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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Dec 21. 2023

갑작스러운 출발

Part1. UX 디자이너로 첫걸음

UX 디자인의 불모지


언제나 3월은 바삐 돌아간다. 신입생부터 재학생, 복학생까지. 시작하는 첫 학기에 시작되는 오리엔테이션과 수강 정정, 그리고 방학 때 쉬다 다시 시작되는 과제 지옥.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지던 찰나,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는 2022년은 누군가에게 새롭고, 누군가는 익숙하며, 다시 세상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던 해였다. 


동기와 선후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 보니 카톡으로만 대화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중에 대부분 질문은 방학 때 무엇을 했는 지다. 디자인 전공의 특성으로 선택하게 될 직업의 방향이 많다 보니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묻는 것은 흔한 주제일 것이다. 


이 주제 중에 하나가 있다면 UX 디자인일 것이다. 최근에는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 전공 모두 다 UX 디자인 수업을 개설한 사례가 많다. 거기에 UX 디자인을 한다는 전문가를 보면 분야가 너무 다양하다. 디자인 출신부터 공대생, 심리학 전공생, 마케터 등. 그렇다 보니 무엇부터 공부해야 하며,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디자인 전공생으로 꽤나 답을 찾기에 난감하며 어려운 분야가 아닐까. 


특히나 대구에서 UX를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학의 전공 강의에서 기본 이론과 디자인을 하는 방법을 배웠으나, 실전에서 UX 디자인을 체험할 회사나 기회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UX 디자인은 말 그래도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만큼, 주로 IT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이다. 하지만 현재 대구. 경북에서 UX 디자이너가 필요한 IT 기업과 스타트업의 수는 많지 않다. 즉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다. 


수도권에 밀집한 IT 기업과 스타트업은 급한 일정과 상황에 따라 인턴과 아르바이트를 할 학생을 찾는 일이 잦다. 또한 대기업이나 네카라쿠배당토[7] 같이 이름이 널리 퍼진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자사에 맞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는 IT 기업에서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움(63.2%)를 겪고 있기 때문에,[8] 직접 전문가를 양성하고 직접 채용하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치 축구, 야구 프로구단에서 유망주와 계약하고, 이들을 양성하며 프로 계약을 우선 지명하는 시스템과 같다. 프로구단은 유망주를 키우고 계약하는 시스템을 마치 농장의 작물이 자라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farm)이라 한다. 축구로 유명한 FC 바르셀로나도 농장을 의미하는 라 마시아(La Masia)라 부르고  있다. 어찌 보면 UX 디자인 업계도 동일한 상황이다. 



하지만 UX 디자이너가 필요한 대부분의 기업은 서울과 판교에 집중되어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대학생은 UX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데 있어 다소 한계가 있다. 이는 실무의 간접 체험하기 위한 인턴과 위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과 수도권을 오가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 시간을 고려하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하고 전문가로 성장하는 과정은 다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산으로 오가는 길


2022년 5월, 경상북도 경산시에 있는 대학교에 UI 디자인 특강 일정이 생겼다. UX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중에 일정에 여유가 있는 학생 5명과 함께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1시간 정도 시간 동안 UX 디자인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회사든, 학교든 안에서 이야기하면 경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확실히 밖에서 이야기를 하는 만큼 가볍고, 개인의 생각과 고민을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야기 중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2, 3학년 시점에서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디자인 전공에 놓인 직업은 무수하다. 무슨 직업을 선택하고 공부하고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UX 디자인도 그중 하나다. 대구에 IT 기업이 부족하니 UX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 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어디서 어떻게 쓰여야 할지 고민이 되고. 


UI 디자인 특강이 끝나고 다시 대구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조촐한 치킨을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열정은 있으나 무엇을 할지 모른다. 이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길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왜 우리는 과외를 받을까. 답을 찾기 위해서 여러 차례 시도를 하지 않고도 최선의 길과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先生)이란 말 그대로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우리는 선생의 본연의 해석보다 스승으로 이해하고 부른다. 선생의 뜻과 본질 그대로 보면, 먼저 태어난 사람이 세상의 여러 지혜와 지식이 쌓인 만큼 여러 차례 헛된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향을 알려주는 사람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영어로 선생인 teacher도 가르친다는 teach에서 파생된 단어다. 


IT 기업에서 제공하는 인턴과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직접 실험하고, 디자인하며, 도전하면 되지 않을까. 아는 정보가 없어 우당탕탕 나아가도 되지만, 먼저 디자인을 경험한 선생이 있다면 조금은 합리적이고 쉬운 방법으로, 마치 UX 디자인 일타강사의 수업처럼 되지 않을까.


