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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Sep 16. 2021

꼭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셔야겠니?

집콕을 즐기는 나만의 노하우


띵동

배달 도착 알림음이 휴대폰에 울리면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에서 맞이하는 모닝커피 한잔.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향긋하게 올라오는 커피 원두향을 코로 깊숙이 맡고 나서야 목을 축여본다. 커피와 함께 따라온 서비스 쿠키로 단골 인증까지 했으니 별점 후하게 사진까지 곁들인 리뷰도 앱에 남겨야겠다.


다양한 커피 패키지도 인상적이다


집콕. 피할 수 없으면 즐겨볼까?    

그렇다. 집콕 시대가 불러온 나의 새로운 취미. 바로 ‘배달 커피 탐색’이다. 지방에 잠시 살다 1년 전 다시 서울로 왔을 때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바로 ‘배달 음식 시장의 성장’이었다. 당시는 마침 코로나가 본격화되었을 때와 겹쳐서 ‘서울에 오면 온갖 맛집을 다녀보리라’ 했던 나의 다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렇지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문 앞까지 빠르게 배달해주는 배달앱의 존재가 무엇보다 고맙고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배달음식이라곤 중국집이 거의 유일했던 시골에 거주한 직후라 ‘역시 서울이 좋아’라는 단순한 결론에 이르기도 했더랬다.      


‘설마 달랑 커피 한 잔도 배달이 가능해?’라는 우려 섞인 선입견은 애초에 접었다. 배달비만 지불한다면, 내 입맛에 따라 눈치 보지 않고 24시간 주문 가능한 세상. 집콕을 권장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커피 애호가인 나는 동네 카페 탐방 대신, 배달 커피 탐색을 시작했다. 물론 집에는 커피 머신과 각종 커피 캡슐, 드립백, 봉지커피까지 구색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카페의 커피를 주문해서 마신다는 것이 아이러니긴 하지만.




 ‘ 꼭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셔야겠니?’

이런 나를 향한 친정어머니의 한마디. 나보다 윗세대들의 눈에는 내 새로운 취미가 영 탐탁지 않나 보다. 동네에서 커피 맛이 가장 괜찮은 카페의 커피를 시켜드리면, 커피 맛은 인정하면서도 절대로 당신이 직접 시켜 드시지는 않는다. ‘집에 커피도 많은데 굳이 커피 배달까지...’라는 뼈 있는 말씀을 하시면서. 어찌 보면 윗 세대와 어린 세대의 낀 세대가 된 80년대생으로 모두 이해가 가는 사고방식이긴 하다. 그러나 어쩌겠나. 배달 커피가 마시고 싶은 것을.     


나에게 커피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음료 이상이다. 그래서인지 커피는 나의 단골 글감이다. (호주 스타벅스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에 대한 내용은 '호주에서 스타벅스 찾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를 참고하시길)


커피 한잔으로 리프레시


커피 한잔은 하루를 더 잘 살아갈 힘을 얻는 나만의 루틴이라고나 할까? 주부들과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맘들은 무척 공감할 것이다. 집에 있으면 할 일이 더욱 많다는 것을.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그 순간. 어쩌면 하루 온종일 집안일과 업무를 쉴 새 없이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린 두 남매를 키우는 아이 엄마인 나는 아이들 가정보육의 시기, 커피 한잔이 하루의 낙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집콕 생활을 잘 견디기 위한 방법과 조언은 굉장히 많다. '운동을 통해 확찐자(?)에서 벗어나 체력 기르기', '긍정적인 자세로 책을 많이 읽기', 나 같은 아이 엄마는 적용하기 힘들지만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 등. 모두 좋은 방법이고 적용해 볼만 하다. 그러나 기약 없는 기나긴 집콕 생활에서 지치거나 지금 당장 리프레시가 필요한 순간이 당신에 있는지? 그때는 가장 강력한, 내가 찾은 최선의 방법이자 가격 대비 효율이 훌륭한, 집에서 찾은 나의 새로운 이색 취미. 바로 ‘배달 커피 탐색’을 시도해 보길 추천하는 바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 육아 퇴근이 없이 가족들을 챙기는 아이 엄마들에게 심심한 응원을 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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