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10kg 이상 빠진 이후 지방층이 없어서인지(작년에 보건소에서 인바디 2번 해보니 체지방율 8% 초반) 배 고프면 당이 떨어지고 몸이 급격하게 불안정해져서 오후 3시 전후로 점심을 먹는 편이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배송구역이 같아도 배송할 집수와 물량에 따라 배송시간이 다르니 배송 간 동네에 싸고(돼지국밥 9천 원! 곧 폭동 일어난다)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점심 뭐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부산대병원 인근이라 가격대비 맛과 양이 좋은 6천 원 돈가스 먹으러 종종 가는 분식집으로 달려갔는데 문을 닫았다. 하~ 뭘 먹나? 근처 돼지국밥집이 생각났다. 국물과 고기는 그저 그런데, 밥이 괜찮았던 것 같다. 찬이 좋아도 밥이 별로면 몸이 기억하지 못한다. 식당은 밥이 우선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근데 밥을 퍼다 만 것처럼 공깃밥 양이 너무 적어서,
-사장님, 밥이 원래 이리 적은교?
-(공깃밥 하나를 들고 오며) 그것도 남기는 사람이 많아서요
-에에~ 이걸 남긴다고요? 세 숟가락이면 끝나는데
-더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이소
-네.(공깃밥 2개를 더 먹었다)
매년 쌀 소비량이 줄고, 나이 들수록 밥양이 준다는데, 50대 택배 노동자는 히딩크처럼 여전히 배가 고프다.
남아있는 배송물량이 부담돼서, 배 부르면 계단 탈 때 몸이 부대낀다 등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점심을 거르는 동료들이 있다. 점심을 굶고 배송 끝내고 먹거나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간단하게 때우는 동료들도 제법 있다. 나 역시 마땅찮은 식당이 안 보이면 편의점 도시락(은 종류가 다양한데 같은 맛을 내는 신기한 먹거리) 먹는다.
젊은 몸이라 지금은 괜찮아도 늙으마 몸에 티 나니까 점심 챙겨 먹으라 얘기하지만, 언제나 젊은 그들에게 늙은이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 어쨌든 점심을 먹었든 아니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퇴근 시간이 밤 8시 30분(주말은 8시) 전후라 배는 고프다.
배송 끝내고 휴게실에서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동료(중에 주로 1인 가구)들이 자주 하는 말, “오늘 뭐 먹지?”
보통은 집에 도착하면 씻고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데,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오늘은 배가 그리 고프지 않다. 끓여둔 김치찌개(한 번 끓이면 최소 4~5번 먹을 수 있게)는 당기지 않고, 냉동실에 있는 통밀 식빵을 꺼냈는데 어라~ 잼이 없네! 으음… 찌개에 넣으려고 산 만가닥 혼합버섯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계란 3개를 풀어서 버섯이 살짝 익을 정도로만 굽는다. 냉장실에 들어간 지 며칠 된 상추를 곁들이고. 오호~ 이 조합 괜찮은데! 한 끼 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