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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l 04. 2022

<보드랍게> 리뷰

치열하게 살아온 한 여성의 굴곡진 삶


2022년 2월 개봉한 영화 <보드랍게>.



인디플러그에서는 보드랍게를 이렇게 표현했다




<보드랍게>는 기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작품들을 경유해 보다 새로운 시선과 얼굴, 질문을 던지며 관객 저마다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마이 플레이스><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의 3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름다운 기러기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기존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대부분의 작품들이 위안소에서의 피해 사실이나, 커밍아웃한 이후 투사가 된 모습에 집중한다면,

<보드랍게>는 해방 후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던 그 사이의 시간을 조명함으로써, 일본의 책임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한 사회의 문제를 짚고 있다. 또한 영화는 과거 김순악의 삶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이으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말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구의 실 푸는 야마다 공장에 취직하는 줄로만 알고, 자신도 모르게 만주의 일본군 ‘위안부’가 된 순악 씨는 해방 이후 유곽과 미군 기지촌을 전전하며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음을 고백한다.

<보드랍게>는 전쟁과도 같은 삶을 악시게 버티고, 숨어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순악 씨가 일평생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말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전쟁의 폭력과 야만성을 알린 변화의 과정을 말과 그림으로 보드랍게 이어낸다.





우리는 흔히 '피해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피해자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당한 게 아니어서, 내가 피해자가 아니어서 라는 이유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피해자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는 않았을까.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

'피해자가 잘못했겠지..' '그럴만한 하니까 그랬겠지' 등등 이런 말들은 나는 어떤 사건을 통해서 사람들이 말하는 건 종종 듣는다.

하지만 이런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2차 가해인 걸 안다면 아마도 '쉽게' 이런 이야기는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만을 살 수 있기에 다른 사람의 선택과 인생에 함부로 평가하거나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보드랍게> 의 김순악 피해생존자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미래세대인 우리가,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 이해하거나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마 누구나 그렇듯이 항상 그 상황에서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니까.

<보드랍게>는 김순악 피해생존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어떻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로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피해생존자임을 밝히고 나서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말한다.



특히 제목 보드랍게 라는 단어가 말하는 메시지가 독특하다.

김순악 할머니는 자신에게 보드랍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생활 이후의 삶이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삶.

일본군 위안부 생활은 1년밖에 하지 않았지만 해방 후 김순악 피해생존자의 삶은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했던 곳에서 만난 일본 순경과 사랑을 하게 되고, 임신을 하게 되지만 홀로 남겨진 채 살아간다. 


술집 장사, 성매매 등 그 당시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에게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가부장적인 시대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피해가 있던 사람들에게 홀로 삶을 짊어지는 것은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순악 피해생존자는 당당하게 살아왔고 어렵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임을 밝혔다.


그녀의 삶에 대해서 누구도 "보드랍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 지, 그 긴 시간들을 어떻게 버티어 살아남았는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보드랍게>를 통해 다행히 우리는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다른 포인트는 현재 미래 세대들과 교류하는 양방향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김순악 피해생존자와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이 나와서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말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치유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에는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아직 넓은 세계를 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는 다르지만,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과거보다 나아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연대였다. 세대 간의 연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간의 연대.

김순악 피해생존자를 통해 지금 청년들이 위로 받고, 지금 청년들이 겪은 아픔을 '말하기' 함으로써 김순악 피해생존자를 비롯하여 다른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들도 위로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순악 할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단어는 "평화"였다고 한다.

나 역시 "평화"를 좋아하고, 평화로운 상태이기를 바라기에 그녀의 이야기에 너무나도 공감했다.

전쟁이 나면 가장 취약한 계층은 여성과 아이들일 것이다. 그건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내가 생각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내전에서, 전쟁에서 그리고 평시에도 다른 형태의 폭력으로 성착취가 이루어지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연 이는 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이러한 폭력에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나는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나의 문제이자, 나의 친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들지만,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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