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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r 24. 2022

'밀키트'는 되고 '3분 요리'는 안 되는 이유

카레는 3분 카레로 입문했습니다만

밀키트 전성시대


그 밀키트가 그렇게 맛있다고?


집에서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어느 순두부찌개 밀키트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지인에게 자세히 물으니 간편하고 맛있는 데다가 집밥을 먹는 건강한 느낌이 든다며 연신 추천을 해댔다.


바야흐로 밀키트 전성시대다.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판의 변화와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집밥과 외식의 판도도 크게 흔들어놓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주부인 나는 자연스레 가족의 식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좀 더 신선한 재료, 좀 더 건강한 조리법을 수시로 찾아보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집밥에만 익숙했었는데, 밀키트의 진화와 발전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반가운 일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요즘은 휴대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쓱 하기만 하면 된다만) 밀키트 한두 개쯤은 장바구니에 담곤 한다. 부대찌개, 순두부찌개 같은 익숙한 한식 밀키트부터 마라탕이나 파스타를 포함한 세계 요리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며, 위생적 포장에 깔끔한 자태를 뽐내는 밀키트에 저절로 눈과 손이 간다.


조리법도 비교적 간단해서, 정갈하게 소분된 재료를 잘 씻어서 소스와 함께 끓여주면 완성. 20분 안에 근사한 식사 한 끼가 준비되는 마법이란! 밀키트에 동봉된 재료 종류는 다양하나, 양은 많지 않아서 크게 버리는 양 없이 한 끼에 먹기 딱 좋은 정도다. 특히 나에겐 소스가 중요한데 집에서는 흉내내기 어려운 비법양념이 있는 것 같다. 하긴, 전문가가 얼마나 연구해서 찾은 황금비율 소스겠는가!


단점이라 하면, 깔끔하고도 무척이나 꼼꼼한 포장 때문에 졸지에 쓰레기가 많아진다는 점. 그리고 반전이긴 하지만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겠는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생긴다는 점이다. 이건 장점이 될 수 있으려나?



나의 오랜 혼밥 친구 3분 요리 (출처: 오뚜기 블로그)

간단한 집밥의 원조, 3분 카레, 3분 요리


밀키트를 볼 때마다 3분 카레가 생각난다. 3분 카레야 말로 HMR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HMR(Home Meal Replacement)이란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가정에서 조리해서 먹는 음식처럼 먹을 수 있는 간편 가정식 대용식품이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나에게 카레는 특별한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엄마가 각종 채소를 썰어 넣고 한솥 가득 끓여 만든 카레도 물론 맛있었지만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일이 있을 때면 3분 카레는 요긴한 대안이었다. 라면이라는 간편하도 맛있는 음식이 있었으나 왠지 밥을 먹어야 더 건강해질 것 같은 생각에, 어린 나이에도 3분 카레 혹은 3분 짜장을 꼭 쟁여두곤(?) 했다. 지금이야, 혼밥족, 1인 가구가 급증해서 편의점에만 가도 그럭저럭 괜찮은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지만 내가 학생 때 그리고 싱글일 때는 3분 카레만 한 것이 없더라. 물론 이것도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데워서 따끈한 밥과 함께 먹어야 하니 아주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긴 했지만 말이다.


재밌는 사실은 지금도 장보기 리스트에 꼭 3분 카레는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매운 것엔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나는 꼭 '순한 맛'으로!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경우 나 혼자 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할 경우에 즐겨먹는 메뉴다. 그러고 보니 예나 지금이나 나에게 3분 카레는 고마운 혼밥 친구 같다. 익숙하지만 든든한 느낌이랄까. 배달음식도, 먹음직스러운 온갖 종류의 간식도 넘쳐나는 시대지만, 가끔 혼밥을 할 때 생각나는 그 맛.



모든 주부의 꿈, 건강한 집밥

밀키트냐 3분 요리냐가 뭐가 중요한데?


이상한 일이다. 밀키트를 요리하면(요리라는 표현이 정확 한지는 모르겠다만) 건강한 집밥이고 3분 카레를 준비하면 집밥이 아니라 겨우 한 끼를 때우는 느낌이 든단다. 큰 영역에서 보면 두 가지 모두 주부의 메뉴 준비 고민을 덜어주는 간편식인데 말이다. 밀키트속 소분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흡사 홈메이드를 연출하는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느낌 때문인 것이리라. 어떤 면에서는 중구난방 시장이 커져버린 밀키트의 위생이나 재료 관리 등이 뉴스에 나오는 현실을 보면 걱정되기도 한다.


아무튼 주부인 나에겐 밀키트도, 3분 요리도 무척 고마운 존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올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를 5조 원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대비 25% 가까이 성장한 수치라고 하니 세상도 집밥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주부로서 매번 밀키트와 3분 요리에만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간편식의 효용을 최대한 누려보리라 다짐한다. 혹자는 처음부터 신선한 식재료를 준비해서 양념을 연구하며 요리를 해볼 수 없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 다 잘하는 것이 다르지 않은가.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맛있는 밀키트를 꼼꼼하게 찾아서 식탁에 올리도록 해봐야겠다. 종종 손수 집밥도 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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