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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Dec 31. 2023

반년 간의 과정을 마무리하며

Part2. 작은 모임에서 큰 모임으로

열매를 맺는 결과들


5월에 우연찮게 모여 구성한 소모임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났다. 집중해서 공부를 한 만큼 하나 둘 결과가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 2개 프로젝트를 방학부터 시작해 학술대회에서 발표를 했다. 그리고 2건 모두 학술대회 소논문(proceeding)으로 게재되었다. 수정, 보완사항을 정리하여 개선하여 학회의 논문지에 소논문 (journal)에 제출하였다. 그 사이에 학기 초에 시작했던 삼성전자 디자인 멤버십 프로그램의 결과가 들려왔다. 초심자의 운인지, 2명이 합격하게 되었다. 거기에 대학생 논문 장려상까지! 


UX 디자인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선택하고 집중해서 공부한 방향은 기업에서 채용하는 프로덕트 디자인의 필요 능력에 집중한 디자인 검증과 디자이너의 재미난 생각을 돋보일 연역법 기반의 접근이었다. 기술과 트렌드, 인간의 심리와 행동, 사회의 깊은 이면을 다루기보다 조금은 가벼우나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주제를 사실로서 포장할 수 있는 전제를 찾아가는 리서치의 방법이었다. 


모든 아티스트가 그러하듯, 디자이너 또한 자기만의 철학과 방향이 있다. UX 디자인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사실을 찾아 자료를 조리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같은 모습이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디자인의 영역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색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 정의, 해결안 제시, 리서치 접근도 방법론에서 마저 디자이너의 성향이 보일 것이다. 


학생이기 때문에 우리는 책임질 것이 없다. 실패해도 좋은 시기고, 실패로 인해 배우는 것이 많은 시간이다. 실무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일으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험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답게 발상과 상상이 돋보일 컨셉 디자인과 연역법, 그리고 프로덕트 디자인의 업에 맞게 검증까지. 이게 아마도 우리의 UX 디자인 색이 된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던 하얀 도화지에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나 둘 체험하고 시도하던 것들이 모여서 우리의 색이 생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공부하고 시도한 방향의 첫 결과가 잘 나왔다고 해서 이 방향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 놓여있는 여러 해답 중 하나일 뿐이다. 니체는 진리의 사도가 되고 싶다면 질문하라고 했다. 우리는 가설을 진실로서 이야기하기 위해서 질문하고, 이를 대처하기 위한 전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행동은 현대 미술의 한 분야와 같이 진실의 주체를 흔들고, 진리를 새롭게 제시하며, 집단이 함께 작품을 완성해 가는 모습이다. [12] 이처럼 우리는 디자인과 가장 어울리는 행동으로 뜨거운 도시에서 뜨거운 반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학술대회, 디자인 멤버십 도전이 끝나고, 주변에 여러 학우에게 UX 디자인 동아리를 소개하며, 반년간 공부하며 시도하고 얻은 경험을 나누기 시작했다. 



아래서부터, 위에서도 함께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장이 있다. 이는 인간, 사회가 과거 역사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유사한 행동을 되풀이 함을 뜻한다. 학교도 소모임도 어떻게 보면 작은 사회다. 사회에서 변화는 어떻게 일어날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위에서 개혁, 개방이 있다. 이는 과거에 집단으로 뭉친 부족, 도시 연합, 민족, 지역의 귀족과 군벌, 왕실을 포함해 현재는 정부까지. 힘을 가진 주체가 방향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끄는 형태다. 반대의 형태는 아래서부터 개혁과 개방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민중이 있다. 프랑스혁명을 돌이켜보면, 대중이 일어나 한 시대의 종말을 고하듯 왕을 참수하였다. 이는 대중과 같은 일반의 다수가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로써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의 도전이 위와 아래서 함께 변화하고자 했던 모습이 아닐까 해서다. 위에서는 대구에 UX 디자인 인프라가 없어도 할 수 있고, 실무 디자이너로서 경험한 노하우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학생은 아래서 배우고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며, 도전을 했다. 그렇게 함께 만든 과정에서 우리는 작은 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퍼져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은 우리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11월 중순, 도전했던 결과가 나면서 프로젝트를 마감했기에 지치기도 했고, 목표가 갑자기 사라져서 허무한 시간이 되었다. 도전 중독자가 된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더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때 나온 이야기가 있었다. 삼성전자의 디자이너 양성 프로그램에 도전할 때,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서체도 없는 컴퓨터로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을 다른 이들도 나누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학술대회에서 시도한 리서치는 기존에 현상에 몰두해서 관찰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학우들도 알면 좋겠다 이야기했다. 대구에만 있다 보니 다른 학교의 디자인 스타일과 방향을 몰랐는데, 학술대회를 통해 우리도 충분히 다른 학교와 경쟁할 수 있다는 느낌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년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리뷰하는 시간이었는데, 오히려 새롭게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주제가 되어버렸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보다 다수가 모이면 좋을 것 같고, 도전할 목표가 명확하면 좋을 것 같고, 전국의 여러 학생들을 만나 우리의 수준을 점검하고 발전할 방향을 알면 좋을 것 같고, 활동을 하면서 공모전이나 학술대회 같은 이력이 쌓이면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이었다. 


다수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리 학교의 같은 전공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우의 수요가 얼마나 될까. 디자인이라고 하기에 다소 복잡한 분야기 때문에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UX 디자인을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진 학우가 모인다면 더욱 공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같은 목표로 행동하는 만큼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이 등장했다. 대구. 경북권에서 UX 디자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면 어떨까. 대구에 UX 디자인 인프라가 부족해서 시작한 우리처럼, 마음은 있으나 무엇부터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아마도 더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을까. 서로 모여 함께 부족한 인프라를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발전을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던진 이야기는 굴러굴러 대학 연합의 형태로 제시됐고, 우리는 대구. 경북 지역 대학의 UX 디자인 연합 동아리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12] 최인철. (2016). 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서울: 21 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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