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AI, 디자인, 창작활동
앞서 AI의 발전 사례를 보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챗봇, 다 만들어진 AI의 음악 커버가 전부일 것이다. 이는 개발자가 없다면, 다 만들어진 기능을 사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즉, 무엇을 창작하기보다 그저 있는 기능 내에서만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자유롭게 AI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람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생성형 AI가 큰 이슈가 된 것일지 모른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같은 듯 다른 여러 그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약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창작 활동에 대한 범위와 노동의 강도 같은 영역에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네이버의 웹툰 서비스는 현재 AI에 대한 가이드,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웹툰 팬들은 생성형 AI에 대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도 쉽게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반발감, 생성형 AI가 아직 이미지를 완벽히 만들지 못한다는 반발감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팬들과 작가, 그리고 회사에서 반응을 하게 된 것일까.
우선,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하는 작가의 만화에 대한 문제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한 웹툰은 생성형 AI를 사용한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이는 아직 생성형 AI가 인간의 모습과 형태를 데이터로 인지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 중 몇 가지가 웹툰에서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생성형 AI는 아직 사람의 손가락을 표현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리고 데이터로 학습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하다 보니, 다른 작품의 구도나 캐릭터 등을 표절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네티즌은 생성형 AI로 연재하게 되면 양산형 AI 웹툰이 판치게 되며, 그림작가는 앞으로 공부는 안 하고 어떻게든 저작권을 피하는 꼼수만 쓰게 될 것이라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웹툰 업계에서 일하는 창작자의 70%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생성형 AI의 창작은 스튜디오나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는 데 도움은 되나, 공장처럼 찍어내는 만화로 인해서 그동안 작가들의 노력에 대한 가치와 한국 만화 시장의 가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1]
네이버 웹툰에서도 연재 작가가 생성형 AI를 쓰는 것은 문제 삼지 않고, 작가를 노리는 도전 웹툰의 작가들에게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도전웹툰의 여러 작가들은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마치 18세기 런던에서 섬유 기계가 등장하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 우려하는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하듯, 21세기 온라인에서도 AI를 금지하자는 운동이 진행 중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자 변화가 필요하기에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모방과 표절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연구에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기계가 인간의 특정 일자리를 빼앗은 것 같지만 새로운 노동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한다. 즉, 생성형 AI는 기존 작가의 일자리를 위협하겠지만, 또 다른 방향에서 새로운 일자리나 기회를 만들지 모르는 것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는 생성형 AI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옛 명작을 다시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만화계 거장 이현세는 네이버 웹툰에서 최근 연재를 하였다. 하지만 옛 방식에 익숙한 작가이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그리고 스캔하여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연재를 하였다. 네이버 웹툰은 이현세의 과거의 명작이었던 공포의 외인구단을 생성형 AI로 재연재를 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현세는 자신의 만화책 4174권을 AI에게 학습시켜, 자신의 작업이 길이 남는 불멸 영생하고 싶다고 했다. 즉, 작가의 사후에도 계속하여 만화는 진행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만화계 거장인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을 생성형 AI로 재연재를 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쯤, 생성형 AI가 아직 기술적으로나 창작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을 시기부터 데즈카 오사무의 그림을 학습시켜 연재를 하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에는 학습시킨 데이터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AI가 생성해 준 이미지를 인간이 보정해야 하는 일이 필수였다.
당시 데즈카 오사무의 화풍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과 학습시킨 후 생성한 이미지의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생각보다 어설픈 그림에 실망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화풍의 느낌을 내려는 것들이 보이며,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생성형 AI의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지나 2023년 일본 NHK는 데즈카 오사무의 블랙잭은 스테이블 디퓨전과 챗GPT로 재탄생시킨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의 수준이 높다 보니, 이전보다 완벽한 결과물이 나왔다. 몇 년 뒤면, 과거 명작을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최근 옛 가수의 목소리로 최근 음악을 커버하는 데서 오는 노스탤지어의 효과처럼 다가오지 않을까.
과거 무한도전의 한 프로에서 만화가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릴레이 웹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거기서 나온 이야기 중, 과거 거장이 이말년의 그림을 보고 업계를 떠나야 하는지 고민된다는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다. 이는 과거 그림 하나에 정성을 쏟는 화백의 정신으로 만화를 그렸는데,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는 만화는 그림체의 개성과 이야기의 재미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즉, 이말년의 만화는 그림체로서 화백이라 말할 만큼의 정성과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이말년의 그림을 하루 만에 습득시켜 AI로 사람을 그리는 프로젝트도 있다.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딥 러닝 한 AI의 코드는 무료로 배포되었다. [2] 이 프로젝트는 이말년 작가의 유튜버 네임인 침착맨을 본떠 '침착한 생성모델'로 명명하였다.
위와 같이 이말년 작가의 화풍을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AI는 여러 차례의 학습과 개발자의 개입을 통해서, 점차 그림의 형태가 사람이 그린 것처럼 만들어져 갔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사람의 사진을 보고 이말년 화풍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거기에 간단한 모션이 들어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화백의 정신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아티스트로 인정하며, 그들의 수작업에 대한 가치를 더 인정할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앱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으나, 아직도 종이 책과 뉴스는 건재하기 때문이다.
노동의 강도가 낮아질수록, 손이 많이가능 노동의 가치는 보다 각광받게 된다. 초밥도 언제 어디서든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어떻게 보면 고강도의 노동이 될 오마카세가 주목받듯 말이다.
작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현재 AI의 기술은 어디까지 표현할지. 현재는 사람의 손을 타야 하지만, 이러한 발전 속도라면 사람을 대체할 날이 정말 다가올지 모른다. 그 시기가 정말 금방일지도.
*위 글은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의 AI 윤리에 대한 스터디 그룹 토론을 정리한 글입니다.
[1] 한제윤. (2023). AI가 그린 거 아니냐고 말 나오고 있는 네이버 신작 웹툰. https://www.wikitree.co.kr/articles/855618
[2] https://github.com/bryandlee/malnyun_fa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