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실습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는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 삶에서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하루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그러하기에 늦은 밤이 되면 스쳐지나 버린 것들에 대한 아련함 같은 것들이 밀려온다. 반복도 연습도 불가능한 것이 삶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 두 번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남는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는 <삶의 기술>에서
우리 모두는 연극 무대에 선 배우들과 같다. 신의 의지는 우리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우리들 각자에게 인생 속의 배역을 맡겼다. 우리들 중 누구는 단역에 출연할 것이고 또 누구는 장막극에, 가난한 이, 장애를 지닌 이, 유명인, 정치지도자의 배역을 맡을 수도 있고 아주 평범한 시민의 배역을 맡을 수도 있다.
어떤 배역이 우리에게 정해질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 배역을 그대로 받아 들 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배역을 최선을 다해 충실히 연기해야만 한다. 배역에 불평해서는 안된다. 어떤 배역이 맡겨지든, 어떤 상황 속에서 그 배역을 해내야만 한다면 나무랄 데 없는 최상의 연기를 펼쳐라.
그대에게 작가의 배역이 맡겨졌는가?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쓰라. 그대에게 독자의 배역이 맡겨졌는가?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읽으라. / 삶의 기술 P 60
세상에 던져진 우리들은 저마다 연극 무대의 배우다. 몇 막 몇 장이 지났는지 알 수 없다. 언제 무대의 불이 꺼지고 커튼이 내려올지도 모른다. 배역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에픽테투스는 단호하게 말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오늘의 연극은 어떠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두 번은 없을 정도로... 완벽했는지 그러하지 못했는지..........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 너의 이름을 내 곁에서 부를 때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지는 것 같은 하루........ 그 하루를 상상해본다.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존재하기에 사라지고 사라지기에 아름답다는 시인의 역설 앞에서 나는 나대로 내일의 연극 무대를 구상한다.
어떤 배역이든 어떤 상황 속에서든 그 배역을 해야 한다는 에픽테투스의 당위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