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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예 Oct 24. 2024

식물과의 관계 지름길

식집사가 알려주는 식물 관리 팁


"물을 자주 주는데도 식물이 죽어요."


많은 분들이 식물을 키우시며 하시는 말씀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물을 너무 자주 주기에 뿌리가 괴사 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식물은 물을 잘 줘야 큰다'라는 인식 때문에 물을 인식 없이 그냥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서 '잘 준다'라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잘 준다'라는 뜻은 물을  '자주' 준다는 것이 아닌 '적정한 타이밍과 물의 양을 잘 분별하여 준다'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식물을 키울 때는 관심이 필요하다. 물을 많이 준다고 관심을 준 것은 아니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내가 무심코 좋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불쾌하고 무례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모든 관계에는 역지사지가 필요한 법.


식물 또한 특성을 잘 알고 키우는 환경을 잘 이해해야 한다. 식물을 키울 때는 일조량, 물, 온도, 환기 등 꼭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집안에서 키우는 화분이 처음들일 때의 컨디션보다 좋지 않다면 최소 이 4가지 요소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왼쪽은 집 작은 공간에 만든 온실. 나무를 재단해서 뼈대를 세우고 우레탄비닐로 씌운 뒤 폴리카보네이트로 천장을 마감했다. 오른쪽은 정원 중 일부. 만병초가 만개한 모습이다.  



1. 일조량


식물이 성장하기 위한 일조량은 최소 6~8시간이다. 되도록이면 많은 일조량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식물 나름이다. 선인장과 같이 햇볕에 강한 아이들은 일조량이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잎이 약하거나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들은 직사광선에 취약하다. 사실 화분에 담긴 선인장도 키워본 결과 햇볕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해서, 햇볕이 너무 강하다면 위쪽으로 얇은 차양막을 쳐 주면 훨씬 안전한 환경에서 키울 수가 있다. 실내에서 키울 시엔 큰 해당사항은 아니다. 대신, 실내에서 들어오는 햇볕은 대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수형을 이쁘게 키우고자 한다면 보름에서 한 달에 한 번은 화분을 돌려가며 햇볕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화분을 옮겨주는 것이 좋다.

 

온실에서는 다육이와 선인장을 주로 키운다. 토분과 세라믹화분을 주로 사용한다.



2. 물


화원이나 꽃가게에서 식물을 사면 친절하게 물의 주기가 표기된 표식을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2주일에 한번. 하지만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환경은 저마다 다르므로 그것 또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아파트 베란다와 같이 환기가 잘 되고 볕이 잘 들면 화분에 있던 흙이 빨리 증발하므로 물의 주기가 좀 더 빠를 수도 있다. 반지하 같이 습한 환경이라면 물 주는 주기는 훨씬 길어질 것이다.

  

해서, 물은 식물에 맞게 적정한 타이밍에 적당한 양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적당한 시기를 알아차리는 법은 간단하다.


식물에 물을 줄 때, 화분 안의 윗 흙을 확인하지 말고 반드시 손가락이 한두 마디 정도 되는 깊이로 화분 속을 찔러 넣어 안쪽 흙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뿌리 쪽의 흙이 어느 상태인지 확인을 하고 물을 줘야 한다.  식물마다 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고 아닌 친구들이 있다. 고사리과 같이 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흙이 바짝 마른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자주 체크해 주는 것이 좋다. 반면, 다육이나 선인장같이 흙이 건조한 상태가 좋은 친구들은 되도록이면 흙이 건조할 수 있게 물 주는 간격을 넉넉히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식물이든 잎을 보면 물을 언제 주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잎이 처져 보이거나 쪼글 해져 있다면 화분 속 흙을 체크해 봐야 한다. 잎만 보고 판단하기 전에 반드시 화분 속의 흙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반드시 물을 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3. 온도


식물을 키우며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 중 하나다. 제일 크게는 식물이 월동을 하는 식물인지 알 필요가 있다. 가지고 있는 식물이 월동을 하는 식물이라는 건 추위에 강하다는 뜻이다. 큰 화분일 경우, 실내로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화분에 심어져 있는 뿌리 자체는 정원 바닥에 심어져 있는 것보다 추위를 더 탈 수 있기 때문에 부직포나 방한 보온재로 줄기나 화분전체를 감싸줄 수 있다. 추위에 약한 개체들은 반드시 실내로 들인다. 떡갈나무와 야자수 같은 관엽수들 대부분을 키워보니 추위에 상당히 예민한 구석이 있는 식물들이다. 다육이보다 추위를 더 많이 타 늦가을이 되기 전에는 실내로 들어와야 한다. 식물마다 견딜 수 있는 적정 온도가 있기 때문에 실내에 들일 때 어떤 걸 베란다로 들이고 거실로 옮길지 공간마다 온도계를 준비하여 체크하면 큰 실패는 면 할 수 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엔 큰 화분들은 야외로 나오고 겨울이 되면 다시 온실이나 거실로 들어간다.



