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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Oct 03. 2020

예능PD는 그때 뭘 하고 있었나?

유행을 만들거나 유행을 따라가거나

레트로의 시대, 예능PD는 왜 자꾸 추억을 들춰내는가?

방송계에서 늘 입에 달고 추억팔이를 하던 시대는 2000년후반

그야말로 아이돌 산업의 중흥기다. 한 때 무한도전과 슈가맨을 통해 레트로 열풍이 분 후

2010년도까지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SBS에서 <문명특급-숨득명 콘서트> 라는 방송을 보았다. 티아라,틴탑,나르샤,

반가운 얼굴들이 나와 무대를 꾸몄는데 10년전과 어디가 달라졌나 싶을정도로 그대로였다.

유튜브 영상아레 뎃글들은 무대를 보고 눈물이 나온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내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아직도 나의 스타는 그대로네? 이런 감상일까?

아마도 지금의 핫한 어린 후배 스타들에게 길을 내줄 수 밖에 없었던 시대를 읽고

반쯤 인정하면서도 반쯤은 붙잡으려고 하는 가수와 팬의 마음일 듯 하다.

그런 무대를 다시 만드는 것은 예능PD의 기획으로 탄생되는 것인데...

왜 가끔씩 이런 레트로 프로그램을 런칭해 추억팔이에 나까지도 스며들까하다가

내 자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넌 그때 뭐했냐? PD로서...


PD는 어느 자리에 있어야하는가?

추석명절, 집에 가지도 누굴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에 혼자 차에서 노래를 듣다듣다

레인보우의 <두 눈을 감고>라는 노래를 듣고 글을 써보기로 했다.

PD는 도대체 어디에 서 있어야하지를 고민하게 한 노래여서다.

좋다. 노래가 그리고 가사가...이렇게 좋은데 수록곡으로 묻히는게 아쉽기도 했고

흔히 말하는 아이돌음악에 편견을 깨주었던 곡이기도 해서다.

그러면서 나는 무슨 오타쿠 어쩌구하는 부정적 오해도 받았다.

왜 이 업계는 주류의 노래만 듣고 평하는 사람만 존중받지? 그럼 이 그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오타쿠야? 비주류야?

나도 핑클의 <내 남자친구에게> 박지윤의 <하늘색 꿈>을 듣고 피디가 되기로 한

유행을 타는 리쓰너였지만 그래도 그 당시에는 앨범을 사서 듣고 수록곡, 작사,작곡가 심지어

누가 연주했나까지 앨범속지를 보고 궁금증을 해소했다. 그야말로 본전은 뽑았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엔터산업에 자동적으로 끌려가고 있었거나...

2005년, 입사를 했을때만 해도 나는 예능PD의 자리는 엔터산업과 소비자에 중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없지만 행동을 하고 있나 물으면 명쾌히 답을 내리질 못하겠다.

나도 흔히 말하는 대세에 기웃거리며 섭외빨(?)로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건 아닌가 싶어서...

물론 섭외는 프로듀서의 가장 큰 업무중 하나지만 1등만 출연시키기 위한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예능PD는 탑클라스의 연예인을 섭외하는 역할인가?


잘 나가면 하려고 했던 일...신인발굴

우리가 이름만 대도 아는 예능PD들의 프로그램을 보면 섭외가 화려하다.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출연을 성사시켰겠지만 한편으론 그 피디의 제작물에 대한 신뢰가 1순위이지않을까?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연출자, 작가진이 아니면 섭외가 쉽지않다.

지상파 방송 3개 달랑 있을 때 입사해 나름(?) 수월한 섭외환경에서도 나는

A급 가수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만들기 싫었다.

나는 나를 찾아오는 엔터 매니저들과 TV를 보고 음악을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중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다. 책상위에 쌓이는 수백개의 시디들을 보며 한 가지 다짐했던건

준 시디는 끝까지 다 들어본다는 거였다. 그리고 앨범을 주지도 않고 부탁하는 매니저들의 얘기는

듣질 않겠다.

