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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Mar 16. 2024

나는 부럽지가 않어

2024년 3월 9일(토, 맑음)

집-브라이트 베이커리(커피와 수다)-(금곡)-(호포)-송림식당(점심식사)-통도사-집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리 없듯 50대 중년의 남자 둘은 빵집 창가에 앉아 수다를 한 시간여 떤다. 출발 전 의식이라도 치르듯. 오늘 목적지는 통도사. 예상외로 신호등은 많지만 도로가 넓어서 오토바이 타기 괜찮다. 반대편 차선에서 손을 드는 라이딩 에티켓을 하기에 반갑게 손을 들려는데 이미 지나간 뒤다. 내 손이 늦거나 그가 빠르거나. 오도방족들이 제법 다닌다. 봄은 오고 있다.


쓩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 쓩카부터 시끄러운 배기음으로 자신을 봐달라고 징징대는 놈까지 다양한 오토바이들이 보인다. 배달족을 제외하곤 우리보다 상위 기종이다. 그래봐야 난 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https://youtu.be/SzyB2xBqkps?feature=shared

왜냐고? 나에겐 80km도 충분히 빠르고, 시끄러운 거 싫고, 비싼 오토바이에 맞는 온갖 장비 착용하기 불편하거든.


통도사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초파일 절 입구처럼 차량 행렬이 길게 줄을 섰다. 점심시간을 지나서 배가 고픈데 입구부터 막힐 땐 금강산도 식후경! 식당을 찾다가 유명 사찰 앞 뜨내기손님 대상으로 하는 식당이 거기서 거기니까 시장이 반찬이라고 눈에 보여서 들어간 송림식당. 맛있어 보이지 않는 외관에 이런 산골에 웬 생선구이 정식이라니! 고등어와 갈치를 주문하고 별 기대 없었는데, 오호호~ 밥 2그릇을 먹을 때까지 생선이 남을 정도로 두툼하고 맛있다. 껍데기만 보고 그냥저냥 한 식당인 줄 알았는데, 여행(삶)에서 버려야 할 2가지는 선입견과 편견이다. 다음에 통도사(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근처에서 밥 먹을 일 있음 또 간다. 껍데기는 가라~


통도사 입구에서 출입 진행인원이 오토바이는 못 들어간단다. 평균 가격이 차량보다 싸서, 배기음이 시끄러운 놈들 때문인가? 그럼  배기음 시끄러운 슈퍼카는 출입할 수 있나? 통도사 영내에선 자연파괴하는 영축산 케이블카 반대 서명을 받던데, 배출가스가 월등히 많은 자연파괴의 원흉 중의 하나인 자동차는 입장시키면서 오토바이는 막는다. 주인 배부르면 머슴 배고픈 줄 모른다더니 통도사 스님은 오토바이 안 타나 보다. 지리산 어느 절 스님은 125cc 이하 오토바이 타고 잘만 다니던데.


통도사 경내는 테마파크처럼 사람들로 북적대서 오래 머물 수 없었고, 머물기도 싫었다. 오토바이 출입을 막은 덕분에 입구 주차장에서 절까지 이어진 송림 숲길을 걸을 수 있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송림 숲길이 좋았다. 출입을 막은 진행인원에게 고맙다 해야 할 판이다.


송림 숲길을 걸으며 보니 절보다 더 넓을 것 같은 주차장이 절 입구까지 들어찼다. 무소유를 얘기하고 물욕을 버리라는 절에서 주차장은 자꾸 넓힌다. 한국의 절이 망하는 이유 중에 주차장 포함될 것이다.


건물 기둥에 걸린 한자로 휘갈긴 글구가 뭔 뜻인가 싶었는데, 밑에 한글로 풀어뒀다. 속세와 연을 끊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노닐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다. 봄이 오고 있다.

뉘라서 능히 손을 잡고
함께 노닐손가


부럽지가 않아


장기하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니가 가진 게 많겠니

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

한번 우리가 이렇게 한번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너한테 십만 원이 있고

나한테 백만 원이 있어

그러면 상당히 너는 내가 부럽겠지

짜증 나겠지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

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

나는 과연 니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

아니지

세상에는 천만 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

짜증 나는 거야

누가 더 짜증 날까

널까 날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

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아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지 뭐

아니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아주 뭐 너무 부러울 테니까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어?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전혀 부럽지가 않어

#통도사

#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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