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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Sep 21. 2022

지켜보는고양 (2)

단상 (66)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공원을 지나는데 멀리서부터 익숙한 시선이 느껴졌다. 


https://brunch.co.kr/@ksh4545/228


그렇다. '지켜보는고양'에서 날 지켜보던 시선과 같은 고양이의 시선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새끼다! (욕한 거 아니다!) 



저번에 본 성묘가 낳은 새끼인가. 그때 본 아이는 정수리와 귀, 등의 점 같은 얼룩만이 검고 나머지는 다 하얀 아이였는데, 지금 날 '지켜보는고양'이 두 마리는 콧방울을 빼면 다 검은 고양이다. 부동자세로 날 지켜보던 하얀 성묘를 지나치고 만났던 새끼는 딱 그 아이와 닮은 하얀 고양이였는데. 뭐, 유전적 형질이야 암컷이나 수컷 한쪽만 타고 나는 경우가 있으니 하얀 고양이의 상대가 검은 고양이었다면 같은 배에서 나온 새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아, 하려던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보통 길고양이라 하면 사람을 경계하기 마련이다. 먼발치에서 사람이 다가오는 기척만 느껴도 후다닥 자리를 뜨는 게 길고양이 아닌가! 더군다나 지켜줄 어미가 주위에 없는 새끼 냥이의 경계심은 성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가 없다. 이런 상식을 뒤집듯 이 검은 새끼 냥이 두 녀석은 날 보고도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앞에 쭈그려 앉아 사진을 찍어대도 뚫어지듯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지켜보는고양'이라는 닉값을 톡톡히 하는 귀여운 녀석들이로구나!


실외기 옆에 사료와 물그릇을 따로 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까지는 길고양이를 위한 식탁이 건물 주위의 아무 곳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 주변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어져 고양이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한 모양이다. 한 사람의 행동이 아닌 여러 사람의 행동이라고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한 이유는 새끼 고양이가 처음 보는 날 보고도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오며 가며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겨주고, 그중 단 한 명도 자신들을 헤치려 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니까.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왼쪽 녀석이 차오르는 감수성에 재를 뿌리려는지 하품을 크게 한다. '츄르를 안 줄 거면 그냥 가버려라냥', 하고 눈치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다음에 올 땐 츄르든 뭐든 챙겨 오마, 다짐하며 자리를 떴다. 


츄르 가져오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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