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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Aug 03. 2020

[PD라이프]나영석,신원호라는 존재감

형들과 일터에서 만나 눈만 높아졌어요

2020년

성공한 대한민국 예능과 드라마를 각각

하나씩 꼽는다면 예능은 <삼시세끼>

드라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그 두 작품을 만든 이는

모두가 아는 나영석, 신원호 PD.

예능피디생활을 하면서 그나마 행복한 것은

잠시지만 저 두분과 아주잠시 일을 같이해보거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

아쉬운 것은 그 시간이 매우 짧았고 이제는

가까이서 그 어떤 얘기도 듣기 힘들어졌다는 것.

그냥 형에서 범접할 수없는 신이 된 사나이들

예능과 드라마 피디는

다른 직종의 PD와 달리 기나긴 조연출 생활이 있다. 대부분 6~7년 길게는 8,9년도 하게되는데

이때는 분기별로 있는 봄가을 개편에 맞춰 프로그램을 옮겨 연출의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나 역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옮겨다니다

<1박2일>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신입사원때 보던 다정한 영석이형이 아닌

배정받은 첫 날부터 뭔가 예능의 신으로 다가왔었다.

*신입사원 OJT때 졸면서 밤새 영석이형의 편집을 뒤에서 보던 나에게 영화표2장을 주며 뒤에서

내꺼보며 시간떼우지 말고 영화를 보라고 한게 영석이형*

암튼, 1박을 형과 하게되었을 때

그 옆팀에서 <남자의 자격>을 하고 있던 형이 원호형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때 더 달라붙어서

하나라도 더 알려달라 말하지 못했나 후회도 되는데 그땐 내몸 건사해 프로그램에 지장을 안주는 것이 인생최대 목표여서 배우기는 커녕

따라가기도 힘들었다.

같은 직종에 일하는 형들이었어도 많은 시간 보내며 노하우를 배워야겠다 생각했는데 1년도 안되 두 형들과 한 사무실에 있지못하게 되었다.


인정 반, 시샘반이 이 바닥 순리다!

왜 항상 비난과 험담은 당사자에게 하지 못하는지...

"1박은 나영석이 다한게 아니잖아!"

"기회를 주면 누가 저렇게 못하냐?"

지금은 어느정도 이해를 하지만 어릴땐 수많은

직원들과 관계자들이 나에게 와서 푸념?하고 간 말들이 죄다 저런식이었다.

함께 일하는 내가 본 저 두분은

일단 체력왕이다. 촬영하고 회의하고 편집하고

회의하고 밥먹고 편집시사하고 회의하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같은 고민을 반복해서하는 지루한 회의를 하면서도 졸거나 잠깐 쉬자고하거나

한적없는 영석이 형이다. 그땐 몰랐지만 메인피디라는 위치가 그렇게 왕체력을 만드는것이었다. 그는 참 강했다.

피디는 결정만 할 줄 알지 쥐뿔!

"작가들이 다 하는거자나!"도 두 분의 능력과 자기는 동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특성인데

기나긴 회의를 하면 작가들이 이런저런 떡밥을 수도없이 뿌려대는건 사실이다. 수많은 부비트랩을 설치해놓고 그 대로 밝아가도록 소스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내가 아는 저 두분은

작가들의 그 의견을 다 듣는다. 듣고 최적의 시나리오를 결정한다. 그때 막내든 어른이든 말하는 사람 얘기를 다 듣는다. 그리고 본인들이 결정한다. 이 결정이 성공의 단면이다.

좋은 소스를 만들고 좋은결정을 내리는곳이

그 나영석 사단, 신원호 사단이고

피디는 그 결정이 승패를 좌우해 책임을 진다.

내가 본 그 두분은 모두를 존중하며 그 집단이 모두 만족할만한 결정을 내리고 성공하면 나누고

실패하면 본인들이 다 책임을 지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나영석.신원호 이전과 이후의 제작스타일의 차이다! 피디는 언젠가 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니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다수의 의견을 차분하게 반영해주는

리더십이 바로 요즘의 성공방식이다.

다시 그 형들의 조연출이 되고싶다.

어느덧 나도 16년차 피디가 되었지만

여전히  내 색깔을 찾지못하는 느낌이다.

새로운 시도? 제일 잘할 수 있는것?들이 아닌

해야되서 하는 것을 하는 피디는 아닐까?자존감이 떨어질때가 있다.

두 형들이 다른회사로 이직하고 난 뒤 얼마후까진

기획안을 들고 찾아가 고민을 상담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런것도 못하더라. 연락도 더 못하게 되더라. 이쯤되면 나도 밥값을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야지 언제까지

시간만 뺏는 후배가 되어야하나 하며...

그래도 문득 오늘 유퀴즈에 나온 두 형들의 영상을 보며 생각해보았다.

피디는 모르면 물어보고 알면 그대로 하지 말아야되는 직업

시간이 훌쩍 지나도 저 두 형의 조연출을 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덥잖은 얘기도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더 배워야하는 결정장애가 다.

입사가 끝인줄 알지만

그때부터가 다시 배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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