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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Dec 15. 2023

들어가며

대구, UX,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인

여름은 어느 도시보다 덥고,  어디에서나 산이 보이는 도시. 대한민국의 네 번째로 큰 광역시이자 경상북도의 중심도시. 바로 대구광역시다. 대구는 섬유와 기계 산업을 비롯해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비중이 큰 도시다. 최근에는 대도시형 산업구조 형태로 변화하며 서비스 중심의 3차 산업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의료, 문화, 관광 등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이 요구되고 있는 중이다. [1] 


이러한 대구의 또 다른 모습으로 교육도시가 있다. 근대 계몽운동의 필수 영역으로 학교 설립과 교육 확대가 있다. 대구는 계몽운동 시대에 대한제국 정부와 신지식층의 협력으로 근대 교육기관 설립과 천주교와 개신교 기반의 학교 설립을 추진하며 교육방식을 빠르게 변화한 도시이다. 


현재에도 대학과 연구중심의 도시 브랜딩을 위해, 대구의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경북대, 계명대, 델라웨어대학교 등이 모인 대구경북 연구센터인 대구테크노폴리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육지원사업에 43억 원을 투입하며 대구 북구는 글로벌 교육 도시로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환경 개선 및 퀄리티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대구를 산업과 교육의 도시라 말할 수 있을까. 


산업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기반 벤처 사업과 대구는 크게 연결고리가 없다. 물론 큰 게임회사가 있다고 하지만, 서울과 판교에 밀집한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에 비하면 대구는 불모지에 가까운 상황이 아닐까 싶다. 더하여,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프라가 집중되며, 비수도권 대학은 소멸위기 상황에 놓여있다. 이러한 현 상황에 대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지식과 경험을 쌓기 위해서 직접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했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을 통해서 간접 경험과 빠른 지식 검색이 가능해진 사회가 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음악전공 교수는 지식을 습득하고 기억하는 시대에서 어떻게 응용하고 활용할지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이는 세계 여러 지역의 음악과 시대 별 음악을 찾고 듣는 데 있어, 정보를 찾고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3]  이처럼 현대 사회는 온라인에 파편화된 지식과 정보를 모아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발상하고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지는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은 발상과 생각의 전환보다 암기 중심 교육이 시대의 패러다임을 잡고 있다. 


디자인 전공에서 암기 중심의 교육은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명확한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중요한 분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라면 기존의 틀을 부수는 것이 중요한 분야가 아니던가. 즉, 디자이너라면 같지만 같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관점과 이를 추론하고 증명하는 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마케팅, 심리, 인지 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경험 디자인 분야에서는 위 능력이 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는 한 사람이 여러 전공 분야의 지식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보다, 여러 분야의 전공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융합해서 기존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이끌어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UX(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 디자인 분야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한 지식과 정보, 앱의 온보딩부터 모든 태스크 과정에 해당하는 정보 위계질서(informantion architecture)를 그리고 관련 인터페이스 화면을 모두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해왔을 것이다. 이는 과거에 스마트폰 점유율이 높아지며,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고, 사용자와 만날 접점의 앱(app)이 만들어지던 시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웬만한 서비스의 앱이 다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그래픽 요소가 변하거나, 아니면 기존의 앱을 바탕으로 태스크 과정이 쉽게 흘러가도록 특정 부분을 수정 및 보완하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업데이트를 통해 앱의 구조를 쉽게 변화할 수 있고, 이에 서비스도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느 기업이 더 빠르게 나은 경험을 제시하고, 고객을 유치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미 잘 돌아가는 서비스에서 보다 나은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서, 서비스의 여러 파편화된 정보 위계질서 부분에서 특정 부분에 변화에 집중한다. 또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하더라도, 동일한 브랜드 경험을 유발하기 위해서, 가능한 기존 앱의 디자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신규 앱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완벽히 분석하고 공부하고 암기하며 상황을 바라보기보다, 빠르게 상황에 대응하고 변화에 유연한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 아닐까. 이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써 바라보며, 변화가 필요한 이유와 더 나은 경험이 유발될 것이라는 추론, 그리고 추론을 바탕으로 한 콘셉트를 증명할 수 있는 검증을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UX 디자이너에게 서비스 기획과 UI 디자인 능력을 요구하게 되었고, 이를 검증하는 업무까지 맡기기 시작했다. 이는 이쁘게만 만드는 UI 디자인과 검증되지 않을 콘셉트만 제시하는 기획자는 서비스를 더 나은 경험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은 사용자를 깊이 이해하는 UX 디자이너에게 표현력과 기획력을 요구하며 이를 프로덕트 디자이너라 부르기 시작했다. [4]


