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트빌리시
유황온천지구에서 구시가지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아이 러브 트빌리시' 조형물이 있는 <고르가살리 광장(Vakhtang Gorgasali Square)>에 다다를 수 있다. 이 광장은 나리 칼라 요새나 시오니 성당 같은 구시가지 내 주요 명소는 물론 레스토랑, 카페와 접근성이 좋아 만남의 광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르가살리 광장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아이 러브 트빌리시로 주로 불리는데 조형물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기념비가 없어 이곳이 광장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단다.
고르가살리 광장은 트빌리시 도심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한 곳이다. 과거 이곳은 트빌리시를 대표하는 상업지구였다. 이곳 시장의 역사는 4~5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실크로드 상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 일대 시장에서 실크, 향료, 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사고팔았다. 광장 주변은 시장에서 판매될 공예품을 만드는 공방부터 교회, 실크로드 상인들의 숙소 등이 모여 있어 늘 활기 넘쳤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며 장인들이 만들어 팔던 상품은 공산품으로 대체되었고, 광장 일대에 새 건물과 도로가 놓이며 인파로 북적이던 옛 시장은 자취를 감추었다.
언덕을 따라 옹기종기 지어진 건축물들이 병풍처럼 광장의 한쪽면을 감싸고 있고 맞은편은 탁 트여있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광장 중심에 서면 강 위에 놓인 메테히 다리와 건너편 강기슭에 자리한 메테히 교회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이 러브 트빌리시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덩달아 머릿속이 분주해진다. 구시가지 구석구석을 좀 더 둘러봐야 할지, 강 건너편을 여행해야 할지 또는 오늘 뭘 먹어야 할지와 같은 잡다한 고민을 하다 보면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지만 광장 아래 근사한 장소가 숨어 있으니 잠깐 시간을 내어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메이든 바자르(Maiden Bazar)
지하철 출입구처럼 보이는 곳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기념품 시장인 <메이든 바자르(Maiden Bazar)>가 모습을 드러낸다. 터널 같은 실내에는 공예품과 토산품을 파는 작은 노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규모가 작아 구경삼아 들르기에 좋다.
메이든 바자르는 2014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이 시장은 조지아 관광청의 리모델링 사업으로 탄생했는데, 옛 트빌리시 무역 지구의 역사를 기념하고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이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퀄리티 좋은 공예품과 식품을 살 수 있다. 와인, 꿀, 소스 등과 같은 식품류는 패키지 디자인이 깔끔하고 패킹이 잘되어있어 선물로 훌륭하다.
시오니 교회(Sioni Cathedral)
대로변에서 바라본 시오니 성당 고르가살리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트빌리시 대표 랜드마크 시오니 성당이 자리한다.
5세기 무렵 지어진 시오니 성당은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으로 파괴와 증개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구시가지를 오가며 여러 번 지나게 되는데, 운이 좋다면 예배가 열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성당에는 조지아에서 가장 귀한 성물인 '니노의 십자가(Grapevine cross)'가 보관되어 있다. 성 니노는 조지아를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성 니노(Saint Nino)
4세기경 카파도키아의 공주로 태어난 니노는 조지아 전역에 기독교를 전파한 인물로 조지아가 국교로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에 공을 세웠다. 이런 업적으로 조지아에서 가장 추앙과 존경을 받고 있어 '성녀'로 구분하지 않고, 예를 갖춰 '성인'으로 부른다.
꿈에서 성모 마리아의 계시를 받은 니노는 포도 나뭇가지를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엮은 뒤 지니고 다니며 포교 활동을 했다고 전해진다. 조지아에서 볼 수 있는 십자가는 대부분 가로축이 아래로 늘어진 십자가로 '니노의 포도나무 십자가'를 상징한다.
예배 중에는 멀리 보이는 니노의 십자가까지 접근할 수 없어 '니노의 십자가'를 볼 목적으로 시오니 성당을 방문하고자 한다면 예배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조지아 정교회 성당은 입장 시 복장 규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일정 중 성당 입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복장에 신경을 써 외출 준비를 하면 좋다. 여성들은 성당 입장 시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며,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었을 경우 다리를 가려야 한다. (일부 교회는 남성도 반바지를 입고 입장을 할 수 없다.)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교회들은 입구에 스카프를 구비해두고 있어 머리나 다리를 가릴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므로 얇은 스카프를 하나 정도 가지고 다니면 좋다.
가브리 아제 극장(Gabriadze Theater)
© iStock, Yulia-B 구지가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리오네트 인형 극장인 '가브리아제 극장'과 '시계탑'이 자리한다. 구시가지 골목 안쪽에 위치한 데다 자유의 광장과는 제법 떨어져 있어 찾아가기 번거롭지만 약간의 수고 끝에 도착하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모습의 독특한 건축물을 마주할 수 있다.
가브리아제 극장과 시계탑은 마리오네트 제작자이자 화가, 감독 등으로 활동 중인 예술가 가브리아제가 만들었다. 프라하의 천문 시계탑을 떠올리게 하는데, 중세 비잔티움 제국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트빌리시 대지진 때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와 가브리아제가 손수 제작한 타일로 꾸며진 시계탑에서는 매일 정오와 오후 7시에 '인생의 윤회'라는 작은 인형극을 볼 수 있다.
극장 건물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 간단하게 식사하거나 커피를 하며 쉬어갈 수 있다. 극장에서는 비정기적으로 마리오네트 인형극이 열리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방문 기간 내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어 인형극을 볼 수 없었다.
구시가지를 벗어나 자유의 광장과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