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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예 Aug 19. 2024

곰과의 위험한 만남: 맥주 한 캔이 부른 도망 레이스

곰과 함께한 모험: 옐로우스톤부터 요세미티까지 I

숲 속에서 백패킹을 하며 곰을 만난 적은 많지만 그 중  두 에피소드는 곰을 마주쳤던 아찔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다.



에피소드 1: 곰과의 위험한 만남맥주 한 캔이 부른 도망 레이스     


2013년, 대학원을 졸업하고 신나게 옐로우스톤으로 캠핑을 떠났던 그 여름, 내 인생 첫 곰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때는 백패킹은 아닌 차에 텐트 싣고 가는 여유로운 카 캠핑이었는데 우리 일행은 미국인 한 명과 나를 포함한 동양인 세 명, 이렇게 총 네 명이었다. 옐로 스톤은 살아있는 화산지형으로 가는 곳곳마다 간혈천이 흐르고 유황냄새를 풍기는 곳으로 수십 종의 야생동물들이 잘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한 곳의 국립공원에 그렇게 많은 동물을 본 곳은 옐로우 스톤이 유일했던 것 같다. 


옐로우 스톤의 캠핑장들 주변은 야생 동물들의 생활 구역과도 굉장히 가깝기도 했는데 미국은 어느 캠핑장을 가든  빠지지 않는 것이 음식물을 보관하는 베어박스가 꼭 구비되어 있다. 그만큼 야생 곰들의 출현 빈도수가 높은 걸 알 수 있다.      


베어박스라고 불리는 이 철장통 속에 모든 음식과 냄새나는 모든 것을 집어넣고 잠을 잔다. 오른쪽 조그마한 상자밑면으로 손을 넣어 문을 연다. 사진출처:NPS


캠핑장에 도착하고 우리는 짐을 풀고 몇 개의 맥주와 간식을 챙겨 캠핑장 앞에 있는 개울로 소풍을 나갔다. 

맑은 하늘과 잔잔한 물소리, 분위기는 완벽했다. 그러다 미국 친구가 갑자기 뭔가를 발견했다.     


“이거 곰 발자국 아니야? 곰인 거 같아!...”     


“어디 어디? 에이... 곰 발자국 치고는 너무 작은 거 아냐? 사람 발자국 같아”     


곰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동양인 세 명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미국인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이내 자리에 돌아와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런데 잠시 후, 호수 건너편에서 낚시꾼이 우리 쪽을 향해 절박하게 소리쳤어요.     


“곰이다! 곰이야!!!”     


맙소사!     


곰이 건너편 땅에서 호수를 헤엄쳐 이미 우리 쪽으로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친구들과 나는 우왕좌왕하며 냅따 뛰기 시작했다. 술이 약했던 나는 이미 취해 있었고  잘 일어서지도 못하는 나를 친구가 잡아끌기 시작했다. 곰은 이미 물을 건너 몸에 묻은 물을 털어내며 우리 쪽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우리는 사선으로 빠르게 뛰어 다리 위로 올라갔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고 뒤를 돌아보니 곰은 이내 우리 자리를 배회하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덩치가 산만한 그리즐리베어였다. 아마도 음식냄새를 맡고 건너편에서 헤엄쳐 왔었던 것 같다. 한참을 서성거리며 두리번거리는 동안 나와 친구들은 다리 위에서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한참이나 어깨를 들썩 거렸다.      

                  

이내 길거리에 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옐로우 스톤은 많은 관광객들이 차로 이동을 하다 보니 동물들이 보이면 주차를 한 뒤 관찰을 하곤 했었다. 우리가 막 뛰쳐올라와 곰을 보고 있으니 여러 관광객들이 우리를 보고 차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음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회색곰이 막 자리를 떠난 순간 우리가 자리 잡았던 뒤편으로 검정곰이 나타났다.


이럴 수가...


흑곰은 나오자마자 우리가 앉아있던 나무로 가서 등을 비볐고, 우리는 그제야 친구가 본 발자국이 사람 발자국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처음부터 흑곰의 집 앞마당에서 맥주를 홀짝였던 것이다.    


오금이 저렸다. 호수를 건너 우리 쪽으로 헤엄쳐 온 회색곰도 그랬지만 바로 뒤편에 흑곰이 있었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게 정말 큰 충격이었다.      


도망치는 와중에도 카메라 (당시에 나는 필름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갔었다)를 손에 쥐고 있었지만 술에 취한 탓인지 너무 당황한 탓인지 손이 벌벌 떨려 사진 찍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짐을 모두 옮기고 나서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곰들과 사람들도 모두 떠난 뒤,  물건들을 챙기지 못한 우리는 한참을 기다리다 해가 지고 나서야 내려가 짐을 챙기고 캠핑장으로 들어왔다.     


저녁이 되어 모닥불 앞에 모여 그날의 아찔했던 경험을 나누며, 혹시라도 곰이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웠다. 밤이 깊었지만 우리 모두 곰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일찍 잠들 수 없었다. 그리고 10시가 넘은 조용한 밤, 갑자기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소리     


"크아아앙~~~"      


막 짐정리를 마쳤기 때문에 차문이 열린 걸 알고 있었던 나는 소리쳤다.  

    

“차로 뛰어~!!”     


너나 할 것 없이 네 명이 동시에 차로 점프하듯이 뛰어들었다.      

차 안에 몸을 숨기고 숨죽이며 기다렸지만, 곰은커녕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간 차 안에서 숨어있다가 이내  폭소가 터졌다.     


다들 잠자고 있는 그 시각,      

우리 넷은 곰이 나타난 줄 알고 차 속으로 뛰어들어 몸을 숨기고 있는 자신들이 너무 웃겼던 모양이다. 그 소리가 곰이었는지 코골이였는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낮의 그리즐리베어 사건 때문에 우리는 과민 반응을 한 거였다. 


결국 그날 밤, 곰은 나타나지 않았고, 우리는 헛웃음 지으며 텐트로 돌아가 잠들었다.     

이것이 곰과 직접 대면한 짜릿했던 첫 번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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