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이구 Jul 13. 2024

힙한 독서

세상을 풍부하게 느끼는 법

"책을 좀 읽으려고 하는데 추천해줄 수 있어?"


최근 들어 주변 지인으로부터 꽤 많이 듣는 말입니다. 평소에는 책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책을 읽겠다며 당찬 포부를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대형서점에 들어가서 책구경을 하는 것이 취미인데 몇 년 전부터 아주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30대의 비율이 아주 많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4-50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10대 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소설 코너에서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며 책을 구경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우리나라의 연령별 성인 독서량 1위는 20대(74.5%)이고 2위가 30대(68%)라고 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인들에게 들뜬 마음으로 책 추천을 해주고, 몰래 책을 한 권 사서 선물을 하는 제 모습을 스스로 바라보며 독서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는 체감을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독서는 고리타분한 취미생활이 아닌 '힙한' 취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 독서도 도파민 뿜뿜이다!


독서는 '재미없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특히 특화된 취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전 에피소드들에서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도파민 뿜뿜 행위'를 이야기했습니다.


아, 물론 독서도 도파민이 터져 나옵니다. 독서를 '재미없는 취미'라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저는 독서를 하면서 소름 돋는 짜릿함을 느끼기도, "사나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라고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눈물을 참기도,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웃기도 했습니다. 소설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서, 인문교양, 고전, 에세이 등 모든 장르에서 위와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다만 '도파민 뿜뿜 행위'와는 달리 독서에서는 빌드업, 즉 서사가 있습니다. 도파민이 터져 나오는 부분까지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시간 많게는 6시간 혹은 그 이상의 서사를 쌓아야 합니다. 말하자면 '보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는 것입니다. 그 노력이란, 문장을 읽고 해석하고, 인물 간의 갈등, 감정, 상황을 이해하고,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내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반면 SNS에서의 콘텐츠들은 '달칵!' 클릭하면 보상들이 뿜어져 나옵니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는 전문가들만 알겠지만, 자칭 '재미없게 살기' 전문가인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행동들이 '재미없게 사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재미없게 사는 사람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힙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재미없게 사는 것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전에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책은 장르가 정말 다양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장르 안에서 작가에 따라 또다시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소설을 예로 들면, 소설이라는 장르 안에 한국소설, 일본소설, 러시아소설, 프랑스소설, 미국소설, 현대 소설, 근현대 소설, 고전 문학, 추리 소설, 단편 소설, 장편 소설, 로맨스 소설, 판타지 소설 등으로 셀 수 없이 나뉩니다. 그중 자신에게 맞는 장르를 찾으면 그다음부터는 수 천, 수 만 명의 작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문체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분화된 독서는 자신을 알아가는 확실한 방법입니다.


"아~ 나는 이런 책을 좋아하는구나"


를 깨닫게 되면 자신이 어떤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행복을 찾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해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스스로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취미생활 중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습니다. 학교 국어 시간 때 아무 책이나 한 권 읽고 독서록을 쓰는 것이 숙제였기 때문입니다. 거의 무작위로 집은 책이 철학 입문서였고 거기서 철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철학에 관련된 책은 닥치는 대로 다 읽은 것 같습니다. 적은 용돈으로 e북 플랫폼에 구독권을 구입하고 수많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철학'은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리던 중 어느 날 조던 피터슨이라는 사람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이 제가 다니던 학교의 교수였다는 점에 흥미가 생겨 그의 책을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심리학과 자기계발에도 빠지게 되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조던 피터슨의 사상이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중 룸메이트의 추천으로 한 일본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히가시고 게이코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습니다. 그 뒤로 그의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일본 소설 특유의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일본의 실존주의 문학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다른 나라의 실존주의 문학에도 깊게 빠지게 되었습니다.


일본 소설을 읽던 도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접하게 되었고 '재즈'에 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재즈를 즐겨 듣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다보니 한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문학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소설뿐 아니라 시, 에세이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이 사람들처럼 멋진 글을 쓰고 싶다"라는 강한 열망을 마음속 깊은 곳에 품게 되었습니다.


게임도 안 좋아하고, 공부도 안 좋아하고, 축구도 안 좋아하고, 아이돌도 안 좋아하고, 먹는 것도 안 좋아하던 아이가 독서를 시작하더니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철학을 좋아하고, 실존주의 문학에 공감하고, 일본소설을 즐기고, 재즈를 듣고, 문학에 마음이 움직이고, 글쓰기를 꿈꾸고, 심리가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세상이 깊어진다


독서인의 세상은 비독서인의 세상과 다릅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런 말은 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만큼이 아니라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크다."


 


독서인의 세상은 비독서인의 세상과 다릅니다. 독서인은 비독서인보다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이 담고 있는 '정보'는 다른 미디어보다 깊이와 질이 다릅니다.


"어휴... 요즘 인터넷에 정보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뒤떨어진 말을 하지?"


맞는 말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책 한 권보다 훨씬 많은데 동시에 접근성도 월등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사실 인터넷으로 논문을 찾아 읽지 않는 한 깊이 있는 정보를 얻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논문을 읽는 것은 독서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일입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자극성' 때문입니다. 시청자를 '자극'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여러 정보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인터넷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얇고 넓은 지식입니다. 그마저도 쉽게 휘발되는 정보들입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흔히 인터넷에서 접하는 콘텐츠들은 '자극적이기만 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책의 경우 한 주제에 대해 수 백 페이지 분량의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경제책을 읽게 되면 경제에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집니다. 심리,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읽으면 사람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철학책을 읽으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문학을 읽으면 세상을 느끼는 깊이가 달라집니다.


저는 아직 그 세상을 다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경험해야하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독서가 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제가 볼 세상들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은 세상을 더욱 풍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혼자서 재미없이 집에 있으면 쉽게 부정적인 감정들이 들기 마련입니다. 세상을 더욱 풍부하고 깊게 볼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은 우리의 놀이터가 될 겁니다.



재미없게 사는 네 번째 TIP


책은 더 이상 고리타분한 취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힙한 취미입니다.

SNS 콘텐츠는 '자극성'이 중점, 책은 '작품성' 중심입니다.

책을 읽으면 자신에 대해 더욱 잘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세상을 더욱 풍부한 시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