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체가 따듯해야 몸이 따듯해요
오늘은 겨울철 보온, 특히 하체보온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숲교사로서 아이들과 겨울숲에 자주 가다 보니, 어머님들께 보온에 대해서 안내해 드릴 일이 많죠. 하지만, 제대로 갖춰 입고 오는 아이는 열에 한둘 정도, 대부분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아이들로부터의 피드백을 통해서 고쳐지더군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어머님들이 겨울숲에서 놀아본 적이 없고, 또 교사의 복장안내를 의례적인 루틴으로 받아들여서 일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경험의 부족이죠. 어머님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성인들에게 겨울산, 특히 겨울 계곡에서 얼음을 부숴가며 뒹굴고 노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일일 테니까요.
보온에 대해서 말하자면, 경험상, 대부분 상체 보온은 잘하는 편입니다. 대부분 두꺼운 잠바 하나씩은 있으니까요. 상체는 상대적으로 보온하기도 쉽고, 잘들 입습니다. 문제는 하체죠. 대부분 하체보온에 대해서 무지하시더군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도시생활을 하다 보면, 한겨울이라고 해도 대부분 26도 내외의 실내공간에 머무르면서 실내와 실내를 이어주는 야외공간에 잠깐씩, 길어야 20분 정도 있어야 하는 게 전부일 테니까요. 이런 정도라면, 두꺼운 잠바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죠. 그래서인지 한겨울에도 얇은 트레이닝복바지에 쌘들을 신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보게 되더군요.
하지만, 한겨울에 바깥에서 한 시간 이상 서있다 보면 제일 추운 곳이 역시 다리입니다. 특히 발이 춥고, 그다음은 허벅지죠. 겨울잠바 자체가 워낙 두껍게 나오다 보니 잠바 하나만 걸쳐도 상체는 문제없죠. 하지만 바지는 두꺼운 게 별로 없더라고요. 필요가 없으니 입지 않는 것이죠.
하체 중에서도 특히 발이 시린 이유는 몸의 작동기조 때문인데, 우리 몸은 추운 환경에서 손발로 가는 혈류량을 줄이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손발에 피가 가지 않더라도 생존에는 큰 무리가 없어서, 스트레스상황에서 피가 덜 가다 보니 금세 시리게 되는 것이죠. 그다음은 팔다리, 머리 순으로 피가 가지 않습니다. 제일 마지막까지 따듯해야 하는 곳이 가슴과 배죠. 어찌 보면, 우리는 가장 보온이 덜 필요한 곳을 제일 따뜻하게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하체 중에서 허벅지 보온이 중요한 이유는, 근육량이 많아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열손실이 많은데, 하체에서 가장 근육량이 많은 곳이 허벅지이고, 또 대부분 바지를 입으면 허벅지가 바지와 제일 밀접하는 부분이라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온을 해야 할까요?
우선 바지는 두 겹이라야 따듯합니다. 겉바지와 속바지가 따로 있고, 그 사이가 떠있어야 좋죠. 겉바지는 어느 정도 방수, 방풍이 되는 것이라야 하고, 속바지는 면 반바지 같은 것이면 더 따듯하고 편합니다. 물론 그 아래에 내복을 입으면 더 따듯하겠죠. 그리고, 종아리도 종아리워머 같은 것을 차고 바지를 입으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무릎이 자유로워져서 활동은 편하면서 보온은 확실하게 되는 보온시스템이 되죠. 같은 이유로 상체에도 잠바를 겹치는 것보다, 조끼를 껴입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럼 발은 어떻게 보호하는 게 좋을까요?
발의 보온은, 기본적으로 물기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아무리 두꺼운 신발이라도 바람이 숭숭 뚫고 지나가고 물이 스며든다면 삼십 분을 못 넘기고 발가락이 시려지기 시작하겠죠.
제일 좋은 것은 발부분이 방수처리된 털장화입니다. 보통 배달하시는 분들이 많이 신으시더군요. 오토바이로 한겨울에 돌아다니시려면 발보온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꺼운 양말은 기본이죠.
이 정도면 충분히 따듯하겠지만, 발을 더 따듯하게 하려면 발바닥에 털깔창을 까는 것도 좋습니다. 깔창이 이중으로 되면 습기도 막아주고 냉기도 훨씬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한겨울에도 발은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렇게 보온을 해주면, 한겨울에 바지가 흠뻑 젖게 얼음 위에서 얼음을 깨 가면서 놀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겉바지는 젖지만 속바지까지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리는 따듯하고, 발도 젖지 않아서 영하 10도 정도의 추위에도 끄떡없죠.
오늘은 겨울철 보온, 특히 하체 보온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습니다. 참고하셔서 다들 따뜻하게 겨울을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