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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규 Dec 28. 2023

3년보다 값진 3주

Part1. UX 디자이너로 첫걸음

완성과 제출이 힘든 일이구나


디자인 전공을 하면서 한 학기, 적어도 한 달 이상의 시간동안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작업은 팀 작업일 때가 많을 것이다. 공모전에 제출 하기 위해 모이거나, 과제를 위해서 모이거나. 개인 작업도 많지만, 최근에는 디자인 분야가 넓어진 만큼, 각자 자기가 잘 하는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모여서 높은 완성도의 결과물을 만들려고 힘을 보탠다. 


특히 UX 디자이너는 개인 과제를 할 일이 드물다. 리서치와 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과 확인까지. 때로는 사용자 시나리오의 영상도 만들어야 한다.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멤버십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3주간 주어진 사전과제를 혼자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UX 디자인 과정을 돌이켜보자. 문제를 찾고 정의하며, 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해결방안에 대한 조사, 분석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퍼소나, 사용자 여정지도, 이해관계자 설정, 스토리보드 등. 여러 가지 분석 정리 방법이 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다니! 


간략하지만 3주 간 가설을 세우고, 이를 사실이라 증명할 전제를 찾고, 간략히 10명 정도 사전조사를 했다. 조사를 통해서 수집한 데이터로 가상의 사용자인 퍼소나와 그의 여정지도, 이해관계를 설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UI과 제품, 서비스 디자인을 문제 해결 상황의 시나리오에 맞춰 디자인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하면서 6장 보드를 완성했다. 


학기 중에 이 모든 것을 한다니. 그리고 과제까지 밀리지 않도록 밤을 새며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6명 모두 제출하지는 못했다. 용량이 초과하고, 웹 사이트가 동시 접속과 업로드로 느려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완성을 다 했음에도 이러한 이벤트로 인해 제출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값진 경험이 되었다. 


지나간 시간에 후회를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X 디자인을 빨리 배웠더라면, 리서치를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고 UI 디자인에 노하우를 알았다면 지금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는 없었을까. 만일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음번에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선한 영향력


이렇게 3주간 작업을 한 내용은 기업에서 채용을 위해 사전 과제를 제시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주어진 주제를 제시된 시간 동안에 마감해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 말이다. 학생으로 학기가 시작된 시점부터 15주차 종강 시점까지 작업을 차분히 하고 제출하는 상황과 다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고 하던가. 누가 얼마나 어떻게 해오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상상하고, 그 사람의 완성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채찍질하며 나를 다그칠 것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많고, 압박도 심한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막상 3주 간 과정이 끝나며 갑작스레 바쁨이 끝나니 허무함이 생겨났다. 누구든 그럴 것이다. 팽팽한 줄이 갑자기 느슨해지니기분이 이상했을 것이다. 짧고 굵게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며, 얻은 것도 많고 좋은 체험이라고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험을 공유하면 어떨까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시작한 것은 소모임을 공식적인 동아리로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선한 영향력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순간이었다. 


3년 간 공부한 것보다 값졌던 3주로 느껴진 마음이 다른 학우에게 스며들 수 있다면. 부족한 UX 인프라의 대구일지라도 함께하면 더 오래,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부족하다면 우리가 바꾸면 된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도전하고 마무리하는 그 과정에서 배울 것이 있다. 당장 모든 것이 변하지 않더라도, 하나씩 바뀐다면 대구만의 UX 디자인 배움 문화가 생기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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