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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Mar 02. 2024

아침엔 맥모닝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마라, 적당한 시기를 놓치면 후회한다,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라, 기회는 한번뿐, 실패는 곧 끝, 이런 의미로 ”버스 떠나고 손 흔들어봐야 소용없다 “고 한다. 우리나라에 버스가 교통수단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이후에 생긴 말일테니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텐데 자주 인용되는 걸 보면 버스가 사회 변화에 끼친 영향이 소 잃고 고친 외양간보다 큰 듯하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처럼 인생이, 만남이, 관계가 마지막 한 번뿐인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엔 안되면 다음에 될 수 있고, 오히려 다음이 더 좋을 수 있다. 버스가 한 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정 안되면 다른 이동수단도 있고, 다음 버스를 타도 된다. 버스, 거기 머시라꼬!


지하철로 이동하며 카카오맵으로 도착시간 검색했더니 5분 늦는다. 알레버스에 전화해서 사정 얘기했더니 다른 분들 기다리고, 다음 출발장소(동래역)에 탑승자 있어서 최대 3분 이상은 힘들단다. 알레버스 이용자의 약속이란다. 불과 5분인데! 그 정도도 못 기다리냐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안 했다. 내 사정이 아무리 특별하고 안타까워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선 안되기에. 한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기가 얼마나 힘든 지 알기에, 다음엔 내가 개인 사정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달이 떠있는 새벽 5시에 일어났지만 마을버스, 지하철 대기, 환승시간을 충분히 감안하지 못한 내 불찰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계단을 한달음에 올라갔는데, 역시나 버스는 떠나고 없다. 웬만해선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부산이 -4도, 바람마저 드세서 아열대 동네인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산 짝퉁 노스페이스 파카 속으로 목을 움츠린다.


출발 당일이라 환불 안된다. 담배 외에 꼭 필요한 거 아니면 가급적 소비 안 하는데, 몇 분 늦어서 거금 48,000원을 날렸지만 신입회원이라고 특별 대우 없고, 정시 출발하는 알레버스 운영방식 마음에 든다. 다음 버스는 꼭 타자. 어찌나 세상만사를 낙관적으로 보고, 감정 회복 탄력성이 좋은지, 스스로 자뻑하다가 1년이 다돼 가는데도 그에 대한 마음이 여전한 걸 보면 그것도 아닌가 싶고.


휴무일 새벽부터 일어나 1시간 걸려 시내로 나오는 수고 끝에 허탕 쳤는데, 이런 날은 나를 위로할 외식이 필요하다. 몇 년째  휴무일 아침식사는 빵과 커피, 지금 시간에 빵과 커피가 되는 곳은 프랜차이즈뿐이다.


프랜차이즈 중엔 #파리바게트(SPC) 빵이 그나마 나은데 노동자의 연이은 죽음과 재해에도 실질적인 시정조치와 정당한 손해배상을 했단 소리를 듣지 못해서 나 홀로 불매를 1년 넘게 하고 있으니 쳐다볼 필요 없고, #롯데리아 리아모닝이라고 맥모닝 비슷한 메뉴가 있는데 롯데 계열은 천사인척 다방, 톰형제 다방까지 커피가 너무 맛이 없어(레쓰비가 제일 낫다) 패스, 기대도 실망도 없는 딱 평균의 표준화된 맛을 제공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맥씨네로 고고~ 앱 결제로 머핀, 해쉬브라운, 커피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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