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입문자를 위한 몇 가지 팁
제대로 재미없게 살기 위해선 독서가 꼭 필요하다고 전 에피소드에서 길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평소 독서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독서를 시작하려면 막상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아직 본인만의 독서 습관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본인만의 유니크한 독서습관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전까지, 다음 몇 가지의 팁들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먼저 책 추천입니다.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를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떤 책이 유명한지, 읽기 쉬운지, 어떤 작가가 유명한지 등 아직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어서 오세요! 오늘의 독서 오마카세'에서 매주 한 권의 책을 추천해드리고 있습니다. 거길 참고해도 좋지만, 여기서는 이제 독서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책들, 말하자면 입문용 책 몇 권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제 주변 지인들이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할 때 제일 먼저 추천해 주는 책입니다. 이유는 재미있고 쉽기 (내용이 복잡하거나 심오하지 않고) 때문입니다.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좋은 입문용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한 권 더 추천해 드리자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재미있고 쉽기 때문입니다. 아직 독서 습관이 들지 않으신 분들은 역시 그냥 재미있고 쉬운 책부터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희곡 형식의 '심판' 그리고 장편소설 '신'을 추천드립니다. 이유는 그냥 제가 재미있게 봤기 때문인데... 심판은 분량이 짧고 희곡 형식이라 간편히 읽기 좋습니다. 그리고 '신'은 참신한 설정과 세계관이 흥미로웠습니다.
3. 타이탄의 도구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타이탄의 도구'를 추천드립니다. 나온 지 꽤 오래됐는데도 아직도 자기계발서에서는 꾸준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는 명작입니다. 만일 본인이 사업을 하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이지만 굳이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책입니다.
여러 거장들의 성공 비법이 계속 새롭게 등장해서 지루하지 않고 또 뻔한 이야기도 아니어서 잘 읽었습니다.
4. 지대넓얕
지대넓얕 시리즈는 유명합니다. 기초적인 인문지식을 쌓기에 최적화된 책 같습니다. 고백하자면 지대넓얕 0 그리고 1까지 읽고 2는 아직 안 읽었습니다. 하지만 0권과 1권 모두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읽다가 자신이 흥미가 가는 주제가 있으면 그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인문 입문용으로 매우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5. 불안의 서
에세이/시 분야에서는 불안의 서를 추천드립니다. 엄청 두꺼운 책이긴 합니다만 사실 알고 보면 481개의 짧은 텍스트로 나뉘어 있어 하루에 몇 텍스트 씩 만 읽으셔도 좋을 책입니다.
"나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기보다는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싶으신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다음 팁은 바로 저장과 인용입니다.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문장을 어떤 형식으로든 '저장'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먼저 사진으로 찍고, 정말 맘에 드는 몇 문장은 노트에다가 필사를 합니다. 어떤 때에는 노트북에다가 타이핑하기도 합니다. 혹은 핸드폰 메모 어플에 써놓기도 합니다.
필사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제든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브런치에 글을 쓸 때 관련된 문구를 인용하기 위해서 찾아볼 때가 많긴 합니다만 '인용'은 비단 글쓰기 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책에는 여러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인생의 문장, 철학의 문장, 감정의 문장, 지혜의 문장, 비판의 문장 등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떠한 문장을 머릿속에서 꺼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평소에 가장 많이 인용하는 문장은 명상록의 문장입니다.
미래를 염려하지 말라. 운명에 의해서 네가 그 미래로 가야 한다면, 너는 지금 현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바로 그 동일한 이성을 가지고서 미래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머릿속으로 떠올립니다. 아니, 정확히는
현재에서 최선을 다하고, 미래의 나도 똑같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라는 문장을 떠올립니다. 이 문장은 제 필사노트에 저 스스로 적은 문장입니다. 외우기 쉽게, 명상록의 여러 문장들을 요약해 둔 문장입니다. 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때마다 이 문장을 스스로 인용하며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어떠한 문장을 '저장'할 때에 반드시 그대로 저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외우기 쉽도록, 인용하기 쉽도록 자신만의 언어로 바꾸어서 저장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저장된 문장은 여러분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겁니다.
혹시,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를 아십니까? 주인공 소년이 약 천 년 전의 천재 바둑기사 유령의 도움을 받으며 현대 바둑계를 제패하는 만화입니다. 우리가 수 천, 수 백 년 전의 현인들의 지혜를 빌려 쓸 수 있는 것은 만화 속 주인공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책은 와인처럼 음미를 해야 합니다.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달리시는 것도 좋습니다. 엄청난 집중력이군요. 하지만 제가 추천드리는 것은 한 시간에 한 번씩, 혹은 한 챕터가 지날 때마다 잠시 멈춰서,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저는 보통 3~5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집니다. 피로해진 눈을 편히 쉬게 둡니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스트레칭을 하기도 합니다(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늘 듣는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빠집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복습, 상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치 와인 음미하듯 말입니다.
어떤 문장이 맘에 와닿았는지, 왜 와닿았는지 생각합니다. 어떤 때는 이유 없이 한 문장이 자꾸 머릿속을 헤집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그 문장이 나에게 와닿았을까?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합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책의 전체 플롯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러 키워드들이 퍼즐 맞춰지듯 서로 끼워지고 풀어지고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이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깨닫게 됩니다.
물론! 아무런 성과 없이 눈을 다시 뜰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의미가 없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실 독서를 할 때 눈 깜빡임 빈도는 평소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때문에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피로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3~5분 정도 눈을 감고 휴식했으니 다음 한 시간 동안은 우리의 안구가 잘 버텨줄 겁니다.
책은 작가와 독자 간의 보물찾기 놀이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책 여기저기에 숨겨둡니다. 때로는 어려운 말로, 때로는 너무나 당연한 말로 숨겨둡니다. 왜냐하면 '잘 쓰인 글'은 작가가 모든 것을 알려주는 글이 아닌 독자 스스로 알아내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번에 휙 훑어보고 그 모든 보물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서도 우리는 다시 한번 음미해야 합니다. 이 문장과 저 문장, 이 챕터와 저 챕터, 그리고 가끔은 이 책과 같은 저자가 쓴 다른 책들을 조합해봐야 합니다.
무의식 속에 돌아다니던 개념과 지식이 얽히고 섞이다가 어느 순간 딱 들어맞을 때까지 생각을 굴리는 겁니다.
맘에 드는 문장을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저장합시다!
인용은 우리의 가장 강한 무기가 됩니다!
독서 중, 한 시간 혹은 한 챕터가 지날 때마다 잠시 눈을 감고 음미하는 시간을 가집시다!