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편
기성품이 주는 완성도와 편리함은 매력적이지만, 스스로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즐거움은 또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선사한다. 주로 전시가 끝나거나 비교적 여유가 생기는 비수기마다 필요한 요소들을 하나둘씩 직접 제작해 사용해 왔고, 그 결과물들은 이제 작업실 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시중에 문의를 하면 싸게는 몇십에서 백단위까지 넘어가는 싱크대. 간단하게 각파이프로 뼈대를 만들고 버려진 파렛트의 나무를 제단 후 파이프에 붙였다. 나무는 샌딩하고 투명 바니쉬로 마감하여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렸다. 동네 철물점에서 구입한 알루미늄 손잡이는 직접 락카로 도색해 마무리했는데, 그 소박한 매력이 작업실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작업을 위해 오래된 창문들을 수집한 적이 있다.
작은 시골 동네이다 보니 버려진 폐가가 많은데 폐가 또는 창호집에서 수거하신 창문을 받아 작업했었다. 작업으로 쓰기엔 작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은 창문들을 깨끗이 씻고 창틀을 만드는 구조로 찬장을 만들어 사용 중이다. DIY의 좋은 점은 비용 절감도 크지만 내 마음에 맞는 사이즈 재단, 그리고 유니크함이 가장 큰 장점 중 하나 일 듯하다. 대학원 당시, 한 학기 목공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인 나의 능력이 전문 목수님들 보기엔 성에 차지 않은 마감과 형태일지 모르겠으나 완벽함 보다는 조금은 미숙한 형태가 왠지 더 끌리는 건 나의 성향인 듯하다.
복층 작업실의 냉온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장에 가까운 부분을 막는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H빔을 피해 나무 판을 하나하나 자르며 공간을 막고, 주문한 롤스크린을 설치했다. 복층 구조로 인한 시원한 개방감은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공간 분리가 가능해졌다. 높은 천장 때문에 혼자 작업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과 효율이 뛰어났고 바닥을 포함해 공간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꿔준 DIY 중 하나 인듯하다.
밤늦게 작업을 하며 머물 수 있는 숙소 겸 아주 가끔 먼 거리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해 공간을 만들었다.
천장이 복잡한 구조라 전체를 다 활용하진 못했지만 아연각파이프로 틀을 만들고 샌드위치판넬로 공간을 막았다. 벽면마감은 전문 목수의 도움을 받아 석고보드를 붙이고 그 위에 도배로 마감한 공간이다.
DIY 작업들은 공간을 완성하는 재미와 성취감을 주는 동시에 나의 손길이 닿아 공간에 친숙함을 더해준다. 버려진 자재가 다시 쓰여 새 생명을 얻고, 흔하지 않은 개성을 지닌 공간이 될 때 느껴지는 기쁨은 작업 외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렇게 손수 꾸며진 작업실은 단순히 일하는 공간을 넘어 나만의 흔적과 추억이 깃든 장소로 변모하고 있다. 완벽함보다는 직접 만들어낸 소박한 멋이 주는 따뜻함, 그 감성이야말로 DIY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