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자의 시선에서...지극히 개인적 경험으로 추천하는 콘텐츠
사람의 생각을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매번 길을 잃는 행동을 반복할 것입니다. 잃어버린 길에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다른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취를 찾아서 나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넋 놓고 있다 보면 다른 친구들은 떠나게 되고, 제자리에 있다 보면 불안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생각의 갈림길에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와 같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은 어려운 길을 걷는 것과 같지 않나 합니다. 누군가 만들어간 발자취를 따라가면 표절이 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내가 가는 길이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가는 길에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길을 찾아가는 데 있어 경험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이 길이 좋은 길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때로는 경험에 기반한 자신만의 직관력을 가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기도 합니다. 이처럼 경험은 어떻게 가공하는가에 따라 쉽지 않은 길조차 정답으로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즉, 경험은 보석 같은 아이디어를 만들어줄 원석과 같은 존재죠.
저는 일상에서 겪는 경험의 소소한 소재를 바탕으로 공모전의 아이디어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 중에 지구온난화,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를 바탕으로 발전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직접적으로 지구온난화와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 말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문제의 상황을 겪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왜 공감대를 형성하고 수상할 수 있었을까요? 여기에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책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부터 매일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이러한 정보 중에서 지구온난화, 개발도상국의 사회 문제와 같은 이야기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직접적 경험을 하지 않았어도 간접적 경험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렇듯 간접적 경험은 간접적 경험을 통해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책과 영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의 필터 속에서 어떻게 고도화될 수 있는지 다양한 프레임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책과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상상의 구체화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디자인 싱킹] 저자 '로저 마틴'교수는 지식체계에 기반한 분석적 사고의 완벽한 숙련과 직관적 사고에 근거한 창조성이 상호작용하며 균형을 이루는 것을 '디자인적 사고'라고 정의했습니다. 여기서 지식체계는 지식과 전문성을 습득하기 위한 개인의 근본적인 태도, 경험으로 구성된 개념으로 보았습니다.
즉,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는 길은 개인의 경험 습득에 따른 지식체계의 확장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 중 개인의 지식체계 확장을 위해 간접적인 경험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책과 영화 등 이야기를 담아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콘텐츠로 받는 영향을 받는 크기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게는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가득한 추천일 것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만화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교과서에 빽빽하게 쓰인 글보다 그림으로 상황 설명을 쉽게 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도 글이 빽빽하게 구성된 긴 문장의 책을 잘 읽지 못합니다. 그런 제가 2~3번 반복해 읽은 책들이 있습니다. 제가 알던 세상의 규칙을 부서 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죠.
우선 저는 [디자인의 디자인]과 [백]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이 책들은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로 유명한 '하라 켄야(原研哉, はらけんや)'가 집필한 책입니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하라 켄야가 직접 참여했던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야기합니다.
그렇다 보니 책이 이론 설명으로 가득하기보다 사진들이 많은 작품집과 같은 책처럼 보이죠. 하라 켄야는 해석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구심력은 핵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 핵은 사람들에 의해서 다양한 기대와 생각이 담기게 된다고 하죠.
이를 바탕으로 화려한 패턴과 브랜드 마크로 가득한 디자인과 차별화된 무인양품의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무인양품의 광고 콘셉트 '엠프티네스(emptiness)'를 의식 화환 결과물로 설명이 가능하겠네요.
[그림 03]의 광고처럼 텅 빈 그릇으로서 광고를 내보인 뒤 보는 측에서 그곳에 각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냄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는 것을 담는다고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이는 새로운 것은 무(無)에서 탄생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로부터 받아들이는 것도 아닌 평범하게 보이는 자신의 일상을 독창적으로 일깨워주는 것으로도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줍니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을 일깨워 다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의 시작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백]은 이러한 감각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空)과 같은 흰색을 둘러싼 통찰력에 관한 내용입니다. 하얀 꽃을 보고 하얗다고 느끼지만, 복사 용지와 비교를 하면 꽃은 복사 용지만큼 하얗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이보다 꽃을 눈부시게 하얗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흰색이 가지는 의미가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흰나비, 흰 뭉게구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하라 켄야를 통해서 주어진 공간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생각의 프레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좋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의 프레임으로 말이죠. 흰색으로 가득한 종이의 공간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충분한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프레임 말입니다.
