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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Feb 23. 2022

'돌밥 돌밥'을 아시나요?

어쩌다 삼시 다섯 끼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을 기억하는지?


2104년부터 시즌을 거듭하며 꾸준히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연예인들이 산촌이나 어촌 등 외딴곳에서 제목 그대로 삼시세끼를 해 먹는 신선한 콘셉트로 나영석 PD의 대표작 중 하나다. 프로그램은 소소하고 일상적이나 재밌다. 워낙 연출력이 뛰어난 PD의 힘이기도 하고 출연진의 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표방하는 프로그램 콘셉트가 가히 획기적이다. 갑자기 왠 TV쇼 이야기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괜히 나온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는 깨달음최근에 강하게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집안 풍경 속에서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팬데믹 상황 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일상의 변화를 맞았다. 그중에서도 각 집안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재택근무란 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집에서 비대면으로 하는 수업과 모임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으니 집에서 식사를 하고 끼니를 때우는 일도 훨씬 잦아졌음은 물론이다.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안전한 내 집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 것이야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삼시세끼

혼자 집에 있을 때는 끼니를 거르거나 가볍게 먹는 일이 다반사였다.(결혼 전 혼자 살 때나, 결혼 후 아이들과 남편과 아이가 모두 외출할 때 모두) 그러나 길어지는 팬데믹 속에서 집에 있는 아이들의 식사와 간식까지 준비하고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유명 TV쇼 '삼시세끼'가 우리 집에서 재현되고 있는 나날의 연속이다. 비록 TV 속처럼 건강한 유기농 재료도 아니고 가끔은 혹은 자주 배달음식과 반찬가게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끼니를 제때 때우는 사명감(?)과 실행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돌밥돌밥'을 아시나요?


'돌로 지은 밥이란 뜻일까?'

'돌밥돌밥'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이다. 알고 보니 '돌아서면 밥을 지어야 하는 주부'를 뜻하는 말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나온 신조어'라고 한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듣고 보니 재미나고 자조 섞인 신조어에 픽 하고 웃음이 났다. 작금의 상황을 매우 직접적으로 묘사한 말이라 섬뜩(?) 하기도 하고. 아마 내가 주부라서 더 그럴 거다. 오해 마시길.


가뜩이나 천천히 느는 나의 요리실력은 맛있는 배달음식과 손가락 쓱 하면 배달되는 밀키트들 때문에 더욱 영향을 받게 되었다. 육아와 살림 그 무엇 하나 쉽지 않은 전업주부의 일상. 차라리 밖에 나가 일을 해볼까 생각도 들었으나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진즉에 포기했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것도 집안일하는 것 못지않게 힘든 것이라 쉽사리 엄두가 나지 않기도 했다.



게다가 일을 하려면 어린아이 둘을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일.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결국 전업주부의 삶을 선택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간식을 포함해 삼시 다섯 끼를 차려내는 일도 잦지만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내 머릿속엔 고작 몇 가지 메뉴의 레시피만 들어 있다. 그래도 세상 편한 인터넷 덕분에 싱크대 위에 스마트폰을 세워두고 레시피를 검색해가며 꾸역꾸역 요리라는 것을 시도해 보고 있다.  덕분에 스마트폰 화면에는 온갖 양념이나 국물이 다 튀기 일쑤지만  이만하면 잘하고 있다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이런 '돌밥돌밥'의 상황이 좀 나아지는 시기가 오면 내 요리실력도 주부 9단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은근슬쩍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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