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만 바라봤을 때, 몸은 늘 제자리였다

by 홍성화

첫째가 백일 무렵, 침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양 볼이 불에 덴 듯 벌겋게 달아올랐다.

처음에는 그냥 살이 오르는 과정이라 여겼지만, 날이 갈수록 짙어져 마치 불에 덴 듯했다.

걱정하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흔한 침독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기들이 침을 많이 흘리는 시기에 흔히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동네 피부과 의사도 “보습만 잘해주면 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돌이 지나자 아이의 볼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해졌다. 벌건 자국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피부는 원래 그렇구나. 아기라서 민감했을 뿐이구나. 이제 걱정할 일 없겠구나.’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그 안도감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왼쪽 발목에 50원짜리 동전만 한 습진이 생겼다. 아이는 볼에 생겼던 침독과 달리, 가려운지 자꾸 긁으려 했다. 나는 작고 여린 손톱이 지나간 자리에 붉은 자국이 남을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동네 피부과에 갔더니 비슷한 증상의 사진을 보여주며 보습제에 섞어 바를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그날 밤, 목욕을 시키고 연고를 발라주었는데,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습진이 원래 없었던 듯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나는 몇 번이고 아이의 발목을 들여다보았다. 기적처럼 나은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올라온 붉은 자국을 보는 순간,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바르면 가라앉고, 멈추면 또다시 올라왔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그 연고가 스테로이드 성분이라는 것을.

나는 살아오면서 피부 트러블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친정 식구들도 아토피, 알레르기, 비염을 겪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효과 빠른 묘약’ 정도로만 여겼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그것은 증상을 눌러줄 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첫째의 발목에 생긴 작은 습진은 그렇게 6년 동안 우리를 괴롭혔다.




나는 아이의 피부를 낫게 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동네 피부과에 이어 아토피 전문 진료로 유명한 천안의 소아과도 찾아갔다. 첫 진료에서 아이는 혈액 검사와 알레르기 검사를 받았다. 50여 가지 항목을 확인했지만 모두 정상이었다. 의사는 비타민 D 수치도 상위 1%라며 놀라워했다. 많은 아토피 환자들이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데, 첫째는 충분 이상이었다. 부족한 것도, 이상한 것도 없어 오히려 나는 더 답답했다.

피부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는데, 의학적 검사에서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첫째를 키우던 시절, 나는 거의 매일 논과 들이 있는 시골길을 걸었다. 남편이 출근한 뒤 아침 공기를 마시며, 첫째를 유모차에 태우거나 아기띠를 해서 우리는 동네를 산책했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논 들녘을 걸었고, 눈과 비, 햇살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느꼈다. 이렇게 첫째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그러니 검사 수치가 모두 정상이었던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피부만큼은 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피부가 낫기만 한다면 못할 게 없었다. 그래서 병원 치료 외에도 정말 안 해본 게 없다. 보습 크림을 수시로 발라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었다. 동네 할머니가 주신 말린 쑥을 달여 그 물로 피부를 닦아주기도 했고, 친정 오빠가 피부에 좋다며 알려준 온천에 몇 해 동안 일부러 찾아가 목욕도 시켰다. 생활복을 황토 옷으로 바꾸고, 아기 옷은 천연 세제로만 빨았다.

산후조리원에서 알게 된 아로마테라피스트한테 에센셜 오일이 들어간 천연 비누와 어성초 스프레이를 구매해 6년 내내 사용했다. 좋다는 것은 거의 다 해보았으나 첫째의 피부는 여전히 붉었고, 아이는 여전히 가려워했다.



돌아보면 나는 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피부에만 매달렸다. 왼쪽 발목의 작은 습진을 없애는 데만 집착했다. 하지만 피부는 단순히 겉을 덮는 막이 아니었다. 그것은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정직하게 비춰주는 창이었다.

진짜 원인은 피부에 있지 않았다. 면역 체계의 균형, 감정의 흐름, 장과 호르몬 같은 몸속 깊은 자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피부를 아무리 닦고 덮고 보습해도, 몸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면 다시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피부가 보내는 간절한 신호는 내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겉이 아니라 속을 봐라. 일시적인 억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회복을 시작해라.”


그러나 나는 그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이의 피부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몸 전체가 보내던 메시지를 듣지 못했다. 겉에만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몸은 늘 제자리에서, 같은 신호를 반복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마라. 그 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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