흰색이 주는 공간과 의미를 부여하는 프레임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낄 때 읽게 된 책은 이우환 작가의 여백의 예술]입니다. 일반적으로 동양화에서 그리지 않은 남겨둔 부분을 '여백'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이우환 작가는 여백이란 전혀 그런 성질이 아니라고 반문합니다. 이는 남겨둔 부분이 그린 것과 그리지 않은 것이 부딪혀서 생겨나는 감정적 울림이 더 커다란 무언가의 현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이 만들어내는 여백을 자기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앙양된 공간으로 정의합니다. 이러한 공간은 무한에 대한 호기심의 발로이며 탐구로서, 이미지나 물체의 존재성 보다 관계성에서 만드어지는 의미의 현상학으로 정의한 것이죠.
즉,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의미를 담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감상하는 사람의 역할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할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의 여백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많은 직, 간접적인 경험으로 상대방의 공감대를 불러일 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많은 경험이 녹아든 공간이 아니면 상대도 그만큼의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수업시간에 무턱대고 여백을 활용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과제하기 싫어 그런 거 아니냐'의 대답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생각의 프레임을 다르게 해주는 책은 많이 있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생각의 지도], 커피와 차 또는 금과 같은 사물들이 세계사의 큰 흐름을 어떻게 만들고 변화하였는지 이야기하는 독특한 관점의 [세계사를 움직인 다섯 가지의 힘], 삶의 끝이라는 죽음을 '의미 있는 죽음'으로서 생각의 관점을 바꿔준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입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외를 다니며 우리나라에 대해서 볼 것이 없는 아쉬움의 시선을 바꿔준 프레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 또한 제 개인적 취향이 가득한 추천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위의 책 소개와 같이 생각의 전환이라는 프레임을 받을 수 있던 영화들입니다. 첫 째로는 픽사의 단편 '낮과 밤(Day and night)'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간단해 보이는 캐릭터들이 한 공간을 두고 밤과 낮의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입니다.
'라라 랜드'도 추천할 만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영화 스코어로 유명해진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노래와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 서로 간의 밀당에 대한 상황을 탭댄스와 함께 전달, 천문대에서 서로 간의 달달한 상상을 보여주는 장면들처럼 말이죠. 이런 영화를 보다 보면 일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상상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겠네요.
일본 영화 [테르마에 로마에]는 혹시 아시나요? 이 영화는 로마의 목욕탕인 테르마에 설계기사인 '루시우스'가 현대 사회로 타임슬립을 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현대 사회의 발전된 문명으로 이루어진 목욕탕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마에 구현하는 장면이 재미있던 영화입니다. 과거에서 현대 사회 문명을 구현한다는 상상 또한 프레임을 만들어줄지 모르겠네요.
이 외에도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줄 수 있는 영화는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는 모두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상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며 마지막 반전에 재미를 주었던 [메멘토], 히어로물 영화에서 히어로의 고뇌를 다루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과 [인터스텔라] 또한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기 충분한 영화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이 다양한 콘텐츠는 간접적 경험을 제공함으로 타인의 공감대를 형성해줄 수 동시에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제약을 기회로 바꿔주기 때문입니다.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은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자 창조적으로 사고하게 된다고 합니다. 생각을 집중하고 명료하게 사고하게 만들어, 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죠.
얼마 전 콘프레이크를 '까까 우유'라고 표현하는 아이들의 표현력에 재미를 느낀 적이 있습니다. 상식이라는 제약으로 어른들의 상상을 얼마나 제약하는가 하며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책과 영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간접적인 경험은 상식이라는 제약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많은 책과 영화를 찾아보세요. 분명히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각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