최근 온라인 플랫폼 중심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 더 나은 경험을 유발하기 위한 디자인의 변화와 이를 정량, 정성 분석을 통해 증명한 결과를 제출하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유발하기 위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추론과 디자인 표현, 그리고 이를 검증하는 능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이는 요즘 시대가 바라는 융합형 디자이너 인재의 필요 능력이 아닐까. 


스마트폰에서 쉽게 지식과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파현화 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발상과 새로운 관점을 추론하는 융합적 능력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능력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따라서, 현시대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은 교과서에 나온 앱을 만드는 방식과 기획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여러 방법론을 외우고 활용하는 것보다, 어떠한 방향이 되었든 더 나은 서비스 구축과 사용자 경험이 유발된다는 것을 추론하고 UI를 디자인해서 검증하는 융합적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업계는 언제나 그렇듯 학계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학계는 업계에서 즉각 활용될 디자인 능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나 업계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현황이다. [5] 이제 업계의 디자이너는 실무와 관련한 대학 교육이 부족하다 제시하고 있다. [6] 


최근 UX 디자인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이 중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현재 학계는 잘 대응하고 있을까.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업계가 주로 서울에 밀집한 상황에서, 대구에서 UX 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계가 업계의 변화보다 느린 만큼,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에 맞는 최적화된 방식으로 전문가 양성의 교육과 트레이닝 방식이 적용된다면! 근대 계몽운동 시대의 대구와 같이, UX와 프로덕트 디자인 전문가 양성에 최적화된 합리적인 방향이 될까. 


나의 학창 시절에 전국의 여러 동아리 중,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의 편집 동아리 활동이 정리되면 나오는 책을 보았다. 부럽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는 추억이다. 이에 함께 대구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UX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며 빛나는 프로젝트의 과정을 책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대구와 경북권에서 일생을 보내온 UX 디자인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과 수도권에서 살아오며 대구로 내려온 UX 디자인 전문가가 만든 이야기이다. UX 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고자 하는 데, 수도권보다 인턴의 기회나 인프라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우당탕탕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함께 성장하고, 경쟁하며, 전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2년 간의 과정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누구든 할 수 있고, 실패해도 배움이 있을 빛나는 청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조교수 장순규

함께하는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권민지, 이한나



참조문헌


[1] 강신윤. (2022.3.29) 대구시 산업구조 바뀐다…3차 산업 중심 대도시형 산업구조 재편. 영남경제신문. https://www.yne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1594


[2] 장영훈. (2021, 4.20) ‘명품 교육도시’로 도약하는 대구 서구.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419/106489571/1


[3] 스가노 에리코 저. 박승희 역. (2016). 하버드는 음악으로 인재를 키운다 음악을 교양으로 배우는 하버드식 교육. 서울; 양문.


[4]. 아르티옴 다신스키 저. 김정혜 역. (2023). 해결할 프로덕트 디자인 이제는 프로덕트 디자인이다. 서울; 길벗.


[5] 문화체육관광부.(2015). 2014 디자인백서. 서울: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6] 박한출, 이동현, 심다은, 문은정, 이양숙. (2015). 2016 산업디자인통계조사. 경기도 성남: 한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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