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재활사의 미라클모닝]
[언어재활사의 미라클모닝]
1. 계획만 세우면 갓생이 될 줄 알았죠.
이 게시물의 시작은 이러했다.
여느 밤처럼 유튜브 알고리즘의 물살에 휩쓸리던 중 나를 뜨끔하게 한 쇼츠를 본 것이다.
https://youtube.com/shorts/l9pW5VTIhi0?si=DMI-9xdWuXxj9V1K
유튜버 오너스 님의 직장인 미라클모닝 루틴영상
"뭔가 무기력하고 힘든 분들 계신가요? 새해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지!목표도 세우고 계획도 했는데 이상하게 요즘은 힘이 잘 안나고 생각보다 열심히 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뜨끔했다.
나도 분명 2025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만다라트 계획표에 수많은 새해 목표를 적었던 것 같은데 그런 기세는 어디가고 생각보다 무기력하고 힘든 1월을 보내고있던 것이다.
나는 내가 25년에 하고 싶고 이뤄내고 싶은 '완벽한'계획을 분명 1월 1일에 세웠다.
만다라트 계획표에 스스로 작성해보면서
남자친구와 같이 우리 올해에는 꼭 '갓생'을 살자며 1월 1일을 시작했었는데
막상 그 완벽한 계획을 보며 실천하려고 할 때에는 '오늘은 일이 힘들었다, 내일 아침 일정이 있으니 오늘 저녁은 무조건 쉬어야지' 등 갖가지 이유로 미루는 날이 많아졌다.
결국 계획을 세워만 두고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존감만 뚝뚝 떨어지는 날들이 계속된 것이다.
새해 목표같은 긴 계획이 아닌 하루 계획조차 지키지 못한 날들이 많아졌다.
분명 계획은 잘 세웠고 하루동안 놀지않고 바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아웃풋이 그만큼 나오지 않는것이다. 솔직히 조금 억울했다. 나 엄청 바쁜데. 오늘 하루 되게 열심히 살았는데.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주말이었는데, 평일동안 하지 못한 일을 모조리 해치우기 위해 체크리스트 가득 계획을 세우고 호기롭게 하루를 시작하고선 저녁 시간이 되도록 계획의 반의 반도 해치우지 못한 날. 저녁을 먹는데도 뭔가 속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있잖아. 계획도 세워서 열심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놀지도 않고 바쁘게 지내는데 왜 막상 완성된 결과물이 없을까? 나 매일매일 일하면서 사는데 왜 일이 계속 안끝나지?"
내 물음에 훠거국물을 들이키던 남자친구는 굉장히 간단하고 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너는 위시리스트랑 투두리스트가 한 목록에 섞여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사고 싶은 거?"
"아니 그 위시 말고. 하고싶은 일 목록이랑 해야하는 일 목록이 섞여서 정작 꼭 끝내야하는 일을 못하잖아."
어느날 의 내 계획목록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어느날의 계획 (휴일)
✅ 07:00-08:00: 아침 먹고 설거지
✅ 08:00-09:00: 센터 계정 SNS 업로드
✅ 09:00-09:15: 휴식
✅ 09:15-10:00: 독서 (스토리 혁명)
❌ 10:00-11:00: 센터 관련 서류 작성 (끝내지 못함)
❌ 11:00-12:00: SLP넨네 캐릭터 디자인 확인 및 게시글 제작 (디자인만 함)
✅ 12:00-13:00: 점심 먹고 설거지
✅ 13:00-14:00: 내일 수업 준비
✅ 14:00-15:30: 친구와 약속
✅ 15:30-17:40: 뜨개질
❌ 17:40-18:30: 블로그 시작해보기 (고민만 하다 못함. 결국 지금에야 시작)
✅ 18:30-19:30: 저녁 먹고 설거지
❌ 19:30-23:40: 못한 계획 마무리 (완료 못함)
언뜻 보면 ✅가 많아 계획을 잘 지킨 것 같지만,
실제로 중요한 일은 대부분 하지 못했다.
참고로 이 때 나는 서류 작성 후 제출이 3일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으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반납 기한이 2일정도가 남은 상태였고, 선물용 뜨개질을 매일 틈틈히 하던 시기였다.
휴일이니까. 뭐든 다 해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 모든 해야할 일들을 내 하루 계획에 때려넣은것이다.
이 계획을 보고 나면 남자친구의
"너는 위시리스트랑 투두리스트가 한 목록에 섞여있어."
라는 말이 아주 잘 와닿는다.
지금의 나라면 저 날의 계획을 이렇게 세울 것이다.
✅ 07:00-08:00: 아침 먹고 설거지
✅ 08:00-08:30: 휴식
✅ 08:30-11:30: 센터 SNS 업로드 및 게시글 제작
✅ 11:30-12:00: 제작 마무리 및 SLP넨네 캐릭터 디자인 확인
✅ 12:00-13:00: 점심 먹고 설거지
✅ 13:30-15:30: 책을 반납or대출연장 & 친구와 약속
✅ 15:30-18:30: 센터 서류 작성 (우선순위 높음!)
✅ 18:30-19:30: 저녁 먹고 설거지
✅ 19:30-23:40: 내일 수업 준비 & 블로그 글 구상
* 계획이 마무리되었다면 뜨개질하기!
계획만 세워두면 갓생이 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아웃풋이 없으면 그저 노동일 뿐이다.
25년 2월의 내가 도달한 결론은 이것이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계획만 있고 결과는 없다는 것.
지금의 나는 해야 할 일을 먼저 끝내는 계획을 세우는 법을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