외로움인가?

직장인 생활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차선이 최선이다

직장에서 일감을 주지않고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면 모두 행복해할까? 적어도 난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먼저 타부서로 간 선배의 제안으로

부서이동을 했다. 그렇게 예능국 구석에 더 있어봤자 제작능력만 떨어지고 새로운 기회와 인연이 생기겠냐는 선배의 조언에 그리고 6개월후에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에 3.1운동 100주년 방송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의미있는 해에 뻔하디뻔한 관제성 행사연출을 하겠지...생각했던데로만 움직이면 큰 문제없이 방송하고 시간이 흐르겠지했다.

이렇게 끝냈으면 글을 쓸 이유도 없다.

내 앞에 그 간 없던 믿음과 동기부여를 주는

이른바 참 관리자가 나타났다.

적절한 내려놓음과 칭찬이 나를 깨웠다.

부장도 처음에 나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사람과 달랐던 점은 분명 크게 달랐다.

함께 회의를 하고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무를 잘 파악했다고 판단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을  비치지않았다. 자연스럽게 나는 그 비어있는 부분을 완벽히 메꾸려 스스로 노력했고

부장 아니 그 형에겐 이랬다 저랬다 보고만 하게 되었다. 현업을 잘한 사람은 좋은 관리자가 되지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다 틀린 얘기다.

좋은 관리자는 동기부여를 주게끔 자리를 슬쩍 비켜주는 자이다. 내가 다 할거면 부하직원은 수동적이게 되고 결국 시키는것만 할테니...

그 TV에서나 보던 참리더를 만났고 나는 간만에 신나게 일을 했다. 그리고 어디하나 대충 그려낸 장면이 없게 만들고 싶었다.

그려, 해봐~

https://youtu.be/mEjGLZQ2auM

김윤아-고잉홈MV

스케줄상 생방 출연이 어렵다던 김윤아님에게 작가들과 나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집으로 돌아가지못한 이름 모를 독립운동가에게 바치는

2019년  고잉홈 뮤직비디오를 제안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을 했다.  

촬영날 부장이 예고없이 찾아왔고 바쁘게 일하다 찾았던 때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부장과 같이 왔던 선배를 통해 나중에야 들었다.

"대충 뮤비 비스무리하게 찍을줄 알았는데 수준높게 촬영되고 있는 거 같아 안심이 된다"


깜깜했지만 꼼꼼히 챙겼다

윤동주라는 석자를 가지고 공연을 만들어야했는데

단순히 만든다는걸로 끝내면 무슨의미가 있을까?

후배없이 혼자만든다고 투덜대면 모가 남을까...

나에게 찾아온 가장 큰 행운은

나를 믿어주는 책임프로듀서와 6명의 작가였다.

나보다 더 자신의 프로그램처럼 일을 해준 이른바 제작진덕분에 나는 머릿속 아이디어들을 방송이 구현할 수 있는 모든 형식을 동원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흔히 예능피디는 <왜 안돼?> <해보면되지>라는 생각으로 일한다고 배웠다.

우연한 계기에 웹드라마를 만들어본 경험으로 윤동주 미니드라마를 찍었고 다큐멘터리 구성을 넣었고 뮤지컬대사를 넣어 노래를 편곡했고 시상식처럼 윤동주의 시를 배우가 낭송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특히 드라마 타이즈는 꼭 해보고싶은 꿈같은 프로젝트였는데 부장의 배려로 만들어 볼 수 있었다.

https://youtu.be/rX80M5FJxXg

윤동주드라마-청춘

https://youtu.be/fov-1XnnHBc

윤동주콘서트 티저

윤동주의 친구 송몽규 역할을 해준 배우 진호은의 멋진 연기로 짧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티저와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윤동주 티저를 프로필에 첨부해서 드라마관계자에게 보냈더니 바로 주말드라마에 캐스팅콜이 왔다는 진호은님 회사관계자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야말로 윤동주 시인이 여러사람을 돋보이게 만든 성과중에 하나였다.

어떻게 해야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이 될까...깜깜했던 답을 해결해 나갔던 방법은 시간내에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는 방법이었다.

프로그램의 큰 흐름을 잡고

연결고리들을 채워나가는 방법...

공연프로램이기때문에 감동적인 무대를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들을 하다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을 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좋은 반응과 많은 수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팬에서 피디로 만난 아티스트 <이적>

이적을 좋아하던 피디지망생인 나는

대학시절 가수 이적의 공연장을 다니며 스트레스도 풀고 좋아하는 가수와 꼭 일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원이 작년에 이루어졌다.

https://youtu.be/151Rx3ClVsQ

윤동주콘서트-이적

함께 일을 하며 대놓고 팬질을 했던 순간도 잊을 수 없었는데 함께한 윤동주콘서트로 적이형님이 한국PD대상 가수부문 대상을 받았다.

대한민국에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었던가? 좋아하는 가수의 수상경력을 한 줄 추가해드린것만 같은...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날이었다. 이것도 윤동주 시인이 만들어준 꿈같은 기회다. 피디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한국PD대상수상-이적

연출이란 사람들이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신원호 선배의 말처럼 나는 할 줄 아는게 없었다.

조명.촬영,연기,노래,세트제작 등 나는 내 손으로 만들수 없는 영역들을 피디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들의 능력을 빌려썼다.

유난히 무거운 상을 실제로 들어보는 순간

저절로 이름모를 스태프들이 떠올랐다. 그 분들은 내 이름을 알고 일했겠지만 나는 이름도 모르고 함께 일한 분들이 더 많았다.

이르모를 아무개 전문가님들이 정말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월급받는 예능피디는 또 이렇게 하나를 배웠다. 분명한 건 믿어주는 이가 있다면

깜깜이에서 꼼꼼이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돈나올 구멍 찾지말고 날 믿어주는 사람 1명을 찾으세요!

직장인님들! 당신은 당신을 믿어주는 회사동료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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