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유

몸은 이미 알고 있다

by 홍성화

2020년, 코로나로 세상이 멈췄던 그해. 우리 가족에게도 큰 변화의 바람이 있었다.

그해 봄부터, 나는 첫째의 아토피 치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갈라지고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르던 피부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인체의 신비로움에 감탄했다.


그 여정은 내게 치유의 원리와 관점을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몸이 스스로 낫는 힘을 믿고, 기다리는 시간. 그 단순하지만 위대한 원칙이 결국 ‘진짜 치유’로 이어졌다.



이 세상에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을 뿐이다.


첫째는 5월 27일이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로 미뤄진 입학이 우리에겐 기회였다.

셋째의 백혈병 치료로 우리 가족은 떨어져 지내고 있었다. 나와 셋째는 오빠네 집에서 있었고, 남편은 첫째와 둘째를 돌보며 시골 우리집에 있었다.

1년 5개월 정도 따로 지낸 동안, 나는 ‘당장 급하지 않다’는 핑계로 첫째의 아토피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그러다 유치원 겨울방학을 맞아 첫째와 둘째가 외삼촌 댁으로 놀러오면서 일이 시작되었다. 두 아이의 몸에 좁쌀 같은 오돌토돌한 발진이 올라와 있었다. 둘 다 똑같이 그러니 걱정이 앞섰다. 곧장 피부과로 달려갔는데, 돌아온 대답은 오히려 내 분노만 부채질했다.


“이런 환자 하루에 백 명도 더 와요. 연고 드릴테니 잘 발라주세요.”


백 명이 왔다가면 뭐하나, 고치지도 못하고 낫지도 않는데.


치료가 아니라 처방만 남발하는 의료 시스템에 지쳤다. 6년 동안 같은 행동만 반복했을 뿐이었다.

약국에서 받아든 약봉지도 역시나였다. 단계별 스테로이드, 감염용, 상처용… 그날 밤, 나는 그 약봉지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쑤셔박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제는 내 손으로 고쳐보겠다고.

3월, 셋째의 외래진료 간격이 2주로 벌어지면서 우리는 드디어 시골 우리집으로 내려왔다.


나는 첫째의 아토피를 뿌리뽑자는 심정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셋째에게 먹이고 있던 글리코영양소를 첫째에게도 먹였다. 병원에서 준 스테로이드를 모두 끊자 예상대로 리바운드 현상이 거세게 몰아쳤다. 왼쪽 발목에서 시작된 50원짜리 크기였던 습진은 온몸을 뒤덮었다.

목과 어깨, 팔과 다리, 배와 등까지 띠처럼 번져나갔다. 마치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독이, 한순간에 폭발하듯 피부를 뚫고 솟구쳐 나온 것 같았다.

밤마다 첫째는 미친 듯이 긁어댔다. 진물이 흐르고 피가 나도 긁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이 손을 꼭 잡고 ‘톡톡톡’ 두드려주며 밤을 버텼다.

그게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였다.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꼬박 6개월. 매일 밤은 전쟁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이불엔 각질이 떨어져 있었고, 진물과 피가 묻어있었다.

나는 아침마다 이불을 빠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한낮 햇볕에 소독해 보송보송해진 요는 1회성에 그쳤다. 힘들었지만, 그것은 희생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참된 회복은, 몸이 가진 고유한 힘을 믿는 데서 시작되었다.

시부모님은 “애 그만 잡고 얼른 병원에 데리고 가라”며 역정을 내셨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내 결심을 꺾을 수 없었다.

수많은 연고와 보습 크림, 민간요법이 결국 근본 치료를 늦추기만 했다. 더는 ‘카더라 통신’에 휘둘리지 않기로 했다.

많은 건강 서적이 말하던 단 하나의 진실 — “몸은 스스로 병을 이길 힘이 있다.”

나는 그 믿음 하나로 버텼다.



내가 따른 치유의 원칙은 명확했다. 우선, 보습을 중단했다. 피부가 갈라지고 피가 나도 그냥 두었다. 회복 중에 하는 보습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보습은 일시적일 뿐, 근본 치유를 방해한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스테로이드는 병을 안으로 숨긴다. 반면, 진짜 치유는 몸속의 독소를 밖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치료 중엔 더 악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첫째의 몸을 믿고 글리코영양소를 꾸준히 먹였다. 식단도 철저히 관리했다. 특정 음식이 유발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일이 기록하며, 칼국수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에도 몸이 반응하는 걸 꼼꼼히 살폈다. 음식이 곧 약이자 독이라는 걸 그때 실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던 붉었던 피부에 진물이 멎고 딱지가 앉기 시작했다.

가장 반가운 변화는 2020년 9월 초 어느 아침이었다.

왼쪽 팔뚝 위에 가다랑어포처럼 각질이 나풀거리며 일어나 있었다.

낫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첫째의 몸은 내가 걸어온 치유의 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너무 기뻐 아이와 나는 꼭 껴안은 채 빙글빙글 돌았다.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그저 벅찬 기쁨 속에 몸을 던졌다. 그때 깨달았다. 치유는 몸의 일이라는 것을. 나는 그저 기다린 것뿐이었다.

진짜 치유는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몸의 질서가 회복되는 것이다.

병은 단순히 제거할 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귀 기울일 때, 비로소 치유는 시작된다.

아이는 낫고, 나는 깨달았다. 몸은 손을 내민다.

다만 그 손을 잡아줄 인내와 믿음이 필요할 뿐이다.

몸은 알고 있다. 어떻게 낫는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환자가 주체가 되어 중심에 서지 않으면 그 어떤 병도 고칠 수 없다. 의사들은 그저 관리만 해줄 뿐이다.” —『환자혁명』 조한경 의사


첫째의 피부는 지금도 말한다. 우리 몸에는 이미 모든 답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안다. 아이를 고친 건, 내가 아니라 아이의 몸이었다.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치유되어야 하는지를.”


2020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변화되어 가는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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