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어 你食咗飯未呀 expr. 밥 먹었어요?
중국어, 광둥어 둘 다 모르지만, 밥 먹었냐는 질문은 익히 알고 있다. 발음이 우리말 비속어로 해석되어 종종 개그 코드로 사용 되는 문장. ‘니취판러마(你吃饭了吗)’와 ‘조판매아(咗飯未呀)’. 정말 비속어가 아니라는 부연설명까지 읽다 보니 문장 성분이 먹다(취,吃) + 밥을(판,饭) + 과거·의문 조사(러마,了吗)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중국어를 배우지 않았음에도 이해하기 어렵진 않았다. 광둥어도 비슷한 구성이라 생각하다가 홍콩 여행 전 문득 ‘조판매아’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궁금해졌다.
‘조판매아’는 비속어처럼 들리는 부분만 따온 것. 주어, 동사를 포함하면 ‘네이섹조판매아’가 완벽한 문장이었다. 주어(你,네이)와 목적어(飯,판), 동사(食,섹)는 중국어나 우리말 한자 소리와 비슷해 금방 이해했다. 과거·의문 조사로 각각 쓰였을 남은 단어를 보는데 희한한 순서였다. 과거형을 만들려면 조(咗)와 매(未)가 동사와 목적어 사이사이로 들어간다. 광둥어의 과거형 문장을 정리하면,
咗 + 동사 + 未 + 목적어, 인 것이다.
모국어 화자가 아니면 과거 이야기를 할 때 꽤나 헷갈릴 듯했다. 홍콩 여행도 그랬다. 과거형 조사를 동사 앞뒤로 붙이는 광둥어 마냥 헷갈렸다. 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은 헷갈리는 감정의 연속. 이 감정의 문장을 이내 <咗 + 좋다/싫다 + 未 + 홍콩>의 구성에 넣어 홍콩이 ‘좋았다’, ‘싫었다’라고 번갈아 내뱉었다.
(아래는 부여된 번호대로 좋은 점, 싫은 점을 교차해서 읽으시길)
咗+싫다+未+홍콩/
(1) 잔돈 안 거슬러주는지 모르고 버스 탔다가 공격적인 기사 말투에 기분이 나빠짐
(2) 식당에서 계산서를 툭툭 던지듯 놓고 가는 게 불쾌
(3) 합석 문화가 영 어색해 불편(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4) 시내에서 탄 트램이 너무 느려 답답해함
(5) 기대했던 스타의 거리, 심포니 오브 라이트에 실망
咗+좋다+未+홍콩/
(1) 다른 승객이 잔돈을 바꿔주는 친절에 기분 좋아짐
(2) 모든 테이블에 그렇게 하는 걸 보고 이해
(3) 옆에 합석한 현지인이 추천해 준 메뉴로 ‘맛점’ 성공
(4) ‘완행’ 트램 속에서 보는 풍경이 색달라 그대로 쭉 시내 구경
(5) 별로였던 관광지를 다 잊게 만든 빅토리아 피크에서의 홍콩 야경
사소한 사건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조매(嘲罵)’* 할지도 모르겠다고 느낀 건, 홍콩 여행을 과거형 조사 ‘조’, ‘매’ 사이에 넣어 추억해서일까. 특히나 홍콩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더욱 날 ‘조매’할지도 모르니 서둘러 나쁜 기억을 홍콩 야경 속에 감춰버렸다. 그런데도 ‘홍콩은 좋았다’로 끝맺지 못하는 이유. 애증의 ‘가우룽’(kowloon, 九龍)을 만나서였다.(다음 편에 계속)
* 조매(嘲罵)하다: 업신여기어 비웃으며 꾸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