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AI, 디자인, 창작활동
카피, 표절, 모방. 특정 작품이 떠올를 만큼 따라 한다면 들리게 될 단어이다. 그림을 그려보거나 공부했다면 알다시피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따라 하며 배워간다.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따라 한다는 기준이 모호한 것일지 모른다. 무엇을 얼마만큼 따라 해야 문제가 없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 있을 것이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모방과 표절을 하는 경우 오마주, 패러디라고 한다. 오마주는 원작의 특정 부분을 작가의 스타일로서 유사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작품과 작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서 원작이 떠오르도록 만들어 간다. 패러디는 원작을 존경하는 것은 같으나, 원작의 특정 부분을 과장, 풍자,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다. 둘은 비슷한 듯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작이 떠오르게 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을 우리는 표절, 모방이라 비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작이 떠오르도록 표현했으니까. 하지만 오마주와 패러디에 대해 모방과 표절의 기준이 될 선은 공식적으로 지정되진 않았다. 따라서, 작가가 되도록 특정 원작을 차용했다 느껴질 만큼 여러 설정과 클리세를 가져왔는지, 원작을 숨겨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여 문제가 되는지의 차이가 선을 나누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은 원작의 작가가 심리적으로 부정적이라 느끼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선이 되지 않을까.
오마주와 패러디 말고 원작을 따라 하는 대표적인 작품이 팬픽(fanfic)이다. 팬픽은 팬픽션(fan fiction)의 줄임말이다. 이는 특정 원작의 열성적인 팬이 원작의 설정을 빌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뜻한다. 팬픽에는 기존 원작의 설정을 빌려 만든 외전, 기존 원작의 그림체를 유사하게 만들어 나가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팬픽은 원작에 대한 존경과 관심, 열성적인 덕후 기질에서 나오게 된다. 그렇기에 팬은 원작을 여러 번 읽고 그림을 따라 그리며, 원작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새로운 콘텐츠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팬픽은 모방과 표절이라 보기 애매한 것이, 원작을 여러 번 읽고 그려가며 원작과 가까워지도록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며 팬픽에도 '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 본다. 이는 작품과 작가를 따라 하는 노력과 시간이 없어지고, 작가의 그림을 학습시킨 AI로 쉽게 그림을 생성하고, 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웹툰도 AI로 생성하여 연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AI로 원작을 파괴하는 행위가 쉽게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가 그 사례다. 뷰티풀 군바리는 여성이 군대(경찰) 생활을 하는 내용을 다룬다. 그 안에는 여러 여성이 등장하고 있다. 원작의 그림체는 다음과 같다.
최근 생성형 AI에 뷰티풀 군바리 캐릭터를 딥 러닝하고 후보정을 하여 원작과 유사한 일러스트를 생성한 사례가 있다. 원작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보다 도발적이고 야한 느낌으로 그려나간 그림이다. 심지어 웹툰과 같이 만화를 그려나간 장면에서도 이질감이 없다. 실제로 원작 작가가 그린 것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운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원작에 대한 조롱이나 비하가 된다면, 팬픽으로 생성한 이미지나 원 작가의 심정은 좋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작과 창작에 대한 윤리적 문제로 넘어가지 않을까.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어서는 안 되지만, 원작을 존경하며 따라 하기 위한 노력 없이, 그저 소비용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게 되는 것은 옳지는 않을 것이다.
생성형 AI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은 노력일 수 있다. 하지만, 한 작가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그림체와 원작의 여러 설정을 데이터 학습의 노력만으로 넘어가기에는 무거운 감이 있다. 그러니 팬픽을 그리기 위해 많은 시간 원작을 따라 그리던 사람들에 대한 노력을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생성형 AI에 어떠한,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학습시켜야 할지 윤리적인 '선'이 정해지진 않았다. 아직은 법적으로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영역이라고 본다.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서 안되지만, 그렇다고 원작의 보호를 무시할 수도 없다. 이러한 문제는 이제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논쟁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최적의 '선'은 어떻게 그어지게 될까.
*위 글은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의 AI 윤리에 대한 스터디 그룹 토론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