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88)
'지켜보는고양' 1편과 2편에 이어지는 글.
집 앞 공원에 길고양이가 출몰한다는 건 나 같은 랜선집사에겐 횡재가 아닐 수 없다. 공원을 지날 때 고양이를 못 본 사이, 횡재에 행운까지 깃든 건지 출몰의 빈도가 잦아지며 출몰지는 어느새 그들의 서식지처럼 되어 버렸다. 링크해 둔 두 편의 글 속 사진에 담긴 고양이 무리는 (그때 그 고양이들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원의 체육시설 옆의 에어컨 실외기 주변을 제 집처럼 머물며 냠냠 쩝쩝 밥을 먹고 있었다. 실외기 아래 벽돌을 깔거나 위에 나무판자를 덧대는 식으로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이곳의 고양이를 돌보는 누군가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구석이었다. 예전엔 체육관 문 앞에 아무렇게나 물그릇 하나, 사료 그릇 하나가 놓여 있었을 뿐인데... 세심한 배려 덕에 냥이들이 마음 편히 조금이라도 더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녀석들도 사람 손을 많이 탔고 산책하는 사람이 눈에 익은 건지 내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먹던 사료에 열중하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길'고양이이기 때문에 내 욕심을 부려 좀 더 가까이 다가가거나 쓰다듬어 보려고 하진 않았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 아니, 고양이도 안 건드리는 게 국룰이니 딱히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임을 확인했음에도 두어 발치 더 떨어져 거리를 두고 걸어 내려갔다. 오히려 상대를 신경 쓴 건 내 쪽인 셈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동안 배 곯지 않고 무사히 버틸 수 있게 해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배려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