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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이구 Jul 06. 2024

동기부여가 필요하신가요?

운동: 나의 운동이야기

최근에 어느 숏폼 영상에서 다음과 같은 영상을 봤습니다. 


"You don't need motivation. You only need discipline."


번역하자면, "당신은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규율뿐입니다."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만약 동기부여가 있을 때만 운동을 하러 간다면, 반대로 동기부여가 없는 날에는 운동을 가지 않게 될 겁니다. 그럴 때도 규칙적으로, 혹은 습관처럼 정해진 날 혹은 시간마다 운동을 하러 가게 만드는 것은 몸에 새겨진 규율뿐입니다.


하지만 '동기부여'가 아예 필요 없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4~5일은 운동을 하는데 저를 헬스장까지 이끄는 것은 규율보다는 동기부여가 큽니다. 운동뿐만 아닙니다. 앞으로 소개될 제대로 재미없게 사는 법인 독서, 산책, 만남, 공부 등 모두 동기부여의 영향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피라미드, 만리장성, 롯데타워 같이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저는 건축학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구조물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왕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외세의 칩입을 막기 위해, 상업적인 이유 때문에, 일당을 받기 위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등 저 위대한 건축물들이 건설되기까지의 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저 건축물이 반드시 지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으로 예를 들자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없으면 구태여 귀찮게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서 가서 고통스럽게 무게를 들었다 놨다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동기부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그 종류가 다양하며, 주관적이기 때문에 제가 "이것이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할 동기부여입니다!"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여기서는 그저 제 이야기를 해볼려고 합니다.


나의 첫 운동이야기


다시 제 몸무게가 48kg이었던 시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저는 제가 당연히 턱걸이 한 개는 할 줄 알았습니다. 대체로 몸무게가 낮으면 맨몸운동을 남보다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만하게 헬스장 풀업바를 잡고 팔을 당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옷거리에 축 늘어진 빨래물처럼 풀업바에 간신히 매달려있을 뿐, 미동조차 없었습니다.


나중에 인바디를 재본 뒤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저는 내장지방이 많은, 이른바 마른 비만이었습니다. 몸무게는 상당히 낮았지만 체지방률은 오히려 평균을 상회했습니다. '마른 뼈다귀'인 줄 알았는데 탁 까보니 '마른 지방이'이었습니다.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초등학생 때 체육시간에서 실시한 체력평가에서 턱걸이 10개 정도는 했었습니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맨날 나무를 타고 놀았던 덕분인지 턱걸이는 늘 자신이 넘치던 종목이었습니다. 나무도 친구들 중에 가장 잘 타서 별명이 '원숭이'였습니다. 그 뒤로 턱걸이를 한 적은 없지만 막연히 '나는 턱걸이는 잘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턱걸이 0개라니... 마치 제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래도 턱걸이 1개는 해야지."


분함. 그것이 제 첫 동기부여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 집 앞 공원의 철봉에 매달렸습니다. 정확히는 철봉이 아니라 골망이 없는 축구 골대였습니다. 매일 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달려있기를 3개월 정도 했을 때였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은 좌절이었습니다. 성장은 전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턱걸이는 이제 못하는 몸이 되었나 보다" 하고 포기했습니다. "사실 성인 중에서는 턱걸이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야." 라며 자신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밤 또 공원에 나가 골대에 매달렸습니다.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느낌 딱 왔어"



오기. 제 두 번째 동기부여였습니다. 누워서 유튜브를 보면 풀업에 관한 영상이 알고리즘에 올라왔습니다. 자세를 알려주고 몇 가지 팁을 알려줬습니다. 포기하려고 누워도 그 영상을 보면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습니다. 어두운 밤 골대에 매달려있는 나. 영상에서 알려준 팁대로 코어를 잡고 팔꿈치를 당기고, 쇄골이 바에 닿는다는 느낌으로 쭉. 상상을 할 때마다 제 있을까 말까 한 연약하고 말랑거리는 광배근이 움찔거렸습니다. 하지만 막상 골대에 매달리면 상상은 상상일 뿐 또다시 건조되는 건어물처럼 축 늘어져 매달려있기만 했습니다.


5~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또 골대에 매달려 당겼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몸이 올라갔습니다. 너무 가뿐히, 사뿐히, 아무런 저항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쉽게 몸이 올라가서 잠시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까지 받았습니다. 턱걸이 1개를 성공하자 2개까지 하는 데에는 며칠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6개 까지는 아주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그제야 "해가 뜨기 바로 직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성장은 완만한 곡선'이라고 착각합니다. 사실 성장은 곡선이 아니라 계단식에 가깝습니다. 한 칸 오르기 전까지는 성장이 없습니다. 적어도 눈에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칸 올라서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그 어떠한 변화도 없었는데 말이죠.


만일 성장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매일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확일할 수 있다면 그 누가 포기를 하겠습니까?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도 성장한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포기를 하게 됩니다. "일단 3개월 정도만 해보자!"하고 열심히 시작하지만 3개월 뒤에도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우리는 포기를 합니다. 어쩌면 3개월 하고 하루 뒤에 큰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롤모델


동기부여가 생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롤모델을 선정하는 것입니다. 롤모델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제 주변 지인 중에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자신의 롤모델인 경우도 많습니다. 또 누구는 동물이 자신의 롤모델인 (자신은 고릴라 같은 몸을 가지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 피트니스 인스타를 팔로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 가기 전에, 운동하는 도중,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계속 그들의 사진, 영상 등을 봅니다. '나의 목표'가 무엇인지 계속 제 자신에게 되새기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어떤 이유 때문에 운동을 하는지 상기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놀랍게도 저에게는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어줍니다. 아직은 그들 중 누구도 따라잡지 못했지만 어느 날에는 반드시 그들 같은 몸을 가지리라 확고하게 믿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롤모델은 "아~저렇게 됐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저렇게 될 거야." 싶은 사람입니다. 그들은 제 구체화된 목표입니다. 목표라는 것은 머릿속에만 있으면 막연하고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롤모델은 현실 속에서 살고 있고 그렇기에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볼 수 있는 목표입니다.


그 어느 학생도 "오늘은 10시간 공부했으면 좋겠다~" 라며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오늘은 꼭 10시간 공부한다!"라고 목표를 세웁니다. 롤모델이 자신의 목표라면 마찬가지로 "반드시 내 롤모델처럼 되리라!"하고 믿어야 할 것입니다.


롤모델을 우러러보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오히려 나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음악 프로그램인 싱어게인에 나온 가수 이승윤 씨는 "뛰어나신 분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제 재능이거든요."라고 말합니다. 이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작사가 김이나 씨는 "본인이 알면 그때부터는 시기, 질투가 아니라 동경이나 선망이에요."라고 답합니다. 동경과 선망, 그리고 시기와 질투. 언뜻 보면 서로 상반되는 개념들의 오묘하고 야릇한 집합체가 바로 롤모델입니다.



재미없게 사는 세 번째 TIP

성장은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계단식입니다.

롤모델을 정합시다.

롤모델은 존경하는 대상이 아닌 내가 따라잡아야 할 라이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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