“마 함 해 보입시더”


한국 야구의 레전드 최동원이 한국 시리즈 최종전에 부상으로 인해 투수진이 없는 상황에서, 1차 3차 5차 6차 7차까지 혹사를 하며 나가야 하는 상황에 던진 문장이다. 그렇다. 잘되면 경력 안 되면 이력이다. 두려울 것이 무엇이냐. 함 해 보면 되는 것인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앞으로 나아가면 무엇이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던가.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한국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선 깡패 같아도, 월드컵 본선에 가면 움츠리고 압박하며 수비를 열심히 한다. 즉, 우리도 우리 만의 길이 있을 것이다. 항상 같아야 할 법이 있던가. 대구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한다면, 대구에서 충분히 빛날 UX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방법을 만들면 된다. 그렇게 UX 디자인을 공부하는 소모임이 시작되었다. 




인연은 우연이 완성된다


모든 일은 우연에서 시작된다는 문장이 있다. 우리 일상에는 의도를 했으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풀리는 일이 더러 있다. 행운도 노력하는 자가 쟁취한다는 것처럼, 우연은 가만히 있는다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UX 디자이너로 성장하기 위해 스터디를 시작한 것도 그 자리에 있던 학생도 모두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상황이 아니었을까.


UX 스터디를 시작한 만큼 무언가는 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사람은 생각처럼 행동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하나의 목표를 잡아보았다. 바로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기다. 유망한 디자이너로 스스로를 브랜딩 하기 좋은 방법은 과제를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보다 직접 재미난 프로젝트를 만들고 디자인을 하여 정리하는 포트폴리오를 보이는 일이다. 


재미난 프로젝트를 위해서 디자인을 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과제는 학점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진다. 이처럼 어딘가 우리 프로젝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일정과 목표가 생기면 그래도 끝까지 디자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목표를 위해서 하나의 틀을 세웠다. 



UX 디자인 프로젝트는 논리적 사고의 추론이 중심이 되는 이성적인 리서치 영역과 시각적 표현이 중심이 되는 감각적인 디자인 영역이다. 대표적인 디자인 프로세스인 더블 다이아몬드 단계를 봐도 초기 단계는 리서치, 후기 단계는 디자인 작업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2가지 방향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리서치 중심의 결과물을 디자인 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고, 둘째는 디자인 중심 결과물을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 제출하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 가지 방향으로 제출하자고 한 것은 현재 기업이 잘 갖춰진 서비스를 개선하여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 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채용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위 프로덕트 디자인은 논리적 사고와 검증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최근 네카라쿠배당토에서 신입 프로덕트 디자인 채용 공고를 확인하면, 포트폴리오 제출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여 더 나아진 사례의 프로젝트 2건 중 정량, 정성 검증을 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여기에 최적화된 포트폴리오와 공부가 될 목표는 디자인 학회의 학술대회일 것이다. 이는 논문에서는 디자인 결과물이 옳은지 아닐지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모전은 언제나 그렇듯 학생들이 도전하는 대학 생활의  낭만이자 취업 준비를 할 때 개인 이력과 포트폴리오에 꽃이 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획으로 6명이 모여서 UX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함께 경산시로 오갔던 학생과 주변에서 열심히 한다 추천을  받은 학생이 모여서 소모임을 시작했다. 2주 간 우당탕탕, 복작복작 소모임 계고가 목표가 정해지고 멤버도 구성되었다. 


이 모든 것은 우연과 같다. 만일 함께 경산시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을까. 그리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구성한 뒤에 소모임에 다른 학우를 추천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의 모든 일에는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효과가 작용한다고 한다. 스탠버드 대학 크럼볼츠 교수는 일이 잘 풀린 사람의 80%는 주어진 현실에 열심히 살던 사람이 우연히 만난 이벤트로 성공하게 되는데, 이를 계획된 우연이라 명명했다. 이처럼 UX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고자 노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스터디가 시작되었고, 우연처럼 크루가 구성되었다. 계획된 우연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7]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를 뜻하는 축약어


[8] 이종욱. (2022). IT업계는 지금 '인재 모시기' 전쟁 중…64.2% “인력 채용 어려움 겪어”. (2022.4.18), h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9679&sc_sub_section_code=S2N19


[9] 양승훈. (2021). “제가 그래도 대학을 나왔는데” : 동남권 지방대생의 일경험과 구직. 경제와사회, 1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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