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작품을 향한 마음과 AI 활용
생성형 AI가 우리의 노동 강도와 가치를 바꾸고, 새로운 일자리를 탄생시키고,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일으킬지 모르기에, 우리는 많은 이슈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도구는 도구일 뿐.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이는 큰 가치를 만들수도, 아니면 논란만 만들수도 있다.
이에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떠한 서비스가 될지 다양한 상상을 나눠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의 컨셉에 대한 가능성과 이야기를 통해, 생성형 AI의 기술을 어떠한 방향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미래를 향한 즐거운 여정이 되지 않을까.
생성형 AI와 작가 사이에 선이 필요하다면, 그 선은 무엇일까. 표절인지 모방인지, 패러디인지 오마주인지. 원작 작가가 보고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느낌은 무엇일까. 인지와 마음이 아닐까 한다.
인지는 특정 대상을 보고 그것을 어떠한 것으로 인식하는 일이다. 객관적 실재에 대한 의식으로부터 형성되는 사람의 생각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인식은 사람의 실천에서 시작되고, 실천을 통해 감각적 직관에 의해 직접적이고 개별적, 구체적, 감성적인 부분을 통해서 무언가를 형성하며 정의된다. 이는 사물의 본질, 본성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외면적인 것에 대한 느낌에 가깝다.
그렇다면 마음은 무엇일까. 마음은 대상을 보고 느껴지는 긍정, 부정적인 감정을 뜻할 것 같다. 오마주와 패러디를 보면 원작이 떠오를 만큼 직접적으로 설정을 채용하였기에, 원작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을 숨기려고 수를 쓰는 모방, 표절 등에 대해서, 원작 작가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를 바라볼 것이다.
이처럼 '선'이라는 것을 긋기 위해서, 원작 작가의 감정과 인식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AI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신경망을 바탕으로 구성된 기계, 서비스의 한 부류다. 인간은 이전 작품과 여러 그림에 대한 자료를 따라 그리며 학습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나 혹은 입시와 같은 목표를 위해서 그림을 연습하고 데이터를 습득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는 무언가 도전한다거나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마음'이 작용한다.
하지만 AI는 아니다. 데이터를 학습한 뒤, 사용자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생성하기 위해서 냉정히 역할을 할 뿐이다. 여기에 열정도 도전 의식도 없다. 그저 데이터를 학습했기에 행동하는 것이다. 즉, AI는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사람과 AI의 차이는 이런 마음의 태도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마음과 태도가 보다 중요할 것이다.
생성형 AI를 통해 이전 작가의 그림체를 학습시켜, 작가 사후에 후속작을 만들어가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인간이 이전부터 해왔던 행위기 때문에, 따듯한 마음 혹은 팬심을 아울러 콘텐츠를 만들게 된 것이다. 즉, AI는 인간의 마음과 태도에 따라, 의미 있는 창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담긴 원작을 따라 하는 창작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면, 원작의 외전이나 후속작을 다른 작가가 연재하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이는 작가가 살아있는 경우도, 작가의 사후에도 가능하다.
우선 작가의 결말이 팬 입장에서 석연치 않기 때문에, 팬픽으로 그리다 정식 연재를 한 사례를 소개한다. 이는 양영순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덴마' 작품의 결말이 석연치 않게 되어, 어느 한 팬이 팬픽으로 네이버 도전 웹툰에 팬 입장에서 결말을 다시 만들어 가며 정식 연재까지 하게 된 '덴큐'의 사례다.
작품의 열혈 팬이기에, 작가가 작품에서 던진 여러 떡밥을 회수할 수 있을 역량이 있었다. 그렇기에 네이버 웹툰에서 공식 연재를 하게 되었던 것이나, 많은 팬들은 원작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하였다. 바로 그림체이다. 공식 작가가 아닌 만큼, 그림체는 원작 작가에 비해 매우 부족하였다. 대부분 이러한 문제로 팬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백작가의 덴큐는 스토리를 팬 입장에서 매우 흡족할 만큼 마무리를 하였기에, 용두사미가 아닌 사두용미가 된 작품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일본 만화인 베르세르크가 있다.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는 급작스런 대동맥박리로 부고를 알렸다. 1989년부터 연재를 이어오며, 장인 정신으로 그림을 그려왔기에, 작품은 매우 느린 속도로 연재되었다. 작가가 한창 체력이 좋은 젊은 시절과 달리, 2~3년에 1권이 나올 만큼 연재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그 작품에 대해 많은 팬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이러한 베르세르크 연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는 작가가 살아생전에 전반적인 스토리와 결말을 주변 작가에게 전했기 때문에, 원작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은 작가의 문하생들이 모여 이어가는 방식으로 재연재를 시작했다. 물론, 위의 사례와 같이, 그림체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생겨났다. 하지만 다수의 팬은 그럼에도 결말까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이처럼 보는 사람과 원작의 설정과 그림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이어가는 작가,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원작 작가의 마음에 모방과 표절이 아니라면, 생성형 AI를 활용할 방향도 그 선을 같이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쉽게 그림을 생성해 주고 퀄리티 높은 이미지가 뚝딱 나오는 기술에 많은 우려와 기대를 하는 지금이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도구일 뿐이다. 도구를 쓰는 건 사람이다. 사람이 어떻게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지게 될 것이다.
*위 글은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의 AI 윤리에 대한 스터디 그룹 토론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