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어 sama-sama expr. 별말씀을요.
*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목에서만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발음을 표기했고 본문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태국에선 고맙다는 말을 굳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말.모.여. 6편- 태국어 [컵쿤막크랍] 편 참조)
말레이시아에선 내가 고맙다는 말을 부풀려 하는 게 아닌, 상대방이 고맙다고 말해 주길 바랐다. 태국어 부사 ‘막’이 가진 말랑한 느낌처럼, 말레이어의 ‘사마사마’(Sama-sama)라는 표현이 내는 말랑한 느낌 때문이다. 누군가 감사 표시를 했을 때 ‘별말씀을요.’라고 받아치는 표현이니 이 말을 듣고 싶다면? 고맙다는 말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현지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라고 시키거나 고마워해야 할 상황을 억지로 만든 건 아니다. 여행자는 분명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는 만큼 많이 받기도 한다. 호텔, 식당, 택시 등등. 손님의 입장이 되면 자연스레 고맙다는 말을 받게 된다. 그럴 때마다 빼먹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마사마."
이 대답을 의식해서 '빼먹지 않고' 하려 한 이유는 프랑스인 친구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한국인에게 입소문이 난 파리의 어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친구였는데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인은 왜 고맙다는 말에 대답을 안 하냐고. 프랑스어를 못하는 걸 지적하는 게 아니었다. 그 친구도 영어로 말했으니 상대방도 충분히 “you’re welcome.” 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 좋지 못한 인상이 각인된 것 같아 서둘러 설명했다. 한국말에 ‘천만에요’는 표현 그 자체가 잘 안 쓰인다고. 지금껏 일상에서 고마워요-천만에요 짝을 이루는 대화를 들어본 적이 없다. ‘별말씀을요’는... 조금은 들어본 듯하다. 그마저도 잘 쓰이지 않아 보통 대답을 안 하거나 ‘아니에요’라고 하지 않던가. 설명을 듣고 한국인의 행동을 좀 이해하는 듯했지만 고맙다는 말에 ‘No’라는 대답이 이어지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천만에요’가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는 뜻이니 ‘아니에요’랑 같은 말인데 말이다. 근데 영어를 떠올려 봐도 'Thank you'했을 때 'No'라고 하면 좀 웃기긴 하다.
뜬금없이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는데 다시 말레이시아로 돌아오자. 친구의 말 때문에 외국 여행 때 고맙다는 말에 꼭 ‘천만에요’라고 반응하려 애썼다. 다행히 여러 언어의 '천만에요' 문장 중 말하는 사람의 기분이 가장 좋아지는 문장은 말레이어, '사마사마'였다. 발음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거창하게 혀를 굴리거나 성대에 힘을 주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말로 잘 쓰지 않는 표현인데도 어색한 느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천만에요'가 아닌 '사마사마'여서 한 번이라도 더 쓰려 했던 걸지도 모른다.
얼마 전 홍대에 있는 말레이시아 식당을 갔다. 서빙 직원이 한국에서 유학 중인 말레이시아 학생을 보자마자 '사마사마'가 불쑥 생각났다. 외국 나가면 현지 말을 써 보려고 기를 쓰면서 한국에서 외국말 하는 게 어색한지 입이 자꾸 안 떨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했다. 카드를 돌려주며 그녀가 유창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란다. 이때다 싶어 '사-'하고 입을 열다 바로 닫았다. 사마사마는 트리마 카시(Terima kasih, 고마워요)와 짝꿍이지 감사합니다와는 짝꿍이 아니니까. 대신 소심하게 '트...트리마 카...시'라고 했다. 미소를 보이던 직원은 뒤돌아 나가는 내 뒷통수를 말랑한 문장으로 쓰다듬었다. "Sama-s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