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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국진 Aug 12. 2020

녹화를 2일 앞둔 PD의 퇴근 길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PD사회

잠시 빠지면 도태된다고 생각하는 곳

예능국에서 잠시 벗어나

예능선배의 제안으로 제작년 10월 3.1운동 100주년 방송단이라는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부서는 묘하게 타부서로 자의반 타의반 옮기게 되면 도태되거나 예능경력이 끊어져 누군가에게 밀려난다고 생각들을 한다. 크게보면 직원수가 5000여명에 이르고 라디오채널7개, TV채널이 2개, KBS월드방송, 지금은 유튜브등의 sns프로제작에 기획,홍보,관리,지역국 근무등이 너무나 많아 직종을 불구하고 경험할 직무가 많다.

무한경쟁인 예능전쟁터에서 경력이 단절된다는것이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낙오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나도 반은 그런맘으로 부서를 옮겼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해를 예능피디가 할 수 있는 기획으로 보여주고자 이사를 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은 연구동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회사 신관건물 옆 5층짜리 KBS연구동이라는 곳인데 최근엔 모 개그맨의 몰카사건으로 유명해졌지만 그 옛날 국회의원회관 건물이었다. 낮에봐도 밤에 봐도 위태로워 보이지만 꽤 튼튼한가부다.

여기서 3.1운동 100주년 전야제쇼, 임시정부100주년 특집공연, 광복절특집 윤동주콘서트, 김대중서거 10주기 평화음악회,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BS창원 근로자의 날 콘서트를 2019년에 거의 두달의 한개꼴로 제작했고 올해는 6월 남북평화와 코로나19극복을 위한 평화음악회 그리고 다시 광복절특집콘서트 녹화를 2일 남겨둔 시점이다.

게다가 지금은 9월에 방송나갈 공연까지 같이 준비하고 있어 살짝 버겁다. ㅎㄷㄷ

쥐뿔 할 줄 아는게 없는게 결정할건 산더미

신원호 선배가 말했다.

피디란 사람이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다고...

카메라를 하나 글을 쓰나... 숙련된 누군가의 힘을 빌려쓰는 주제라고. 그래서 함께하는 스태프에게 늘 감사하다고...실제로 그렇다.

유튜브방송처럼 간소화해서 할 수 있는게 지상파에선 거의 없다.

녹화를 2일 남겨둔 시점의 나로 대표되는 예능PD는 스태프의 식권수를 세고 밥값계산하고 문구용품 구매개수를 파악해 FD를 통해 사오게 하고 물은 몇개를 사야 출연자,스태프가 먹는지,

녹화후 회식은 어디서 할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보고용 기획안을 만들어야하고 그러면서 방송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 여러스태프들과 하루에 짧고 길게 300통의 통화를 한다.

원래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피디는


1.기획

2.예산계획

3.편성협의

4.출연자 섭외

5.세트회의

6.무대구성(선곡,무대장치)

7.LED배경 소스제작회싀

8.예고제작

9.홍보계획

10.보도자료 준비

11.방송자막  및 MC대본 구성

12.녹화전 가수 노래 영상 및 음원듣기

13.무대별 영상콘티 짜기

14.공연전 테크니컬 리허설

15.당일 아침 드라이리허설(오디오리허설)

16.카메라 리허설

17.관객입장 및 무대정리

18.녹화

19.녹화 후 편집

20.색보정

21. 자막 및 효과음 인서트 편집

22.전후 광고를 넣어 최종본을 만드는 종합편집

      (흔히 종편이라 함)

23.완료된 테잎을 송출실에 전달


이게 보통의 피디들이 해야할 일이다.

욕심을 내면 공연에 드라마도 직접 촬영해 넣기도 하고 심지어 뮤직비디오도 찍을 수도 있다.

*(위)윤동주의 청춘드라마,

  (아래)김윤아 고잉홈MV

그 외 짜실한 일들까지 겹치니 스트레스가 거의 최고조에 달한다.

유난히 낮은톤의 목소리를 가져 다행히 타인에게 짜증섞이게 말해보이지 않아 다행이지만 방송80분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거치는 프로세스가 너무나도 많다.

마약같은 피드백

공무원인 형에게 부러움을 산 것 중하나는

일의 결과를 바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것.

피디는 방송이 나가면 다음날 시청률,광고판매율,화제성 등등의 수치가 바로 나오기때문에 잘했고못했고 뿌듯하고 후회되고

칭찬받고 욕먹고가 정규프로그램일 경우 매주 확인이 가능하다.  그래서 매주 힘들어도 그게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되는데 형은 그게 부럽단다.

쓰레기 매립장 유치 반대하는 주민들 시위현장에서 던지는 배추를 맞는 형에게는 마땅히 결과,성과가 안보인다고...

다음날 공개되는 더 빠른 수치의 피드백들이 피디들을 계속 지치지않고 뺑뺑이 치게 만드는 아주아주 마약과도 같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하나 끝낼때마다 그 뿌듯함이 크고 오래간다. 미쳐있다고 할까?...

광복절 특집을 한다고하니 TV출연을 거의하지않는 나의 최애가수중 한 명인 박정현님이 나온다고 한다. 이게 얼마나 가문의 영광인가..

존경하는  가수와 일도하고 인사도하고 음악도 듣고...다른 직종 다른 직업을 가진이는 상상도 못할 행복이다.

올해는 해방이전부터 지금까지 조국을 위해 헌신해온 재일동포들을 다루는 공연을 준비한다.

감히 최고의 섭외와 감동적인 노래로 이루어진 공연이라 생각한다.

나빼고  모든 스태프들이 훌륭하니 나만 잘하면 되는 상황이다.

녹화이틀전 피곤함이 시작되었지만 밥도 먹기싫을정도의 업무량이지만  2일전의 예능피디는 그래도 너무나 매력적이고 행복하고 과분한 직업이다.

자야 낼 일하는데 또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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