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0시, 빌딩의 불이 하나둘 꺼지면 택시들은 바빠진다.
택시는 하루에 주간, 야간을 나누어 보통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 운행을 하며 영업을 한다.
요즘은 주로 모빌리티회사에서 호출콜을 주는 경우가 70% 이상이라
영업이 수월해지긴 했지만 손님이 많고 심야할증이
붙는 저녁 10시가 넘어서면 빈택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빨간 등을 켜고 달려 나가는 빈택시들을 보면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 불나방 같은 생각이 든다.
사고와 안전이 종이 한 장 차이다.
저녁시간은 시간대별로 손님의 유형이 나누어지는데
퇴근시간인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회식자리를 가는 직장인들이나
모임에 가는 사람들이 많고 8시에서 10시까지는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10시가 넘어가면 회식이나 모임을 마치고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길가에 많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12시까지가 가장 손님이 많을 때고
택시 간의 경쟁도 치열한 시간이다.
늦은 시간 취객을 태우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그분이 드신 메뉴에 따라 택시 안은 삼겹살집이
되기도 하고 돼지갈빗집이 되기도 하고
보쌈집이 되기도 한다.
특히나 요즘 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에어컨을 항시
틀어 놓기에 창문을 열 수도 없어
뜻하지 않은 냄새테러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 손님이 내리면 바로 창문을 활짝 열고 달리며
환기를 시킨다.
그래도 냄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개띠라 그런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고객은 저녁 10시에서 11시 사이 빌딩숲 사이에서 오는 호출콜 손님이다.
100% 야근 후 귀가하는 손님이다.
술냄새도 나지 않고 삼겹살 마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업무에 지쳐 피곤하니 조용히 폰을 보고나
창밖을 보면서 집을 향해 달려갈 뿐이다.
나도 회사를 다니던 대리, 차장시절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할 때가 많았는데
그 시절 생각이 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나마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귀가하는 손님은
괜찮아 보이는데,
기다리는 사람없이 도심 속 오피스텔 앞에 내려
1층 편의점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택시비 걱정 없이 법인카드를 쓰는 야근 고객이 선호도 1위다. 위로는 위로고 수익은 수익이다^^
오늘도 야근을 많이 하는 회사가 모여있는 도심 속 빌딩숲으로 조용히 숨어들어
호출콜을 기다려봐야겠다. 렛츠! 스타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