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들은 건축양식이나 사용된 재료가 비슷해서인지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이미지는 비슷한 편이다. 그렇다 해도 드레스덴은 작센 지역의 맹주였고, 현재도 중심도시라 그런지 지금껏 다녔던 고만고만한 도시들과 건물 규모나 화려함이 확연하게 차이 난다. 근데 이런 곳을 한국인들은 소도시란다. 대체 어디를 다니길래, 참나! 기차역부터 압도적이잖아.
지난번엔 드레스덴 필하모니 공연 시간까지 잠깐 둘러본 게 전부였고, 불빛으로 현혹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싶었다. 조명은 분위기는 살리지만 실체를 가리니까. 그래봐야 시각이 주는 기쁨은 휘발성이 강해서 오래 남지 않는다.
드레스덴 크리스마스마켓이 유명하다더니, 글쎄다. 딱히 손이 가지 않는 크리스마스 관련 각종 기념품(은 독일산일까?), 홈메이드를 강조한 이런저런 음식 재료,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 그리고 소시지와 맥주를 판다. 한국 지자체의 축제에 빠지지 않는 팔도장터랑 메뉴만 다를 뿐 별반 다르지 않다. 지겹고 시끄럽게 줄곧 틀어대는 트로트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독일 하면 소시지 아닌가? 오리지널 튀링어 소시지를 빵에 끼워 파는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맛있나? 궁금하네. 그럼 먹어야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소시지 2개 주세요
후와~ 크기가 상당해서,
-(손으로 자르는 시늉을 하며) 컷, 컷
-(이 놈 봐라)
또 하나를 그냥 주려기에
-(또) 컷, 컷
-(독일말이니 짐작으로) 이런 니미럴~ 소시지를 잘라먹고 지랄이야, 하나 해줬으면 됐지, 또 해달래
-(당신 말투와 몸짓으로 충분히 짐작됐다) 그냥 주세요
남녀노소 누구도 소시지를 잘라먹지 않는다. 육즙이 손으로 흘러내려도(이게 싫어서 잘라달라 한 건데) 우걱우걱, 맛있다, 맛있다. 손이야 닦으면 돼지. 드레스덴은 소시지로 기억되겠구나. 그걸로 충분하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느낀 여행지의 기억이 오래 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