앨범을 주지도 듣지도 않고 뭔 홍보고 방송이냐 생각한건데 물론 음원사이트로 타이틀곡만 듣고

앨범이 좋다 나쁘다 평가해도 그만이지만 나에겐 그 옛날 <나만 아는 수록곡>에 대한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다. 그러다보면 잘 나가는 그룹이나 그 그룹의 특정멤버가 아닌 숨은 인재들이 보인다.

아직 빛을 보지못한 멤버들...

그 멤버들의 발굴하고 그 그룹의 노래들을 대중화 시키는데 내 직업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대형가수들을 좋아할 때 나는 신인들이나 소위말해 뜨지못한 가수들의 노래에 주목했다.

프로그램도 그런 숨은 인물이 발굴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특집 공연물을 만들때면

개인적인 평가를 넣어 신인그룹 몇팀을 함께 섭외해 제작하곤 했다.

그게 내 역할이고 내 위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대급섭외니 뭐니하며 A클라스 그룹만을 섭외한 프로그램과 제작물에 비해 성과가 좋지 못했다.

둘중 하나다. 난 대형스타피디가 아니어서였거나 내 생각이 틀렸거나...


예능PD는 이제 갑이 아니다.

10년의 연예산업 중흥기가 지나고 이제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한 예능피디는 소위 말하는 갑의 위치가 아니다.

아이돌 산업을 라면먹듯이 후루룩 빼먹는 동안 국내 엔터테인먼트는 해외로 눈을 돌려 리쿱의 방법을 찾았다.

SNS발달이 결정적이었는데 우리는 직업특성상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조금만 반응이 있는 그룹들이 모두 활동이 끝나면 해외공연을 하기 바빠졌었고 특정 아이돌만 섭외가 힘든것을 넘어 이제 대부분 섭외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신인발굴의 역할은 점점 더 지워져가고 있다.

지금도 눈에 보이는 스타성있는 신인들이 있지만 거끼까지 섭외가 내려가질 못하는게 사실이다.

프로그램을 제작할 여건과 시간도 많지도 않아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어느덧 나도 중견피디가 되어 슬슬 직접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스쳐지나갔던 아이돌 수록곡을 다룬 기획, 2010년도 음악방송 큐시트를 꺼내 당시 가수들의 무대를

그대로 구현해보고 싶은 기획들은 더더욱 하기 힘들어졌다.

 코로나로 공연은 언택트 아니면 제작이 어렵고 버라이어티도 소수로 세팅되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빛나지 못한 가수들과 그 곡을 빛나게 하기위한 기획은 여전히 퀘스쳔마크가 찍힌다.

2020년 지금의 예능PD 나는 갑도 을도 아닌 병이나 정사이에 있고

흔히 말하는 노땅이 되어가고 있음을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덕후가 PD해야하는거 아닌가?

노래 한 곡을 듣다가 써버린 세월의 무상함...그리고 동시대를 살았던 스타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없게된 시간.

마음한 켠에 있는 나의 최애 그룹들은 연기자로 유튜버로 알바생으로 학생으로 함께 무대를 꾸밀 수 없게

되었다. 한참 물이 오른 후배피디들에게 기획,제작의 자리를 내주어야하는 위치가 된 것처럼

그 그룹의 멤버들도 대부분 후배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어야해서 그런 거겠지만

중학교,고등학교때부터 친구,부모도 못만나고 학교도 졸업을 못해 제2의 인생을 계획하기 어려운 그들에게...

무대위에서 가장 잘 뽐낼 수 있는 그들의 실력이 녹슬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좋은 노래라도 한 달도 안되 사라져가는 지금의 시간을 억지로라도 늘려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레인보우 멤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성기를 누리던 아이돌 중흥기에 활약하던 피디는 그때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나?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 예능PD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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