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려는 자, 스쿼트를 해라

불가리아어 клек v. 쪼그려 앉다 n. 스쿼트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21)


불가리아어 клек[클렉] v. 쪼그려 앉다. n. 스쿼트

'유지어터'. 먹기 위해 운동하며 다이어트하는 사람

음식 대신 술을 선호하는 유지어터라면 불가리아에 가라

맥주를 마시려면 스쿼트를 해야 하니까


친구와 소피아 시내를 구경하다가 맥주를 한잔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가보고 마음에 들었다는 바(bar)가 있다고 해 그리로 갔다. 아쉽게 오픈 준비 중. 다른 가게를 찾아 비토샤 거리(명동과 비슷한 번화가)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NDK 광장 앞까지 와 버렸다. 광장에서 병맥주로 가볍게 목을 축이자며 친구가 잠깐 따라와 보란다.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겠다면서.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좀 이상했다. 사람 눈높이에 맞춰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무릎 한참 아래에 창구가 나 있다. 시내 쪽에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매장인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친구는 아주 자연스럽게 쓱, 몸을 숙이고 앉는다. 재밌는 구경거리지 않았냐는 듯, 개구진 표정을 하며 맥주 두 병을 들고 걸어왔다. 단순한 원리이다. 창구가 사람 무릎 아래 쪽에 있으니, 앉아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 원리는 단순한데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소피아의 유일무이한 노점상 형태. 친구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клек'[클렉]이란다.


IMG_4870.jpg 사진상으로는 감이 안 오겠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슥, 쪼그리고 앉아야만 주문할 수 있다.


쪼그려 앉는다는 뜻의 말인데, 헬스장에서 많이들 하는 동작 '스쿼트' 뜻도 있는 단어란다. 스쿼트 동작이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가 하체 근력을 이용해 일어나는 운동이니 명명된 이유는 쉽게 이해가 갔는데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노점상에서 주로 취급하는 건 스낵과 주류. 이걸 사려면 원치 않아도 스쿼트 1회를 해야 하는 셈이니까. 친구는 어렸을 때 비해 클렉이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불가리아에 우리나라처럼 '몸짱' 열풍이 불면 클렉이 다시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스쿼트 한 번 한다고 얼마나 몸이 변하겠냐마는... 그럼 맥주 한 병에 스쿼트 8회 3세트로 해야 하나...



DSC_0226.jpg 소피아 NDK 광장. NDK는 서울의 예술의 전당 같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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