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작은 모임에서 큰 모임으로
급작스러운 이벤트로 한 달간의 도전이 끝나고. 방학부터 준비하던 프로젝트의 마감이 다가왔다. 리서치와 디자인을 하고,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컨셉 서비스의 가능성을 통계를 통해 정량 검증을 진행했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6장의 문서에 담아, 디자인 학회의 대학생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대학생 학술대회 문서를 2장으로 제약을 하는 바람에, 준비한 내용을 최대한 간소화해서 마무리하고 제출했다.
10월 초에 접수를 하고, 2주 정도 시간이 흘렀을 때쯤. 연구로 정리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통보되었다. 1건은 구두 발표였고, 1건은 포스터 발표였다. 이런들 또 어떠하며, 저런들 또 어떠하리.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충분히 만족할 결과가 아니었으랴. 미대생이면 그림을 그리고, 어도비 툴을 다룰 것이라 알았기 때문에, 글을 쓰고 발표하는 것은 생소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과정이다.
UX 디자인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여러 직종의 사람이 모여서 함께 소통하며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과에 과제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발표할 기회가 있을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학술대회는 글을 정리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관련한 경험치가 쌓일 곳이라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발표까지 2주의 시간이 남았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대본을 만들고, 어떠한 질의응답이 나올지 몰라 미리 질문 리스트를 짜보기도 하고. 15분 간 발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투리를 구사해도 괜찮을까. 많은 고민과 걱정, 두근거림이 공존하는 2주가 지나갔다. 그리고 발표 날에 도래했다.
이른 새벽 기차를 타러 동대구역에 모였다. 포스터를 들고, 발표 자료를 보면서, 소모임 6인은 서울행 기차를 탔다. 8시쯤 서울역에 내려서 학술대회를 하는 고려대까지 이동했다. 전철에서 본 사람들, 출구로 나가는 사람들. 백팩을 메거나, 노트북 파우치를 들거나, 돌돌 말린 포스터를 들고 있거나. 학술 대회를 가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발표시간에 맞춰 이동했다.
첫 타임에 발표였기 때문에 급히 왔지만, 시작하는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가지는 못했다. 헐레벌떡 온 만큼 심장이 계속 뛰고 긴장감은 더해 갔다. 2번째 발표자의 발표가 끝나고 우리 차례가 왔다. 우리의 발표 주제는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키오스크가 도시 브랜드 경험에 미치는 영향과 키오스크 자체 사용자 경험에 미치는 영향이다. 늦은 만큼 빠르게 발표 준비를 했다. 노트북에 발표 자료를 다 옮기고 발표가 시작되었다.
“저희가 대구에서 왔지만, 발표기 때문에 사투리를 되도록 안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처음에는 표준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다른 학교와 다른 전공생 앞에서 발표를 하는 만큼. 다른 생각과 다른 풍경 속에서 공부하던 이들에게 처음 발표를 해보는 데 어찌 긴장하지 않을쏘냐. 3분쯤 지나가는 시점부터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주제도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키오스크’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흘러가며 발표가 끝이 났다. 그리고 학교 수업에서 발표와 달리,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답변을 하다 보니 주어진 시간이 모두 다 끝이 났다.
시원하기도 하고 아쉬운 시간이 끝이 났다. 다음번에는 더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면 충분하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있고 더 발전할 것이다.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최대치라고 한다. 이제 우리는 첫걸음을 떼어 도전을 시작했다. 전국의 학교와 전공에서 UX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보고 듣고, 그리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얻었다. 이 첫 도전은 작은 한 걸음이지만, 앞으로 발전하는 데
큰 변화를 만들 한 걸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