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편
작업실 공사를 완료 후 정말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바닥부터 시작해 조명, 싱크대, 울타리, 작업테이블, 찬장 등등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몸으로 때웠다. 사서 쓰는 물건들에 비해 세밀함이나 마감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 이 작업실의 다양한 DIY 프로젝트 중 작업을 위한 DIY들을 소개해 본다.
작업실에 놓인 테이블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졌다. 직접 제작한 대형 작업대 3개와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던 식탁, 친구에게 선물 받은 티 테이블, 그리고 중고로 구한 합판에 시트지를 발라 만든 바 테이블까지 다양한 테이블이 작업실을 채우고 있다.
바닥 공사 후 가장 먼저 만든 것은 작업 테이블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형 테이플들은 기본 20만 원을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가장 저렴하면서 간단하게, 그리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아연각파이프로 테이블의 다리를 제작했다. 사실 용접을 직접 배운 적은 없어 아는 지인의 도움으로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나는 옆에서 파이프를 길이에 맞게 자르고 잡아주는 보조 역할로 테이블을 제작하였다. 테이블상판은 각각 집성목 합판을 구입한 것과 복층 공사를 하고 남은 두꺼운 합판을 그대로 올려붙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파이프에 바퀴를 달고 칠을 한 뒤 합판 마감을 인터넷으로 구매한 시트지를 붙이고 보니 꽤나 그럴싸한 테이블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세 개의 대형 테이블을 시중에 판매하는 테이블의 하나 값도 안 하는 가격에 해결했다.
작업실에서 나무를 자르는 일이 많아 집에서 사용하지 않던 오래된 청소기를 활용해 소형 집진기를 만들었다. DIY 목공용 싸이클론 집진기 부품 세트와 드럼통을 결합해 간단하게 설치했는데,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톱밥을 줄이는 데에는 나름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설치작업을 하며 예상치 못한 기술들을 배우게 되었는데, 전기 작업이 그중 하나다. 간단한 전선 작업만을 배우긴 했지만, 덕분에 작업실 내 모든 조명 설치를 혼자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배선작업은 공사기간 동안 완료되어 있는 상태였고 기존의 조명을 떼어내고 레일조명으로 바꾸었다.
단순한 구조물 제작에는 자신이 있어, 캔버스를 보관하는 공간도 직접 만들었다. 그리고 남은 파렛트와 나무 조각들을 재활용해 뼈대를 만들고 바퀴를 달아 작품 보관함으로 활용 중이다. 전시 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나무합판은 자투리 나무를 보관하는 수납함으로 변신시켜 작업실을 더욱 정리된 공간으로 만들었다
작업실 공사가 끝난 지금, 혼자서도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공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간이 완성될수록, 그 안에 쌓인 시간과 노력이 마치 잘 다듬어진 상징석처럼 이 작업실을 채워가고 있다. 작업실 속 DIY 작업들은 매일의 수고로 다듬어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나 할까.
이제는 하나씩 정리되어 가는 공간을 보며 무질서 속에서 정돈되기 시작한 쉼터처럼 공간은 내 삶에 자리 잡았다. 요즘의 작업실 실내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태기 때문에 근래는 텃밭과 온실, 정원을 중점으로 야외 공간을 관리 중이다. 공간이 생기며 혼자서 해야 할 일도 정말 많아지고 고단한 하루를 보낼 때도 많다. 하지만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재미는 중독성이 강한 취미 중 하나인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