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과 함께한 모험: 옐로우스톤부터 요세미티까지 II
2022년에 JMT((John Muir Trail 환경운동가 존 뮤어를 기리며 붙여진 트레킹 코스로 세 개의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343.9km의 장거리 트레일)를 다닐 때의 이야기다.
우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행하는 코스로 걸었기 때문에 마지막 종착점은 곰이 많기로 소문난 요세미티였다. 요세미티를 몇 킬로 앞두고 지그재그 오르막을 오를 때쯤이었다.
고개를 들어 길을 확인하는 순간, 곰과 눈이 마주쳤다. 20~30미터쯤 돼 보였을까.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다.
“쉬~ 뒤로 물러서! 뒤로... 뒤로... 천천히!”
곰이 돌아서는 걸 보긴 했으나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는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물러서며 소리쳤다.
“헤이!! 베어!! 우린 여깄어!!”
“헤이!!”
“깡깡깡~!!”
쇳소리가 날만한 것들을 찾아 두드리며 소리쳤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주변에는 곰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아 발걸음을 재촉하며 마지막 고개를 넘었다.
얼마 지나지 않은 거리였기에 우리는 계속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크아아앙~!!”
어디선가 거센 동물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얼어버린 우리는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른 하이커였다. 하... 미친놈이다.
“방금 큰 곰을 봤어. 조심해!”
우리가 말했다.
“여긴 요세미티야. 당연히 곰이 있지. 잘 가!~”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며 그 하이커는 곰이 나타났던 방향으로 혼자 향했다.
우린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했기에 하이킹 동안 곰들을 자주 보지 못했지만 그쪽은 내내 곰들을 보며 걸어온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숲 속에서 그런 장난은 재밌지 않다고. Bro...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이다.
요세미티를 접어드니 많은 낮 등산객들과 백패커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기 때문에 그날은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던 것 같다. 긴 여정 끝에 우리는 산으로 내려가기 전 잠깐의 휴식을 갖기 위해 냇가로 가서 가방을 풀고 신발과 양말을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는 냇가의 중턱에 자리 잡은 널따란 돌 위에 있었고 친구는 개울 가장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흐르는 개울의 소리에 취해 있을 무렵, 울창한 숲 속에서 느닷없이 나무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커터란 갈색곰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어슬렁 튀어나온 게 아닌 뛰어나온 모습에 친구에게 소리쳤다!
“곰이야!!”
30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기에 최대한 뛰지 않으려 노력하며 개울 가장자리로 껑충 뛰어 오른 뒤 뒷걸음질을 쳤다. 맨발에 가방까지 내팽개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거리는 굉장히 가까웠고 덩치는 산만한 큰 녀석이었다. 다행히 우리를 따라오진 않았으나 한동안 개울에서 두리번거리던 녀석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갔어?! 보여??”
“아니, 안 보여, 좀 더 멀어지자.”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곰 때문에 짐도 챙기지 못하고 맨발로 돌아서서 기다렸다.
“가방에 음식이 있는데 가방을 건들면 어떡하지?”
그렇게 30분 정도는 기다리다 다시 가방이 있는 위치로 아주 조심히 들어갔다. 왜 가방을 하필 깊은 곳에 둬서……. 한 명은 짐을 챙기고 한 명은 망을 봤다.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다행히 가방과 짐들을 모두 손안에 챙겨 들고 다시 등산코스로 들어섰다. 흙 묻은 발을 양말과 신발에 구겨 넣으며 눈알을 360도 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망가다 흘린 양말도 주웠다. 주변엔 아무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긴장을 놓지 못한 채 다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났을까. 곰이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개울가 근처인걸 보니 아마 우리가 봤던 곰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같은 곰이라고는 확신을 할 수 없었기에 먼발치에서 확인하고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근처에 텐트도 쳐져 있는 걸 봤는데... 그 백패커는 괜찮았을까.
JMT에서의 이 마지막 곰과의 조우는, 우리의 긴 여정을 강렬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아무리 트레일이 아름답다 해도, 곰과의 만남은 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이 있다. 그래도 그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 나니, 그런 모험이 인생에 남는 찐 재미가 아닐까? 그래도 이런 서프라이즈는 늘 간담이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