4. 환기


식물이 키울 때 가장 많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환기가 안될 때 화분에 물이 고여 있거나 수분이 가득일 경우, 식물은 쉽게 병에 걸리거나 벌레가 생길 수 있다. 베란다가 있다면 밤을 제외한 한겨울이라도 문을 살짝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친구가 일조량과 물도 적당한데 식물들이 비실거린다고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이유가 될 수 있겠으나 다른 문제들이 없는 경우는 환기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몇 시간을 환기하고 닫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람이 공간에서 계속 돌고 있는 형세가 가장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창문은 늘 열어 둔다던지 또는 선선한 선풍기를 돌려 실내의 갑갑한 공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비닐하우스를 가면 공기가 더워 대형 선풍기를 몇 대씩 돌리는 걸 볼 수 있다. 열기가 많을수록 공기는 순환이 되어야 식물에게 좋다.





번외 : 화분  종류


많은 종류의 화분들이 있다. 토분, 세라믹, 플라스틱, 시멘트 등 다양한 화분용기에 따라 식물의 특성을 알고 식재한다면 좀 더 이상적인 관리도 할 수가 있다.


토분 같은 경우는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흙으로 빚어 미세한 숨구멍이 있기 때문에 과습방지에 탁월하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화분 중 하나이나 오래 사용하면 백태가 끼거나 곰팡이, 이끼가 생기기도 하고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물이 빨리 증발하므로 물을 주는 주기도 다른 화분보다 좀 더 짧을 수 있다.


세라믹(도자기) 화분은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화분을 식재 시 또 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깔끔하고 깨끗해 보이며 빨리 노후화되지 않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가격이 비싼 편이고 큰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플라스틱 화분의 가장 큰 장점은 싸고 가벼우며 단단하다는 것이다.  해서 부피가 큰 식물을 식재할 때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단점으로는 외관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과 스크레치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으며 토분보다 수분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좀 더 긴 특징도 가지고 있다.


시멘트 화분의 가장 큰 장점은 이쁘다는 것이다. 회색톤의 거친 질감이 어떤 식물을 식재해도 멋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굉장히 무겁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한 장소에 오랫동안 보관할 요량이면 시멘트 화분도 나쁘지 않지만 공간을 이동해야 하거나 움직여야 하는 식물의 경우, 무게가 만만치 않으므로 고려해 봐야 한다.


어떤 화분에 식재할 것인지는 본인들의 취향이다. 하지만 화분모양이 이쁘다고 그냥 고르기보다 식물의 특성을 이해하고 화분을 고른다면 식물을 좀 더 안전하게 키울 수가 있다. 화분을 고를 때 명심 할 것은 되도록이면 화분의 입구가 넓고 바닥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고르자. 화분을 키우다 보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3년에 한 번 식물의 뿌리를 위해 화분을 좀 더 큰 사이즈로 교체를 해 줘야 한다.  입구가 좁은 화분에 식재된 식물은 화분에서 꺼내기도 어렵거니와 화분에서 분리 시 뿌리를 크게 손상시킬 수가 있다.



토분과 세라믹 화분. 선인장들은 대부분 토분에 식재하는 편이다. 다이소에 파는 머그컵 바닥에 구멍을 내서 화분으로 쓰기도 한다.


식물을 분양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부분


그렇다면 나에게 어울리는 식물은 어떤 식물일까.

정확하게는 나의 성향과 환경에 어울리는 식물이 무엇 일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선인장과 같이 이국적인 느낌의 식물이 좋지만 식물을 키우는 환경에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식물과의 이별이 빠를 수 있다. 요즘엔 일조량을 보충할 수 있는 식물조명을 많이 판매하고 있지만 자연 햇볕과 인공빛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식물등을 정말 완벽하게 설치하지 않는 이상 실내 식물은 웃자람 현상(식물이 부족한 빛을 쫓아 줄기가 길고 잎 사이 간격이 크게 벌어지며 연약하게 자라는 것)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수형이 잘 만들어지지 못한 식물은 방출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내가 키우는 환경을 먼저 이해하고 그 공간에 잘 맞는 식물을 들이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나의 생활습관이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물을 자주 줘야 하는 난, 이끼, 고사리, 수국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식물은 관리 시기를 놓치면 쉽게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경우가 많다. 습해서 괴사 하거나 너무 물을 주지 않아 죽는 것 또한 무관심에서 비롯된 실수들이기 때문에 내 삶의 패턴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식물을 분양한다면 함께 하는 시간이 좀 더 오래될 수 있다. 반면,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고 대체적으로 좀 무관심 한 타입인 경우는 물을 주는 주기가 긴 선인장 또는 다육이가 적합할 수 있다. 이런 경우도 역시 일조량이 충분하다는 환경이 먼저다.


그리고 식물을 구매 시,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이뻐서 사는 식물'이다. 위에 언급한 사항들을 무시하고 그냥 들이는 식물과는 그 인연이 오래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초보 식집사일 경우, 추천하고 싶은 것은 처음부터 비싸고 이쁜 식물보다는 키우기 난이도 문턱이 조금 낮은, 그리고 저렴한 친구들로 먼저 키워보길 권하고 싶다. 잔인한 말일 수 있으나 나는 직설적으로 많이 죽여봐야 잘 키운다는 말을 종종 한다.  결국 경험이 부족해서 실패를 하는 것인데 이런 실패들을 거듭하며 경험을 쌓으면 어떤 식물이고 키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식물관리를 할 수 있는 습관이 생긴다.


어떤 관계든 이별은 적게 할수록 좋다.

쉬운 일은 없는 법, 차근차근 관심을 가지고 알아간다면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식물과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당신과 식물의 관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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