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막' 붙이고 싶은 부사, '막' (มาก)

태국어 ขอบคุณมากครับ expr. 대단히 감사합니다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6)


태국어 ขอบคุณมากครับ [컵쿤마-ㄱ크랍]

expr. 대단히 감사합니다.


고맙다는 표현에 부사 ‘대단히’를 더할 때

이보다 더 잘 어우러지는 말이 있을까?

very much도 마꼬또니(まことに)도 아닌 태국어의 마~~ㄱ.


*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목에서만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발음을 표기했고 본문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여행할 때 꼭 외워 가는 현지 표현, 감사합니다. 보통은 사소한 상황(주문한 음식이 나왔거나 길을 안내받았거나 하는 상황)에서 쓰는 말이라 그런지 ‘정말’, ‘대단히’ 같은 부사까지 붙일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은 쓸 법한 말이다 보니 Thank you 두 음절까진 괜찮지만, very much는 ‘투머치’다.


태국에서는 자꾸만 이 투머치한 부사를 넣게 된다. 꼬불거리는 모습에 쉽게 친해질 수 없는 태국 글자와는 별개로 누구나 친숙하게 알고 있을 표현 ‘컵쿤크랍(여성은 컵쿤카)’. 감사하다는 표현인 컵쿤(ขอบคุณ), 존댓말 어미로 붙여주는 크랍(ครับ, 카/ค่ะ) 사이에 ‘막’(มาก)이라는 부사를 넣어서 하는 말이다.


KKK1.jpg 동글동글 꼬부랑꼬부랑, 태국어의 글자처럼 말랑~한 어감의 '컵쿤 마~ㄱ 크랍'. ⓒ Fernweh



태국어 부사 ‘막’과 우리말 마구의 준말인 ‘막’의 모양이 같아 막 갖다 붙이고 싶다며 아재 개그를 쳤지만, 실제 소리를 들어보면 왜 이 말을 자꾸만 붙이고 싶어지는지 공감이 갈 것이다. 모음 ‘ㅏ’(า)는 장음이라 ‘마-ㄱ’처럼 읽고, 시옷 모양의 기호(∧)처럼 높은음까지 쭉 올랐다 떨어지는 성조라 ‘마~~ㄱ’의 느낌으로 읽는다. (글에 성조를 입힐 수 없으니 저 느낌으로 읽어보시길) 성조, 장음이 더해진 ‘마~~ㄱ’이란 소리가 ‘많~~이’ 고맙다고 연상이 되어서인지 자꾸만 ‘컵쿤크랍’ 대신 조금 과해 보여도 ‘컵쿤마~~ㄱ크랍’, 많~이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된다. “엄마, 아빠 얼마나 좋아?”라는 질문에 꼬마 아이가 짧은 팔을 최대한 크게 뻗어 원을 그리며 ‘이 마~~~~큼’이라 말할 때의 그 마~~~의 말랑한 음가가 느껴져서 자꾸 쓰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KKK2.jpg 인사할 때 합장을 하는 태국 문화가 더해져 더 친절하게 느껴지는 컵쿤 마~ㄱ 크랍. ⓒ Fernweh

입으로 마~~ㄱ소리를 자꾸만 내서일까. 마~~ㄱ을 글로 쓸 때도 손끝에 뭔가 말랑한 느낌이 전해진다. 승무원 재직 시절, 방콕 레이오버를 마치고 호텔 방을 나올 때 팁을 올려두며 메모장에 꾹꾹 눌러 적은 말이 바로 감사하다는 ‘컵쿤크랍’이었다. 컵, 쿤을 쓰고 이어서 크를 쓰려다 허전함을 느껴 소리로 내던 ‘마~~ㄱ’의 말랑한 느낌을 손끝에 전달한다. 그렇게 글로도 완성된 여행의 말, ‘컵쿤막크랍’.


이렇게 쓰다 보니 갑자기 드는 궁금증.

Q: 태국어를 할 줄 아세요?

A: 아니요. 그런데 태국 글자만 쓸 줄 알아요.


당시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무료 외국어 인강을 들을 수 있었다. 취미 삼아 선택한 태국어. 시작은 취미였는데 끝은 오기였다. 글자만이라도 다 떼겠다는 오기. 문자 자체가 한글보다 복잡해서 글자를 ‘그려 보기’에 가까웠다. 겨우겨우 마흔두 글자 자음을 뗐는데, 웬걸 모음도 만만치 않았다. 한글은 초성을 기준으로 모음이 오른쪽이나 아래쪽에 붙는데 이 친구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위아래, 좌우 모든 위치에 모음이 붙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자음 양옆에도, 양옆과 위에 다 같이 붙기도 한다. 오기로 문자를 다 떼기는 했지만 난도 자체가 높다 보니 자유롭게 쓰지는 못한다. 그래도 이 글에 소개된 ‘ขอบคุณมากครับ’은 쓸 수 있는 정도랄까.


손끝으로 전달해 보는 '컵쿤마-ㄱ크랍'의 말랑한 느낌. (클릭하면 끝까지 재생)


여담: 경어 어미 중 남자가 붙이는 ‘크랍’은 실제로는 ‘캅’에 가깝게 들린다. 글자 자체는 ‘크랍’인데 예외적으로 발음이 ‘캅’인 건지, 구어체에서 그냥 ‘캅’이라 하는 건지는 태국어를 배워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근데 이 ‘캅’ 때문에 자꾸자꾸 하게 되는 아재 개그.


사왓디캅, 컵쿤캅, 로봇캅. (죄송합니다......)



ⓒ Fernw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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